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오늘
반구형의 천정이 중앙에 있고 위쪽을 향하도록 설치된 의자 위에 우리는 누웠습니다. 조명이 차츰차츰 사라지더니 보고 있는 천정이 '진짜루!' 밤하늘로 변했습니다. 별들이 나타납니다. 생각도 못한 꿈결 같은 별자리 여행을 다녀온 것이 초등(국민) 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어린이회관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딘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국풍’ 81(國風’ 81)은 1981년 5월 28일부터에서 열렸던 대규모의 문화 축제였습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는 친구 한 명이랑 여의도에 놀러 갔습니다. 저녁 늦게 잔디밭에 앉아 '불꽃놀이'를 봅니다. '세상에나!' 머리 바로 위에서 쏟아지는 불꽃의 향연에 넋을 잃고 보았습니다. '꿈인가? 생신가?' 하는 말이 이를 두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야간통행금지 때문에 가까스로 자정 12시 조금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게 되었지만 꿈같은 여운은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놀이기구 '심슨라이드'를 탔습니다. 네 명 정도 탈 수 있는 좌석에 앉았습니다. 승강기처럼 위로 쭈욱 빨려 올라가더니 천정이 열립니다. '와우!' <심슨가족> 만화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안에서 롤러코스트를 타는데 '꿈과 환상의 도시'는 에버랜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놀이공원의 재미는 '우리나라'가 한 수 위라고 생각되는데 '심슨라이드'만큼은 별 다섯 개를 줄 정도로 굉장한 기술입니다.
중국계 프랑스인 작가 샨사(山颯)의 『천안문의 여자(Porte de la paix céleste)』(1997)는 천안문 사태 후 도망자 신세가 된 여주인공과 그를 뒤쫓는 인민해방군 장교의 사랑을 그린 소설입니다. 제 독서취향은 수필이나 역사물을 좋아합니다. 그런 까닭에 소설류는 조금 거리감이 있습니다. 고전 소설은 그래도 학창 시절 '문학전집'을 통해 접하긴 했어도 단행본으로 서점에서 따로 구입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선물 받은 책 한 권이었던지라 정말 오랜만에 이 소설을 읽어 보았습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 산속에서 방황하는 여주인공 '아야메이'의 정신분열적 상황이 전개되고, 현실과 과거, 환영과 환각 상태가 나타납니다. '소설도 영화처럼 장면의 중첩과 시간의 변형 등을 글로 만들어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글로도 이런 게 가능하구나!' 역시 새로운 경험입니다.
'현실이 꿈이고, 꿈이 실젠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신박한 아이디어로 '메트릭스'라는 영화가 탄생했겠지만, 특별한 경험은 다른 세계로 '순간이동'하는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어렸을 때,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고 문이 닫혔다 열리자, 마술같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너무 신기했습니다. ㅎㅎ 신박한 세상에 살다 보니 '생각지 못한 놀라움'은 더 자주 생길 것 같습니다. 삶의 여정 끝에 인생이 마무리 되고, 이생에서의 삶이 진정 꿈인 것을 깨닫게 될 때까지 오늘을 꿈같이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