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영향인지 며칠째 비만 계속 내린다. 바다에 가고 싶은데 날씨가 계속 안 좋기만 하다. 제주는 원래 비가 많이 내리긴 하지만 올해는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았다. 이렇게 한꺼번에 몰아 오려고 그랬나 보다. 빗소리가 엄청 크고 무섭다. 이런 비는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다. 쏟아붓는 다고 해야 하나 빗방울이 아니다. 물폭탄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이런 물폭탄은 태풍이 올 때도 내리지만 날씨 상황에 따라 자주 내린다. 온 세상이 물에 잠길 듯이 퍼붓는다. 우리 집은 지붕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엄청나게 시끄럽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오늘 같이 퍼붓는 날에는 어딘가에 비가 새기도 한다. 이런 물폭탄 비가 내리는 날엔 밖에 나갈 수도 없다. 우산을 쓸 수도 없고 운전하기도 힘들다.
감상에 젖을 만한 비가 내려야 어디 카페라도 가겠지만 집 밖을 나갈 수 없으니 비 오는 걸 감상하는 게 아니라 빗소리에 지쳐 뭔가에 집중도 잘 되지 않는다.
우산이 필요가 없다. 바람에 우산이 다 뒤집어지기 때문에 우산을 펴느니 그냥 잠깐 맞는 것이 났다. 집에 있는 우산도 멀쩡한 게 하나도 없다. 어딘가 모양새가 다 이상한 것들만 굴러다닌다.
태풍이 올 때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때는 파도 구경이라도 나가는데 이 비는 그친 것처럼 잠잠하다가도 갑자기 퍼붓는다.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 후둑 후둑 후두 두두둑 촥촥촥촥~~~~~~ 막 퍼붓는다. 약간 공포스럽기도 하다. 마치 수많은 벌레떼들이 몰려오는 것처럼. 이런 느낌 이젠 좀 익숙해졌나 싶다가도 가끔 떠나고 싶어 진다. 제주의 날씨는 정말 변덕스럽다.
8월의 날씨는 항상 화창한 날들만 있었는데 내일은 비와 함께 8월을 맞이하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