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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엔디 Sep 29. 2024

각주구검(刻主求劍)!

허무함이 엄습할 때

  각주구검(刻舟求劍)이란 성어(成語)가 참 재미있습니다. 검을 찾기 위해 배에 위치를 표시한다는 말로 시대와 상황의 변화를 무시하고 고지식하게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고사(古事)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어리석은 사람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일 수 있겠으나 인생을 굽어보아 이 성어만큼 세상을 잘 표현한 말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밟고 있는 땅도 태양을 돌고 있고, 무수한 신화와 이야기를 탄생시킨 태양조차 우리 은하계의 변방에 자리 잡고 있는 고독한 나그네일 뿐입니다. 여전히 팽창하고 있는 우주를 보면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라는 것은 없어 보입니다.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처음과 끝이라,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율법의 일점 일획도 결코 없어지지 아니하고 다 이루리라'는 성경말씀은 사실 오늘에 와서 생각해 보면 대단한 선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녀시대 윤아가 어느 고등학생에게 묻습니다.

"넌 꿈이 뭐야?"
"국회의원이요."
"왜? 왜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
"그냥 놀고먹는 거 같아서요"

  유튜브 영상에서 아마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학생의 대답이 당돌하면서도 웃픈 현실을 반영합니다. '나는 나중에 무엇을 하면서 살까?' 학생들의 끊임없는 질문이죠. 꿈이 없으면, 꿈이 없어서 힘들고, 꿈이 있으면, 그 높은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실력이 못 따라주니 슬프고, 이래저래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진로상담을 하면서 "넌 무엇을 하고 싶어?"라고 하기에 " 비행기 조종사, 파일럿이 되고 싶습니다!" "항공대학교 가려면 반에서 3등 안에 들어야 돼!" "네~" 그 자리에서 그냥 포기!


   절대 가난에 힘들었던 시절엔 뭐 하나 사려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했습니다. '얼마만큼의 가성비로 갖고 놀 수 있을까? 과연 이 돈으로 사는 것이 맞는가? 낭비는 아닌가? 돈을 허투루 쓰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고민합니다. 진로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대학에 가서 이것을 전공하고, 졸업 후 이 정도의 커리어를 쌓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미래를 계획해 봅니다. A플랜, B플랜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돌리고 돌리다가 결국 부딪히는 문제가 '죽음'에서 딱 걸립니다. '그렇게 살다가 죽으면?'


  '죽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이 허무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어차피 죽는 건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마 현실성이라고 전혀 없는 'N ; 직관형 (iNtuition)' 성향이 강해서 인 듯도 합니다. 어쨌든 천하를 호령한 진시황제(秦始皇帝)처럼 불로장생의 명약을 찾으러 다니지는 않았지만 '생명'에 대한 보장이 없다면 어떤 계획도 세워질 수가 없는 것이었죠. 검을 찾기 위해 배에 위치를 표시하는 것이나 '없어질 인생'에 '100쪽짜리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동일한 어리석음으로 느껴졌습니다.

대저 생명의 원천이 주께 있사오니
주의 광명 중에 우리가 광명을 보리이다
(시편 36:9)


  믿음과 신앙이 머리로 계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입으로  '그리스도 예수'주(主)라 시인하고 입으로 고백하여 구원(救援)을 얻게 되는 은혜를 경험할 때 진정한 '인생의 반석'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20대 초,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침대 광고 카피처럼 저에게 존재의 근원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살아갈 이유와 소망을 갖게 하는 '예수 그리스도 복음'이 분명 흔들리지 않는 '반석'을 제공해 주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는 그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지혜로운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되 무너지지 아니하나니 이는 주추를 반석 위에 놓은 까닭이요, 나의 이 말을 듣고 행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 같으리니, 비가 내리고 창수가 나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부딪치매 무너져 그 무너짐이 심하니라. (마태복음 7장 24~27절)

  아내와 주일예배 드리러 가는 차 안에서 대화를 하다가 부모님 이야기를 잠시 했습니다. 갑자기 몰려오는 허무감이 또 나를 지배합니다. '엄마, 아버지도 이제 안 계시네.... 인생 참 허무하다'.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요 지내온 삶이 '괴로움'이라...... 흔들리는 배 위에서 칼을 찾겠다고 또 각(刻)을 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맑고 투명한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서둘러 배에서 내려야겠습니다. 각구검(刻求劍)! 배에 새기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 오늘의 호흡을 재장전(裝塡) 해 봅니다.


대문사진 출처 : freepix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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