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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Aug 29. 2022

성공하는 사람은 달라도 많이 달라

직장 생활하며 유일하게 본받고 싶은 사람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여의도에 있는 한 금융회사다. 2002년 4월 나는 이 회사를 입사했고 2014년 퇴사를 했다. 그리고 다시 2021년 재입사를 해 2년째 다니고 있다. 나이가 있었기에 재입사라는 건 상상도 못 했지만 운명이라 받아들였다.


다시 온 회사에는 오래전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70명이나 있었고 대부분이 상무, 이사, 부장의 직급을 달고 있었다. 고인물은 썩는다고 했던가. 회사를 밥 줄로만 생각하고 눌어붙어 앉아 편하게 직장 생활하고 있는 사람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데다 목소리는 더 힘이 들어가고 소리도 더 커진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닌다는 것은 결코 좋아 보이진 않는다.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라도 같은 업계 다른 회사를 다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최근 임금피크제가 생겨 만 55세가 되면 퇴사를 해야 된다. 그 이유로 퇴사 1년 전부터는 거의 놀다 나가는 분위기다. 임원이 되면 1년씩 연장의 기회가 있지만 사장 눈 밖에 나면 바로 아웃이다. 한 회사에 뼈를 묻을 만큼 전문가가 됐으면 업계 사장이라도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최근 그렇게 아웃돼서 몇몇 임원이 나갔다. 다 예전부터 잘 알던 사람들이다. 좋은 곳으로 스카우트돼서 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나이가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금융업계 대표가 된다는 것은 그냥 쉽게 얻어지는 타이틀이 아니다.


내가 회사를 입사할 때 나보다 몇 달 먼저 들어온 우리 팀에 팀장이 있었다. 그때는 회사 규모가 작아서 전 직원 다해야 50명도 안됐었다. 마케팅팀 팀장이었던 그분은 지금 외국계 대표가 됐다.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야근은 기본이었고 상품 판매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매일 고민하느라 그때부터 머리는 희끗희끗했다. 30대 중반. 회사에 대한 고민은 혼자 다 짊어지고 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주말에도 대부분 책만 읽는다고 했다. 회사에 항상 일찍 출근해 업무에만 고민하셨던 분이다. 생각이 엄청 많았고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분이셨다. 뿐만 아니라 팀원들과도 잘 어울리는 자상한 분이기도 했다. 그렇게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해야만 할까 그 당시에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업무 평가라는 게 있어서 열심히 해야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뭔가 업계에 대한 자부심과 포부가 컸던 분이셨던 것 같다. 그런 애착과 노력이 있어야만 대표라는 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회사에 대표가 바뀌면 전체적으로 물갈이가 된다. 길면 4년 짧으면 2년이다. 그때 우리 팀장님이 회사를 나가게 된 것도 새로운 대표와 안 맞는 것들이 부딪히면서 다른 곳으로 이직하게 됐고 그 이후로 임원이 일찍 된 데다가 몇 년 전부터는 외국계 대표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올라갈 수 있는 자리다. 거기다 외국계는 영어도 잘해야 되는데 영어를 잘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성공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남들과 다르다. 성공 뒤에 숨은 노력과 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 법이다. 임원만 하다가 퇴직하고 집으로 가는 케이스가 많다. 적당히 살면 적당한 삶에 맞춰진 삶밖에 살 수 없다.


얼마 전 팀장님이 여의도에 온 김에 차 한잔 마실 수 있냐 해서 만났다. 물론 작년에 서울로 다시 왔을 때도 저녁 한 번 먹은 적이 있다. 커피숍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났다. 팀장님은 지금도 책을 많이 본다고 한다. 외국계는 우리와 업무 방식도 많이 다르고 대충 해선 살아남을 수가 없다고 한다. 아직도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최고다. 아들 하나 있는 데 공부도 잘 시켜 지금은 해외에 나가서 일한다고 한다. 희끗희끗해진 머리는 요즘 염색 샴푸 한다며 머리 색깔이 노랗게 변했는데 괜찮지 않냐며 웃는다. 우리 팀장님은 내가 회사 다니면서 가장 본받고 싶은 유일한 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팀장님이라 부르지 않고 대표님이라 부른다. 어색하지만 그래야겠지.


회사에서 자기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회사를 위해 자신이 쌓을 수 있는 업적에 대해 고민하며 매진하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이 대표가 돼야 되는데 대표는 계속 바뀐다. 회사를 파악하기도 전에 임기는 만료된다. 회사를 이끄는 건 임직원인데 오래 다녀도 대표를 못하는 이유는 뭘까. 적어도 오래 다니면서 임원이라는 자리까지 올랐으면 다른 회사를 가더라도 대표직 한 번 해봐야 되는 거 아닌가.


날이 좋아서 .. 주말인데 회사에 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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