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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가는 것 또한 길이다.

글· 전미진 (여성 매거진 <언니네 마당> Vol.09 "하자보수" 中)

by 이십일프로

덜컥 창업을 한 계기는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맛있다”라는 반응과 “응원한다”라는 한마디의 격려였다. 친구 추천으로 채식 행사의 하나인 ‘비건 페스티벌’에 두 번 참가했다. 이미 가게를 갖고 있거나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가 많은 행사여서 걱정이 앞섰으나 과자와 타르트, 케이크, 소스 등을 열심히 준비해서 갔다. 행사 당일 시식품을 먹어 보고 “맛있어요”라는 말과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등의 호응을 받으니 마음에 응어리졌던 것들이 녹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하루 종일 서서 하는 노동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축제가 진행되는 그 순간에는 환희와 기쁨, 성취감만이 있었다.


행사를 기점으로 그동안 잃었던 자신감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고,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편안함을 포기해도 “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고, 그 끝에 얻는 성취감에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내가 만든 음식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일시정지' 상태에서 다시 '재생' 버튼을 누르게 된 것이다.



여성 매거진 <언니네 마당> Vol.09 中



결심은 했지만 그 뒤로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응원하는 한편 “직장 경험 없이 창업부터 하는 건 조금 무리가 아닌가요?”라고 묻는다. 맞는 말이다. 0부터 시작하면서 생기는 문제들... 이를 해결한 경험이 없어 모든 것이 낯설다. 판매를 하기 위해 지켜야 하는 법, 의무로 해야 하는 신고, 상품 배송까지의 진행 절차, 메뉴 개발, 홍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은데 해 본 경험은 없어 우왕좌왕 헤맬 때가 많다. 또 직장 생활의 ‘협업’ 경험이 없어 훗날 함께 일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의견 차이와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도 잘 모른다. 모르는 것이 참 많다. 불안과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믿고 있는 것이 있다.


“남들과 다르게 가는 것 또한 길이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그랬다. 남들은 수능과 내신을 공부할 때 일본 만화를 좋아해서 일본어를 시작했고, 일본어만 집중해서 공부했다. 그 결과 특기자로 대학에 갔다. 다른 친구들이 연애와 MT, 술과 함께 대학 생활을 즐기고 있을 때 나는 다이어트와 건강한 음식에 대한 블로그를 하며 대학 생활을 즐겼다. 그 결과 나만의 스토리가 적힌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지금은 나와 내 상품을 알리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었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넓은 길로 가는 것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이지만, 좁고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나만의 길을 개척해서 가는 것이 틀린 길은 아니다.
조금 다른 길일 뿐이다.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초입부터 쉽지 않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속상하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일을 도와주고 있는 어머니와 의견이 부딪칠 때마다 잘할 수 있을지 불안해진다. 그렇지만 단 하나,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잊지 않고 걷는다면 험난한 길을 개척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믿고 있다. 그건 바로 내가 직접 경험한 “You are what you eat.(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를 다른 사람도 경험해 보기를 바라고 있어서다. 지난 19년 동안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을 가졌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르다. 뚱뚱한 겉모습이 바뀐 것은 물론,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져 더 충실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흔히 작심삼일이라고 할 수 있는 목표들이 어렵지 않게 느껴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음식 하나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사람들도 이를 경험해 보았으면 좋겠다. 험난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은 길이라 할 지라도 계속 걸어나갈 것이다.




여성 매거진 <언니네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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