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를 만나볼 시간 (2)

가족상담사 최형선 언니 인터뷰

by 이십일프로

나와 상대방의 관계의 문제,

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쓰고 살고 있어요. 직장인은 직장인으로서, 학생은 학생으로서, 선생님은 선생님으로서, 엄마는 엄마로서, 아빠는 아빠로서…. 살아가면서 가면은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것이죠. 이 사회에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역할과 가면은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르지만 그것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 상황에 맞는 가면을 제대로 쓸 때 비로소 나를 찾을 수 있는 것이죠. 아이랑 있을 때는 아이의 엄마로서, 남편과 있을 때 아내로서, 그때그때의 내 역할을 충실히 하는 거예요. 상대방이 원하는 것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줘도 내 역할을 충실히 잘 하는 거예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은 진짜 내가 아니에요. 함께 하는 사람에게 충실하고, 역할에 충실하면 관계 문제는 저절로 개선이 된답니다.


우리는 때로 우리의 생각으로 상대방을 지배하려고 해요. 그것이 바로 ‘기대’라는 것이죠. 상대방의 마음이나 생각은 고려하지 않고, 내 생각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죠. 그러다 보면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들이 생기게 돼요.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 나의 생각, 나의 바람 등을 말로 표현해 보세요. 예를 들어볼까요? 애인 혹은 남편과 함께 오랜만에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상대방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연극표를 샀어요. 상대방이 좋아하면 다행이지만, 상대방은 그냥 단둘이 조용한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을 수도 있고 피곤해서 집에서 쉬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만약 상대가 좋아하지 않는데 억지로 연극을 보러 간다면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거예요. 나의 감정과 욕구와 바람들을 상대방에게 말로 표현하세요. “난 오랜만에 단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우리 무얼 하면 좋을까?” 하고요. 그러면 상대방은 비로소 내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겠죠. 표현하지 않으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우리는 생각보다 우리의 감정, 정서를 표현하는 연습이 잘 되어 있지 않아요. 사실은 내 감정, 정서가 뭔지 잘 모를 때도 많죠. 내가 지금 언성이 높아진 이유, 내가 지금 화가 난 건지 화가 안 난 건지, 내가 지금 우는 이유는 슬퍼서 우는 건지 아니면 다른 감정 때문에 우는 건지…. 만약 화가 났어요. 그럼 일단 ‘아~ 내가 화가 났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하죠(알아차림). 그런 다음 화가 났으니 그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음을 챙겨야 해요(마음 챙김). 그다음은 ‘왜 내가 그때 화가 났을까?’ 내 마음을 다시 돌아 보고, 무의식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해야 하죠(마음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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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내 존재를 스스로 인정해야 해요.


나’라는 존재가 무엇이지, 내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서는 일단 내 안의 소리를 들어야 해요. 결국, 나를 알아가는 것은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그 모든 것들을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 남의 생각이 마치 내 생각인 것처럼 얘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TV, 인터넷 등으로 간접 경험한 것들을 가지고, 아는 척, 생각하는 척하는 경우가 많죠. 그렇지만 실제로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해서 나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연습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질적인 것, 즉 내가 여성이고 하나의 인격체인 것 등을 무시하고, 내가 누군가의 엄마이고 누군가의 딸이라는 역할과 의무만 수행하고 사는 것은 안 될 말이에요.


인간이 태어나서 가면만 쓰고 살아가는 것만큼 슬픈 일이 없어요. 나도 여성이고, 여성으로 보이고 싶고, 하나의 인격체라는 그 부분도 충실해야 하는 거죠. 결국 각각의 인간의 고유한 모습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삶의 태도가 무척 중요합니다. 그 말은 곧, 내가 나 스스로를 인정해야 한다는 거죠. ‘난 이만하면 됐어’, ‘괜찮아’, ‘내가 이래서 좋아’, ‘나 참 행복해’, ‘다행이야’라고 스스로에게 이야기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죠.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내 존재를 스스로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내가 누구의 엄마로서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 즉 가족은 나를 통해, 나는 가족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존재라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했을 때 확실해지는 것이고, ‘나’라는 것은 누군가와 함께했을 때 내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죠.


내가 존재감이 없고,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것은 어릴 때부터 나라는 존재를 다른 사람한테 맞추어 살았기 때문이에요. 남에게 맞춰 살다 보면, 내가 왜 사는지,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잘 몰라요. 그러니 남하고 비교하는 것으로는 절대 나를 찾을 수 없습니다. 결국 나를 찾아가는 것은 어릴 때부터, 아이 때부터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 훈련이 되어있지 않은 우리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에게 자꾸 물어보게 되는 거죠. 나는 누구인지, 나의 존재는 무엇인지…. 우리나라처럼 획일화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보이는 것들에만 집중하고 관심 갖는 사회에서는, 국민 한 명 한 명의 존재의 가치, 우리 아이들의 존재의 가치,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바라보는 시각, 그 자체가 ‘가치관의 전환’인 것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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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우리 모두 다 함께해요."


많은 분들이 인정의 욕구를 남에게서 찾지 말고, 나에게 나를 인정받는 것에 집중하셨으면 합니다. 항상 나에게 “너 참 괜찮다.”, 아침에 일어나서 부은 눈을 보고 “눈이 부었네. 눈이 부어도 참 예쁘다.” 이렇게 항상 나와의 대화를 나눠보세요. “너 외롭니? 무엇 때문에 외롭니?”, “어디가 아프니? 내가 호~ 해줄까?”, “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등등……


사실 우리 안에는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거예요. 이렇게 나와의 대화를 통해 나를 나 스스로 인정하고, 나의 존재를 내가 받쳐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부모에게 특별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사람이 자식에게도 충분한 사랑을 주며 잘 키울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우리 자신이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우리 자신을 사랑하고 잘 돌본다면 우리의 아이들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면서 잘 키울 수가 있어요. 만약 우리가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하지 않고, 돌보지 않고, 우리 문제에 갇혀 있다면 어떻게 아이들을 잘 돌보고 잘 키울 수 있을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힘들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마세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함께 하세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얘기하다 보면 많은 위로와 힘을 얻게 됩니다. 우리 모두 다 함께해요. (웃음)


준비해 갔던 질문들이 무색할 정도로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 우리들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콕 짚어서 힘 있게 이야기해 준 최형선 언니. 인터뷰를 끝내고 그녀가 매우 수줍은 얼굴로 “저 원래 어리바리해요. 맹하고 어눌해요.”라고 말하는 모습은 마치 거친 세상을 경험해 보지 않은 해맑은 소녀와 같았다. 모래 상담실을 나서며 나는 내 안의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 안…녕…, 그동안 잘 지냈니?’


언니네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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