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클로스 대신 우리가 있다.

언니네 인터뷰/ 인터뷰이 택배기사님(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Vol.02 )

by 이십일프로

이 일을 하며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언제인가요?

물건을 전해드렸을 때 받는 분이 반가워하고 고마워하면 보람이 있지요. 특히 어린아이들이 통통 뛰어와서 즐거워하는 걸 보면 힘이 납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물, 냉커피를 챙겨주는 분들, 배송 다음날 친절하게 배송해줘서 고맙다고 회사 홈페이지에 칭찬 글을 올려주는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럼,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명절,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 크리스마스처럼 일이 몰리는 때에는 어쩔 수 없이 늦은 시간까지 배송을 하는데, 받는 분이 늦었다고 짜증 내는 모습을 보면 맥이 탁 풀립니다. 무거운 물품을 낑낑대며 들고 갔는데 수취 거부하거나 이사한 집으로 다시 가져다 달라고 할 때, 급한 물건이라고 계속 전화해서 다른 배송 다 미루고 뛰어갔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받을 때, 비 오고 눈 오는 날 등…. 사실은 매일매일 힘이 듭니다.


878.jpg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 Vol.02 중


배송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요즘이 김장철이라, 절인 배추를 배송했는데 수육에 배추쌈을 주셨던 분이 생각나네요. 한 번은 고객분이 간식거리를 챙겨주셔서 받았는데 다음날 엄청난 똥 짐(크고 무거운 짐)을 보내시더라고요.(웃음) 아~ 똥 짐과 관련해서라면 끝이 없는데, 똥 짐 여러 개를 한 집에 배송하러 갔는데 아무도 안 계시는 거예요. 이 무거운 걸 누가 들고 갈까 싶어 그냥 문 앞에 두고 온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집 짐이 아니더라고요. 결국 남의 집 앞에 짐을 두고 갔다고 전화가 와서 수거해 다시 배송하느라 그날 죽는 줄 알았습니다. 동료 중엔 모르고 마약류를 배송해서 조사받고 난리 났던 분도 계셨어요. 아, 이 지면을 빌어 부탁 한 말씀드려도 될까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배송 갔다가 개에게 물리는 일은 에피소드 축에도 못 낄 정도로 심심찮게 겪는 일이거든요. 개가 있는 집에서는 조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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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이 많네요. 저희 아이에게는 택배 아저씨가 산타랍니다. 택배기사님에게 산타 같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바로 접니다. 1년 365일 선물을 나눠주는 마음으로 배송하니까요. 물건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진짜 산타가 된 기분이거든요. 막상 현실에서는 경비실에 물건 맡겨달라고 문자 보내주는 고객님! 고맙습니다!(웃음) 그렇지만 저를 웃게 하는 가장 소중한 사람은 역시 가족이지요.


지금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무엇인가요?

너무 많은데요.(웃음) 지금 당장은 하차 작업을 신속 정확하게 마치고 쉬는 것! 정말 받고 싶은 선물은 자동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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