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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Jul 28. 2022

새벽에 일어나

나는 늘 8시에서 9시에 잠드는 걸 습관화해왔다. 잠을 많이 자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두운 새벽이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어서다.

2018년 가을쯤이었을 것이다. 자격증 준비를 위해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다.


낮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밤이 돼야 시간이 났지만 도통 밤에는 책상에 앉을 수가 없었다. 하루의 고단함과 피곤함이 밀려와 집중이 안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애써 잠을 일찍 청했다.


겨울에는 해가 늦게 뜨기 때문에 4시에만 일어나도 세네 시간은 집중할 수가 있다. 어쩌다 새벽 2시에 깰 때도 있고 잠에서 깬 후 다시 잠을 청하지 못할 경우에는 12시나 1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새벽은 그렇게 나만의 시간을 갖기에 너무도 편안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새벽형 인간으로 살게 된 것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만든 습관  가장  한일이다. 회사를 다니는 지금도 5 반에는 무조건 일어난다. 아침에 30분간 책을 보고 일찍 출근한다. 7시쯤 회사에 도착해서 출근시간까지는 책을 읽거나 관심 공부를 하는 편이다.


다시 회사를 다닌 후로는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다. 회사를 다니고 싶어서 다시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늦은 나이임에도 나를 불러주는 회사가 고마웠다. 7년간 경단녀의 흔적을 지우기라도 하듯이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오늘 1시가 넘어 눈을 떴는데 잠이 오질 않아 핸드폰을 켜고 카톡 메시지와 인별을 확인했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그냥 일어나 버렸다. 드립 커피를 마시기 위해 포트에 물을 올려놓고 책상에 앉았다.


읽고 있던 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최근에 회사에서 나눠 준 아이패드에 손글씨 메모를 해가며 기록해야 할 것들을 적어 놓는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열심히 읽어 내려간다. 대기 중인 다음 책들이 많아 마음은 급하지만 그래도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읽어 내려간다. 관심이 있는 책은 그렇게 읽어도 페이지가 쉽게 넘어간다.


잠시 책을 덮고 글을 써 본다. 새벽 시간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책 보는 것 공부하는 것 외에는 다른 건 하지 않는다. 오늘은 좀 일찍 일어난 탓에 생각난 것들이 떠올라 글 쓰는 것에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집중이 잘 되는 새벽시간, 뭘 해도 이 시간에 하면 정말 몰입 하나는 잘 되는 것 같다. 특히 제주에 와 있는 동안은 더욱 그렇다. 고요의 끝판왕이다. 잠시 귀 기울여 본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남편의 코 고는 소리와 나지막이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 외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지금은 벌써 4시 반이다. 책을 읽는데 몰두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그래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는 항상 책을 읽는다. 요즘엔 주로 전자책을 보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금방 도착지에 다다른다.


요 며칠 종이책을 두 권째 보고 있는데 사실 종이 책이 보는 맛은 더 좋긴 하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가지고 있던 책들은 모두 정리했고 어쩌다 종이책이 그리울 때 한 두 권씩 사는 편이다. 현재도 책장엔 책이 몇 권 없다. 최근 회사에 책들이 많이 있어 그곳에 있는 책들을 주로 보곤 한다.


새벽에 글을 쓰니 역시 집중력이 좋다. 글 쓰는 시간도 아끼지 말고 새벽에 내줘야 될까? 동이 터오는 시간이 늦어지는 겨울이 그것만큼은 좋다. 난 여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제 곧 해가 떠오르겠지. 오랜만에 어두운 시간에 일어나 조용한 새벽시간을 즐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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