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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Aug 03. 2022

연습만이 해낼 수 있다

프리다이빙, 김녕 세기 알 해변

얼마 전 배운 프리다이빙 매력에 빠져서 어제오늘 바다에 나가 연습을 했다. 그제는 비가 많이 내린 직후라 물이 탁해서 별 재미를 못 느꼈고 어제는 건너 띠고 오늘 드디어 바다를 부르는 날씨가 펼쳐졌다.


평대해변을 늘 다니다가 알세기해변이 스노클링 하기에 좋다는 어느 블로그를 보고 오늘은 김녕세기알해변을 찾았다. 요즘 바다에 피서객들이 정말 많아졌다. 제주 온 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다.


세기알해변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그곳은 김녕성세기해변에서 서쪽 방향으로 꺾인 자그마한 해변이다. 원래 이름도 없던 곳이었고 사람도 없어서 예전에는 그곳을 자주 갔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세기알이름이라고 이름도 붙여졌다.


많아진 피서객들로 인해 좀 일찍 다녀 올 셈으로 오전 10시 좀 넘어서 나갔다. 그런데 벌써 자리를 다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은 날씨도 한 몫한 것 같다. 8월의 찜통더위가 시작되었는지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파라솔 펼칠 자리도 없고 겨우 끝으로 가서 펼친 후 스노클링 장비를 챙겨 바다로 바로 들어갔다. 이제는 의자에 앉아서 쉴 여유도 없다. 수영도 못하는 내가 프리다이빙이란 것을 배워서 물놀이에 완전히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발차기 연습도 해야 되고 덕다이빙(물속을 거꾸로 들어가는 방법) 연습도 해야 한다. 허벅지에 힘을 주고 발을 차야 한다고 했을 땐 감이 잘 안 왔다. 그제 평대해변에서 몇 번 연습을 했고 오늘 좀 더 연습을 했는데 이제야 확실히 그 감을 익혔다. 뭔가 안되던 걸 해 냈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그런데 문제는 덕다이빙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다 보니 잘 되지 않았다. 어제는 유튜브로 다른 사람들의 방법들을 찾아보고 그 방법대로 하려고 애썼는데도 잘 되질 않았다. 물론 수심이 깊지 않은 곳이라 제대로 입수하기엔 어려웠지만 정수리는 바닥을 향해 잘 들어가는 것 같은데 다리가 올라가질 않았다.


바다를 가지고 노는 남편은 내게 다그친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본인의 방법대로 연습하라고 하면서 물구나무서기 연습하듯이라도 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잘 되지 않고 더 하다가는 이도 저도 안될 듯해서 난 계속 내가 배운 방식대로만 고집하며 혼자 연습하겠다고 했다.


혼자서 계속 머리를 처박으며 덕다이빙 연습을 했다. 하다 보니 뭔가 된 듯한 느낌이 오고 있었다. 바로 이 느낌이야.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스쳤다. 나를 봐주던 남편도 좀 되는 것 같다고 했지만 뭔가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감을 찾았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며 맘 속으로 혼자 웃었다.


남편은 이제 발차기는 잘하는 것 같다며 손으로 물 잡는 법을 알려줬다. 발차기가 잘되니 손으로만 해서 나아가 보라고 한다. 물에 뜨는 게 되니까 이제는 손으로 헤엄치는 것도 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 연습을 해보니 이제 그것도 좀 할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발차기를 안 하고도 손으로도 헤엄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요즘 물속이 너무 좋아지다 보니 이것저것 다 배워보고 있는 중이다. 서울 올라가면 수영부터 배워볼까도 생각 중이다. 아직도 깊은 바다 위를 떠있는 건 좀 두렵다. 프리다이빙은 안전장치로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부이가 있어 좀 마음이 놓이긴 한다.


잘하려면 모든지 연습과 반복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30대에 처음 배울 때도 반드시 배우고야 말 거라는 믿음 하에 일산 호수공원을 돌며 3시간 만에 터득했다. 가르쳐주는 건 한 번이지만 연습만이 빨리 익힐 수 있는 최고의 스승이다. 몸으로 익히는 운동은 내 몸이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한 번 익혀 둔 동작들은 알아서 움직여 준다.


내일은 오후쯤에 다시 세기알해변으로 갈 예정이다. 날이 좋으니 바닷물도 맑고 투명해서 스노클링만 해도 물고기를 볼 수 있어 즐겁다. 그곳은 스노클링 하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제주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비가 많이 내려 바다에서 시간을 많이 못 보낸 것이 많이 아쉽긴 하지만 뭔가 하나씩 배워가는 기쁨에 알찬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마음은 가볍고 행복하다.


김녕 세기알해변, 스노클링하기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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