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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당무 Aug 01. 2022

될 때까지 해보는 습관

예전에는 될 때까지 해보는 습관이 있었다. 하다가 막히면 잠이 안 와서 인터넷을 찾아서라도 꼭 해결해야만 했다. 잠도 자지 않았다. 밤을 새워서 하는 것이 피곤해도 즐거웠다. 그것은 바로 코딩이었다.


코딩을 하다 보면 실행이 안 되는 경우를 만난다. 텍스트 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프로그래밍이다. 몇 시간씩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다가 결국은 해답을 찾는다. 새벽이 가까이 와도 피곤함보다는 문제 해결에 기쁨이 더욱 컸다.


그렇게 나에게도 될 때까지 해보는 습관이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금도 그런 습관이 사라진 것 같지는 않다.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사진학원까지 다니며 필름 현상 및 인화까지 직접 해보았으니 취미 사진가로서는 체계적으로 배운 셈이다. 동호회까지 만들어 몇 년간 활동도 열심히 하며 사진을 잘 찍는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지는 것에는 누구보다 깊이 파고드는 습성을 지닌 것 같다.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점점 글 쓰는 것이 재밌어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오랫동안 해왔지만 글보다는 사진이 많이 올라가 있다. 글 쓰는 시간보다 어쩌면 사진 보정하는 시간이 더 걸렸을지도 모른다. 브런치가 좋은 이유는 사진에 대한 부담이 없고 글에 집중을 할 수가 있어서다. 


글을 잘 쓴다기보다는 글 쓰는 걸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일이다. 일기 쓰기 숙제가 있었다. 일기 쓰기도 숙제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난 그때 일기를 좀 길게 썼던 기억이 난다. 공책(그 당시엔) 한 페이지에 하루 일기가 꽉 찰 만큼 매일매일 일기를 썼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선생님이 갑자기 나의 일기장을 펼치며 반 아이들에게 내 일기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난 너무도 쑥스러워 차마 들을 수가 없어 귀를 막았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은 내가 쓴 일기가 마음에 드셨는지 아이들에게 '일기는 이렇게 쓰는 거야' 라며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 이후로도 일기는 진짜 오랫동안 써왔다. 20대에도 두툼한 일기장이 있었다. 첫사랑을 시작했던 어떤 날에는 군대 간 남자 친구를 위해 별도의 일기장을 만들어 편지 같은 일기를 썼던 적도 있다. 그 일기장은 그나마 꽤 오랫동안 들고 있었는데 나중에 결혼하면서 버린 걸로 기억한다.


뿐만 아니라 그 군대 간 남자 친구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썼다. 내 편지 덕에 군대 생활을 편하게 했다고 후에 말했다. 두고두고 기억하겠다며 고맙다고 말하던 그 친구는 나보다 먼저 결혼을 해버렸네.


그렇게 뭔가 쓰는 걸 좋아한 이유는 생각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책도 그 당시엔 많이 읽었었고 감성이 풍부해서 그랬는지 글을 쓰다 보면 계속 길어지고 한 페이지에서 끝내야 되는 데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버리곤 해서 늦은 잠을 청할 때도 많았다.


내가 브런치를 만나게 된 건 이제부터라도 그동안 못다 한 일기를 쓰라고 인연 맺어진 것 같다. 20대부터 원하던 것 하나가 에세이집 내는 것이었다. 아직도 그 꿈은 버리지 않고 있다.


20대에 읽었던 이정하 님의 <우리 사는 동안에>는 내게 큰 감동을 준 책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었고 나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 책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나도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이제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난 될 때까지 해 볼 작정이다.


2022년 8월 1일 집에서 보는 일몰(리터칭). 여기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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