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자꾸 영감이 떠오른다고

영감은 난데?!

by 위엔디

아내가 아침 묵상글을 가족 단톡방에 1년 넘게 공유를 했습니다. 내 몫은 매일 올려진 글을 갈무리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보기 좋게 문서파일로 만들어 놓는 겁니다. 며칠만 게으름을 피우면 밀린 글이 한 달 치가 쌓여 갑니다. (꾸준히 무엇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렵습니다) 얼추 한 묶음 되는 양의 묵상글을 소장용으로 3-4권만 제본해서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내의 묵상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선물해 줬다.

한 동안(몇 년간) 묵상 글은 카톡에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최근 들어 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영감이 떠오른다고 단톡방에 시를 써서 올리네요.(영감은 난데?!)



작은 빛


웅크리고 있으니 세상이 작다

공간이 어둡다

더바짝 웅크린다

그런데

작은 빛이 들어온다

엄청 작고 작은 빛

어두워서 볼 수 있는 빛

꽤나 선명하다


내 공간 속 빛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몸을 일으키라고

절망은 내 것이 아니라고

일어나서 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라고


작은 빛처럼 목소리가 작다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리가 풀려서 움직여지지 않는다

웅크려진 공간이 편안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일어설 것인가?


작은 빛은 여전히 비추고 있다

공간 속에서 손으로 잡을 수 있을법한 느낌으로ᆢ

고개를 든다

공간 안의 빛을 본다

후덜 거리는 다리를 펴고

일어선다


한걸음을 뗀다

오늘은 여기까지ᆢ

힘든 싸움 그런데 내가 가야할길로 바로 걸어간다면

오늘 걸음이 복된 길일 것이다



둥지


까치가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찾는다.

뿌리가 깊고 기둥이 튼실한 나무를 찾았다.

나뭇가지도 무성하다.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둥지를 만들기 위해 나뭇가지를

나른다.


예쁜 둥지가 완성되었다.

커다란 나무 위 둥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뭇가지로 만든 둥지는 작고 보잘것없지만 나무는 크다.

둥지가 집이 아니라 나무가

집이 되어준다.

어떤 나무에 집을 짓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깊은 뿌리

넓디넓은 기둥

무성한 가지

작은 둥지

작아도 더 이상 작지 않다

큰 나무를 찾았기 때문이다


다시는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주님은 오늘 나에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마

내가 큰 나무가 되어줄게

너의 둥지를 마음껏 만들렴

주님의 손을 잡고

오늘의 집을 지어야겠다




올해의 마지막은,
아내가 써둔 시(詩)로 남겨두려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피아노를 가져가겠다는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