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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Jul 30. 2022

부의 추월차선에 올라타다

나는 어떠한 종교도 없고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내가 유일하게 믿고 신뢰한 게 있다면 바로 풍수다. 나는 최근까지도 미니멀 라이프와 풍수만 잘해도 행운이 올 거라는 기대만 하고 살았다. 실제로 행운을 가져다주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행운을 불러 올뿐 돈을 불려주진 않았던 것 같다.


대략 22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캐런 킹스턴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풍수와 함께하는 잡동사니 청소>라는 책을 읽고 난 바로 실행에 옮겼다. 나는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좀 미련할 정도로 오버해서 하는 편이다. 비워야 편안한 삶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요즘엔 이것을 미니멀 라이프라 부른다. 


인생에 있어서 내게 가장 힘든 시기였고 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책을 믿어봤다. 뭔가 버리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책을 덮고 나서 방 안을 둘러보았다. 크지도 않은 방에 짐이 한가득이었다.  난 바로 일어나 모든 것을 내다 버렸다. 


책은 모두 도서관에 모두 기증했고 LP판 500여 장은 지인에게 모두 그냥 넘겼다.(단, 조건은 언제든 내가 필요하면 돌려주겠다는 거였다. 지금까지도 돌려받고 싶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도 미련 없이 버렸다. 


버리지 못한 딱 하나, 음악 CD만은 못 버렸다. 음악을 좋아했었고 한 장 한 장 모으는 것이 내게는 그 당시 가장 큰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물건이 주는 기쁨과 감동이 있는 것만 버리지 말라고 했다. 음악 CD만은 내게 기쁨이었고 최고의 위안이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유일하게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건 이 것 딱 하나뿐이다. 어쩌면 이 것마저도 비워야 할 때가 왔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정말로 행운이라는 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힘들어했던 순간들도 그냥 사라져 버렸다. 그 후론 풍수를 얼마나 믿고 살아왔는지 대략 짐작이 갈 것이다.


나는 이와 비슷한 책을 22년 만에야 읽고 있다.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첫 장부터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책은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이다. 이 책을 읽고 보니 내가 전형적인 서행 차선을 달리고 있었다는 생각에 머리에 지진이 났다. 이 책이 나온 지 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간다는 게 참으로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원망할 필요도 없다. 나 스스로가 부를 쫓아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리석게도 최근까지 풍수만 실행하며 사느라 내 몸만 피곤하고 힘들고 지치기만 했다. 부와 관련된 책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살았다.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다는 자신은 하면서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다른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자기 계발 책은 좋아했으나 거기에 부에 대한 공부는 쏙 빼놨던 것이다.


이 책을 보면서 느낀 건 인도, 서행 차선, 추월차선을 구분해 놓은 인간의 삶의 방식이다. 서행 차선에 좋다고 웃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시대가 만든 역발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가 이런 세상이 올 거라고 예측이나 했겠는가. 선견지명이 있었던 똑똑한 사람들은 했겠지만 말이다. 


월급 노예로 산다는 것이 싫어 회사를 그만둔 내가 다시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제주에서 디지털 노매드를 꿈꾸고 있을 때 진작에 이 책을 봤었어야 했다. 회사로 돌아가는 걸 잠시나마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이 불행이었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회사가 주는 월급에 감사해야 할 노릇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고맙겠지만 생각해보면 회사만 좋은 일 시켜주는 셈이다. 그런 회사에서 내 재능과 시간을 쏟는다는 게 아까울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부의 추월차선으로 갈아탈 준비를 하려고 한다. 


모든 것이 때가 있어서 일까. 또 나름대로 합리화를 시켜본다. 10년 전에 나온 이 책을 그 당시에 봤었더라면 내가 지금과 같은 생각을 가졌을까? 분명 아닐 것이다. 이 책이 이렇게 늦게 나에게 온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의 습성이 자꾸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무의식 속에 내가 나를 가두는 일을 매번 반복하며 실수했던 과거의 모습이 정말 치가 떨리도록 무섭고 소름 끼친다. 내 고집에 스스로 넘어가 힘든 삶을 선택했던 것이다.


22년 전 미니멀 라이프로 행운을 얻었다면 앞으로는 내가 탄 부의 추월차선을 따라 당당하게 부자의 대열에 낄 준비를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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