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언니네 마당" Vol.1 - 백창화 언니 인터뷰
한때 국내 최고 걸그룹 멤버였던 이효리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그녀의 패션이나 노래 때문이 아닌, 그녀의 일상 때문이다. 유명 스타로서 모든 것을 가진 그녀의 일상은 매우 화려하고 도시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탈하고, 전원적이고, 인간적이다. 그리고 그녀의 행보는 확실히 대다수의 스타들과는 다르다. 이처럼 자기 나름의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그것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비단 이효리뿐이랴. 우리 주변에도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과 믿음,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많은 언니들이 있다. <언니네 마당>이 그녀들을 찾아가 그녀들이 사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40년 넘게 살던 서울 토박이 백창화 언니.
그녀는 3년 전 돌연 귀촌을 선택했다. 그리고 기자와 사립 도서관장 생활을 모두 접고, 현재 충청북도 괴산 작은 시골 마을에서 남편과 함께 도서관 겸 서점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에서도 대형 서점들과 온라인 서점들로 인해 작은 서점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요즘, 그녀는 시골 마을에 책방을 열고 책과 자연이 함께 하는 “책마을”을 꿈꾸고 있다.
마을이 참 예쁘고 평화로워요. 이렇게 한가롭고 조용한 마을에서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책 읽고, 글도 쓰고… 최근에 지인들이 우리 책방을 페이스북으로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고 권유해서 페이스북을 시작했더니, 솔직히 매일 SNS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페이스북은 제가 쓴 글에 바로 반응이 오니까 거기에 답하고, 친구 요청받고 하다 보니 책 읽는 시간이 확 줄어들 만큼 많은 시간을 쓰게 되네요. 소셜 네트워크라는 게 이런 거구나 느끼고 있어요.
이곳 시골에 내려와 책방을 운영하며 지내면서 좋은 때는 언제인가요?
지인 혹은 좋은 사람들이 이곳까지 찾아와서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일상 이야기도 듣고 하는 게 참 좋아요. 제가 사람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을 참 좋아하거든요. 아! 그리고 요즘 하루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있는데, 바로 밤 12시예요. 제가 시골에 와 있으면서부터 하늘을 자주 보게 되는데, 특히 시골은 밤하늘이 정말 좋아요. 제가 원래 야행성이라 밤늦도록 깨어 있을 때가 많은데, 밤 12시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마당을 걷고 있노라면 우리 고양이가 어딘가에서 나타나 저를 졸졸 따라다녀요. 고양이랑 같이 산책하면서 별 보고, 달 보고...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여유가 참 좋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그래요.
삶에서 어떤 것들에 가치를 두시는지?
정의와 평화!?(웃음). 세상에 참 정의롭지 않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크고 작은 부조리한 일들도 현실에서 많이 보게 되고요. 옛날부터 세상이 평화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원래는 서울에서 도서관을 운영하셨죠?
네. 원래 도서관을 좋아했고, 도서관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때가 2001년, 우리 아이가 초등학생이었죠. 그 당시에는 어린이 도서관이 많지 않았어요. 아이와 방과 후에 도서관에 가서 책도 읽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주변에 어린이 도서관도 없고, 또 막상 찾아가 보면 옛날 책 위주에, 좋은 책도 별로 없고... 기대에 못 미치는 곳들이 많았죠. 아이들이 와서 마음 편히 놀고, 책도 읽고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어요.
도서관 주변에 사는 부모님들이 많이 응원해주고 힘을 주셨죠.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도 도서관을 무척 좋아했어요. 동네 초등학교 아이들이 주로 우리 도서관을 이용했는데, 제 아이를 도서관에서 키우면서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었어요. 엄마들과 함께 품앗이 형식으로 도서관을 운영했는데 처음에는 작은 커뮤니티로 시작했던 도서관이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 영역과 규모가 점점 커졌고, 도서관다운 공공성을 갖게 되었죠. 그러면서 어린이 도서관 만들기 운동도 하게 되고... 그런 도서관 활동을 10년 정도 한 셈이에요. 10년 동안 도서관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전국에 어린이 도서관, 공공 도서관이 많이 들어서서 굳이 사립 도서관을 계속해나가기보다는, 그래도 아직 지방은 책 문화가 척박하니 시골에 가서 책과 관련된 문화 활동을 하면서 노후를 보내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죠. 제가 실제로 마을에서 생활하면서, 마을과 함께 책문화 활동을 하고자 이곳에 정착하게 된 거예요.
