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역치가 낮은 사람에겐 휴지가 필수적이다. 곁에 휴지를 두고 닦아내는 것은 사실 눈물보다 콧물이 많다는 것도, 역치가 낮은 사람들의 경우 잘 알 것이다. 오늘도 나는 1일1눈물콧물 한 뒤, 몸 안에 쌓인 모든 것을 팽 하고 빼냈다. 팽의 횟수 만큼 나의 코는 가벼워지고, 휴지 뭉치가 늘어난다.
오늘은 이 휴지들이 난데없이 '반만'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같이 사는 친구가 이것을 치웠다고 하기에는 글쎄 반만 치웠을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분명 공들여 탑을 쌓아놨거늘 누군가 탑의 윗부분만 쏙쏙 빼먹은 꼴이 되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기 멀리 코 묻은 휴지가 낱개 낱개 찢어져 눈가루 처럼 흩뿌려져 있었다. 임시보호 중인 다코타의 소행일 것이다. 코타를 한 번 슥 보니 열심히 놀고 지쳐 잠이 든 얼굴이다. '이걸 언제 가져갔지' 별 의미 없을 그 코 묻은 휴지 파편들을 물끄럼히 보면서, 울지 말라고, 이만큼은 덜 울어도 된다고 말하려는 걸까 하며 말도 안 되는 의미를 만들었다. 그러곤 내일은 조사진 만큼은 덜 울어야지. 혼자 굳게 다짐하며 나머지 휴지들도 휴지통에 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