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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Oct 04. 2024

Mozzi

전달을 할 수가 없네

  딸아이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모찌'입니다. 22년도에 4개월 된 '비숑프리제'를 입양했고, 이제 만으로 2살이 넘어섰으니 사람으로 치면 혈기왕성한 청년이 된 것 같습니다. 처음 집에 데려온 후 졸망졸망 솜뭉치처럼 뒤뚱 거리며 걷은 모습이 너무 귀엽습니다. 게다가 저도 잘 따라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귀엽게요~' ㅎㅎ 사람이나 동물이나 자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면 더 친근해지고 애틋한 감정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특히나 동물은 본능적으로 자기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 아는 것 같습니다.



  집에 데려온 지 5~6개월 된 시점에 여느 때처럼 모찌를 잠시 안고 있었는데, 모찌가 제 팔에서 '지랄발광(?)'하는 바람에 아차하고 모찌를 떨어트렸습니다. "깨갱깨갱 낑낑 낑낑" 신음소리를 내면서 책상밑으로 들어갑니다. 모찌 입장에서는 내가 자기를 던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때부터 저를 피하기 시작합니다. "모찌야~"하고 불러도 책상밑에서 눈을 피하고 이리저리 배회를 합니다. 하~ 정말 답답합니다. '모찌야! 내가 너를 던진 게 아냐~ 니가 떨어진 거지!' 이렇게 말을 하고 싶은데 언어(言語)가 불통(不通) 하니 어떻게 전달할 방법이 없습니다. 슬금슬금 나를 피하는 모습에 오히려 제가 상처를 받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서 다시 원래대로 좋은 관계로 회복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몇 달에 한번 만나면서도 여전히 저를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작은 켄넬에 있었다. 나 말고도 나랑 처지가 비슷한 동족들이 보인다. 힘없이 엎드리고 있는 아이도 있었고, 두려움으로 이미 정신을 잃었는지 울며 잠든 아이도 있었다. 덜컹거리고 냄새나는 트렁크가 열리고 우리는 하나씩 작은 유리방에 다시 갇혔다. 물도 있고, 간식도 조금 있었다. 바닥도 깨끗하고 질감도 뽀송뽀송했다. 며칠 지나 부녀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를 바라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호감을 표하니 반응은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꼬리를 흔들고 손짓을 해줬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나의 본능이 그렇게 해야 할 것 같다고 신호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해 보였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번쩍 들어 올렸다 내렸다 한다. 어지럽고 정신이 없어도 손길에서 느껴지는 온화함이 꿈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들의 집으로 옮겨졌다. 환경은 더 좋아졌다. 내 방도 새겼고, 인형이랑 장난감도 생겼다. 바닥은 깨끗했고, 어느 정도 달리기까지 할 수 있는 넓은 마루가 좋았다. 그들이 인형을 던지면 냅다 뛰어가서 입으로 물어 다시 갖다 주기를 백번은 한 것 같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그들이 행복하다면 내가 희생할 필요가 있었다. 엄마랑 헤어진 뒤로 두려움에 울며 잠이 든 적도 많았는데 처음으로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은 나를 '모찌'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마 내 이름이 생긴 것 같다. "모찌야! 모찌! 모찌!"하고 부르면 가끔씩 고개를 돌려 보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알아듣는 것처럼 표현을 해주면 그네들은 더 신이 나서 나를 부른다. 지난번에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아빠가 나를 안고 있었는데 어깨가 좀 결리길래 자세를 이리저리 바꿨더니 나를 바닥에 던져서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내가 민첩하게 움직여서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지만 참 속상하고 서운했다. 내가 얼마나 자기들한테 잘해 줬는데..... 눈물이 날 것 같다. 나도 자존심이 있다. 당분간 호락호락하지 않을 생각이다. 책상밑에 들어가서 동태를 살폈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달려가지 않았다. 나도 화가 났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데 그네들의 말은 너무 복잡해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나를 바라보는 눈을 보면 아직도 나를 끔찍이도 사랑하는 것 같다. 하루가 지나 보니 내게 있었던 일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오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를 미워했다면 내가 떨어졌을 때, 발로 차지 않았을까? 그렇게 안한 것을 보면 아빠도 실수가 아니었을까하고 합리적 추론을 하게된다. '그래 이런 작은 일로 좋은 관계가 깨지면 나만 손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빠를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세상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통은 안되지만 '말'이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나는 그저 오늘을 즐기면 그만이다. 왈 왈




  오늘은 모찌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모찌는 '고구마'만 주면 기분이 다 풀리나 봅니다. 강아지들은 삐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ㅎㅎ 모찌야! 인형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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