귀촌하신 지 이제 3년이면 전원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셨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저는 도시 체질이라 시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편은 계속 시골로 가고 싶어 했고요. 그래서 결국 이렇게 시골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계획된 마을로 오게 되었어요. 보통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전원생활을 하면 이러이러한 점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그 이상으로 훨씬 좋아요. 제가 그걸 직접 느끼고 깜짝 놀랐어요. 자연과 함께 산다는 것은, 책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해 들으면서 ‘맞아, 좋겠지. 그런 것들이 당연히 좋을 거야.’라고 기대했던 것보다 실제로는 훨씬 더 좋았거든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서 계속 서울에서만 살았어요. 그러니까 시골은 전혀 가본 적도 없었는데, 여기 와서 살아보니 자연을 알아가는 게 정말 행복해요. ‘어린 시절에는 자연을 배우며,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어요. 저는 자연을 책으로 배웠거든요. 우리가 오늘날 이렇게 황폐화된 것이 진짜로 도시화 때문이구나,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살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자연 속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것과 도심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것은 많은 차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기대했던 것보다 자연과 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거예요! 책이라는 게 느리고, 아날로그적인 어떤 가치들을 담고 있는데, 자연이 또 그렇잖아요.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경험도 참 좋은 것 같고.
책방 인테리어와 오두막집을 다 남편이 직접 만들었어요. 남편과 둘이 머리를 맞대고 집을 꾸미고 책방을 꾸미면서, 이 집에 초대되는 사람들이 책의 향기를 느꼈으면, 책이 아름답다고 느꼈으면 했는데 실제로 사람들이 이 공간을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사실 우리는 과연 사람들이 이런 곳을 좋아할까 반신반의했거든요. 물론 우리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공간을 좋아하겠지만, 특별히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대체로 이곳을 편안하게 느끼고, 손에 자연스럽게 책을 들게 되고, 아이들이 특히 많이 좋아했어요. 요새 아이들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런 아이들도 책으로 가득 찬 우리 집은 많이 좋아해요. 신기하게 느끼고 아무 책이나 꺼내 보고...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이 “그러니까 성공이다!”라고.(웃음) 자연스럽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들도 변해요. 이런 것에서 보람을 느껴요.
또 여기가 책방이기도 하지만 저희가 조그만 공간을 손님들께 내드리기도 하거든요. 그러면서 평소 만날 수 없었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즐거움과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어요. 우리 집에는 여자분들이나 혼자서 쉬고 힐링하고 싶은 분들이 주로 방문을 하는데, 생각해 보니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조용히 쉴 만한 곳이 막상 찾으려면 별로 없어요. 이 책방이 그분들에게 친구 집에 온 것처럼, 친척집에 온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시골에 살며 책방을 운영하는 요즘엔 어떤 바람이 있으신가요?
이곳의 마을 도서관이 빨리 진행되길 바라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활동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책마을"을 만드는 거예요. 우리 마을이 책과 문화가 있는 마을이 되면 좋겠어 요. 내년쯤 숲 속 작은 책방 이야기가 책으로 나올 예정이에요. 우리가 시골에 책방을 만든 이유,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 책을 통해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저자:백창화 , 김병록 지음 )
마지막으로 <언니네 마당>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가 도서관과 책방을 운영하면서 어린아이들과 엄마들을 많이 만났어요. 제가 만났던 엄마들은 아이 교육에도 관심이 많지만, 독서 모임이나 그림책 모임 같은 엄마들의 소규모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신의 배움과 취미 활동도 꾸준히 하시더라고요. 제가 도서관을 운영할 때 종종 우리 작은 도서관이 엄마들을 성장시킨다고 얘기하곤 했어요. 엄마들이 도서관에서 품앗이와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아이의 성장과 함께 엄마도 성장하는 것을 직접 보았거든요. 예를 들면 요리 잘 하는 엄마가 아이들 간식거리를 챙겨 오다가 아이들 요리 선생님이 되고, 미대 나온 엄마는 미술 선생님이 되고, 손재주 좋은 엄마는 바느질 선생님이 되고, 도서관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하고요. 엄마들이 성장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볼 때와 마찬가지로 보람을 느꼈답니다. 30대, 40대 엄마들이 흔히 아이 키우느라 시간이 없다고들 하는데,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만의 무엇을 꾸준히 해나가야만 50대가 되었을 때 그것을 발전시켜 그 연장선상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아이의 매니저 노릇만 하며 자기 없이 살다가 50대가 되면, 아이는 자라서 품에서 떠나고 그때 가서 무엇을 시작하기에는, 물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힘이 들 거예요. 기왕이면 아이들이 성장할 때 엄마도 함께 성장하면 좋지 않겠어요?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고 꾸준히 발전시키셨으면 좋겠어요.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BOK00034691579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