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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Aug 04. 2022

비자림 산책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 비자림이 있어 좋다. 얼마 전 '천일동안 글쓰기' 프로젝트 단톡방에 초대돼서 멤버가 됐다. 나 포함 세 명이다. 두 명은 이미 200일 이상을 진행했다고 한다. 나도 이번엔 제주 와서 글쓰기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기회가 닿았는지 정말 고마울 따름이었다.


참여한 지 이제 열흘 쯤 된 것 같다. 혼자 했으면 하루 정도는 건너 띠고 그랬겠지. 공동의 목표라는 것이 내일로 미룰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작용해서 인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같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보는 건 처음이다. 목표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나와의 약속이고 함께하는 약속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진다. 


얼마 전 이 친구들과 아침에 만나 비자림 산책을 했다. 사실 그 둘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와 그 친구의 지인이다. 생각이 비슷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게 있어 갈수록 더 돈독해지는 기분이다.


산책하는 것도 다들 좋아한다. 아무도 우릴 방해할 수 없는 시간에 모여 비자림을 걷기로 했다. 셋이 만난 건 처음인데 우린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서로에 대해 마치 잘 아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고요한 아침의 비자림을 함께 걷는다는 것.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비자림 한 바퀴를 돌고는 각자 집으로 향했다. 


얼마 전 읽었던 책 내용 중 <시간을 돈과 바꾸지 마라>는 내용이 생각난다. 언제부턴가 내 시간을 누군가에게 공짜로 내놓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시간은 정말 돈보다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 책의 글 귀를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시간을 잡아먹는 악의의 것들로부터 멀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렇게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달리는 우리의 시간은 소중했고 행복했다. 새소리를 듣고 새 이야기를 하고 나비 얘기도 하며 꽃 이름도 알려주고 마치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우리는 또 내일 새벽에 만나 산책을 할 계획이다. 이번엔 올레길이다. 그러고 보니 제주 내려와서 올레길을 제대로 걸어 본 적이 없다. 처음으로 시작해보는 올레길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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