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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Oct 06. 2024

펄스형 글쓰기를 뛰어넘어

거침없는 글쓰기 도전

  생활기록부에 저를 가장 좋게 써 준 선생님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었습니다. 국민(초등) 학교 때만 해도  '이해력 부족'은 고정 멘트였고요. ㅠㅠ '이해력 부족, 이해력 부족, 이해력 부족'이란 말 때문에 군입대할 때는 이런 걱정까지 했습니다. '나 또 군대가서 명령을 이해 못해 고문관 되는 거 아냐?' 언어의 힘이 참 무섭습니다. 언어로 공격당하니 정신적으로 '굴레'가 씌워집니다.


  앗! 지금 쓰려던 글이 이게 아닌데, '이해력 부족'에 감정이 북받쳤나 봅니다. ㅎㅎ 아까 그 선생님의 과목은 '기술'이었는데 수업시간에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설명을 합니다. 아날로그는 '연속적인 물리량'으로 끊어지지 않는 것을 말하고, 디지털은 '연속되지 않는 펄스(Pulse)'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칠판에 사인곡선(Sine curve)과  펄스(Pulse) 그래프를 그리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브런치 작가분들의 글솜씨는 정말 대단합니다. 수백 편의 글들이 도대체 어디서 다 나오는 건지.... 그 내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분은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편씩 발행을 합니다. 일기형식의 수필도 아니고 논문 하나 쓸 정도의 고급진 분량의 글을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써 내려가는 것을 보면 저는 감히 부끄러워 붓을 들 수가 없습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연속적 글쓰기가 가능한 '아날로그식 글쓰기'와 가끔씩 글을 올리는 '펄스형 글쓰기'라고 나누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운전을 할 때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글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단어를 생각하고, 생각의 뼈대를 구성하고, 논리 전개가 이상이 없도록 만들어 갑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뜻하지 않은 결말에 이르는 것도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펄스형 글쓰기는 사고의 흐름이 연속적이지 않지만 디지털시계처럼 주제가 명확해질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의도된 결론이든 그렇지 않은 결론이든 글쓴이의 의도가 명료하게 나타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글쓰기가 시작되고 사고의 흐름에 맡겨져 글을 써 내려갑니다. 손은 거들뿐 생각이 곧 이야기가 됩니다. 아날로그식 글쓰기는 고민하지 않고 써 내려갑니다.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자기의 생각이 정리가 됩니다. 처음에는 울분과 짜증으로 글을 쓰다가 마음의 평정을 갖기도 하고, 생각의 모난 부분이 깎여나가기도 합니다.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말처럼 글과 내가 하나가 되어 어떤 부분에는 화자(話者)였다가 다른 부분에서는 청중(聽衆)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가 아날로그식 글쓰기를 도전해 보았습니다. 결론을 어떻게 낼까 글을 쓰면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펄스형 글쓰기와 아날로그식 글쓰기를 구분해 보았습니다.' 하고 결론을 낼까요? 아니면 더 심오한 결론을 이끌어 내야 할까요? 글쓰기 초반에 저는 생활기록부 이야기를 쓰면서 '이해력 부족'이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존경하는 기술 선생님이 이야기도 썼습니다. 그 속에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정의를 연속적인 물리량과 연속되지 않는 펄스라는 개념으로 글쓰기에 끌고 들어왔습니다. 펄스형 글쓰기에 익숙한 저로서는 가끔씩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 보입니다. 거침없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느낄 수 있는 작가만의 희열을 아날로그식 글쓰기라는 다른 방식으로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쓴 글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요?
독자님은 '이해력 부족'입니다. ㅎㅎ

대문사진 출처 :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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