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몫은 무엇인지 아니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 목록을 뚫어져라 본다. 뚫려라… 뚫려서 다 사라져 버려라… 하지만,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막상 일이 사라지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런 쓸모없는 인간, 할 일이 이렇게도 없다니. 갈팡질팡하는 마음은 29년 차를 넘어 30년 차가 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고양이들을 뚫어져라 본다. 그들은 저마다의 몫을 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을 달라며 말을 건네고, 나의 무릎에도 앉았다가, 저기 멀리서 사냥 놀이를 하다가, 박스에 들어가 단잠을 잔다. 간단하지만 각자의 몫을 해내고 있다. 매일 주어진 일을 묵묵하게 해내는 고양이가 여기 셋이나 있다.
고양이 못지않게 자신의 몫을 해내는 강아지 하나도 있다. 우선, 밥그릇 청소를 정말 잘한다.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혓바닥으로 그릇의 표면을 청소한다. 그리고 발라당 배를 보이며 아침인사를 한다. 마치 일어났으면 나의 배 만지지 않겠고 묻는 듯하다. 그러다가 점심때가 되면 산책을 한다. 여러모로 냄새를 맡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크게 힘도 주어 큰 일을 해낸다. 그리고 신이 나서 달린다. 헤헤하고 웃는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나 오늘도 완전 잘했지?”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다 나를 보면 부끄럽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빼곡히 써 내려간 할 일 목록. 그것은 그냥 발버둥에 지나지 않다. 사실은 내 몫을 알지 못해서, 어떻게든 몫을 만들어내려고 지면 위에서 연필로 발버둥을 친 것이다. 그 자국들을 하나씩 지우며 나는 오늘도 나를 속인다. 오늘도 내 몫을 해내고 있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