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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인 Nov 02. 2023

삶이 묻는다 너의 의지는 무엇이냐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청아출판사)를 읽고

  올 여름 더위는 지독하다. 그러나 올해가 가장 시원할 거라는 말도 있다. 인간이 만든 기후 위기로 해마다 더 더워질 거라는 말이다. 인간은 이런 더위도 만들어내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처럼 같은 종족인 인간을 엄청나게 죽여버릴 수도 있다. 인간의 이기심과 잔인함은 어디까지일까. 그러나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어리석은 악행보다는 그런 환경을 이겨내는 인간의 위대한 ‘의지’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 2부는 로고테라피의 기본 개념, 3부는 비극 속에서의 낙관이다. 지은이 빅터 프랭클은 정신과 전문의이고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은 본인이 직접 겪은 것이다. 그런 비극과 참혹한 체험 속에서 빅터 프랭클은 인간의 의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된다. 이런 체험과 깨달음으로 그는 살아남은 후  로고테라피라는 심리학적 정신과적 치료 요법을 만들고 널리 전파한다.  

  수용소에서는 삶을 포기하고 미리 체념해서 가스실로 가기도 전에 자살하거나 쉽사리 죽어버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지은이는 입고 있는 옷은 물론, 생명처럼 소중히 간직하던 원고까지도 다 빼앗기고 글자 그대로 벌거벗은 실존 상태에서 오히려 수용소 생활의 의미를 발견한다. 빼앗긴 원고를 다시 쓰겠다는 강렬한 열망이 살아남아야 할 의미가 된 것이다.

  로고테라피는 ‘의미 요법’이다. 인간의 동기는 개인 삶의 의미를 찾는 것에 있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에서, 어떤 경험이나 인간관계를 통해서, 피할 수 없는 시련에 대해 취할 태도를 결정하는 데서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는다. 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에 중점을 둔 것이 로고테라피이다.  
  로고테라피에서는 역설의도도 중요하다. 걱정되는 상황에 대해 오히려 장난거리로 삼아 농담하고 반어적인 방식으로 그 상황을 비웃는다. 예를 들어 긴장되는 상황에서 땀이 많이 날 것이 걱정되면, ‘자 난 이제 땀을 많이 흘릴 거야, 얼마나 많이 흘리는지 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고 몇 번 지나다 보면 불안 증세가 사라진다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초연하고 자신을 초월할 수 있는 인간의 기본 능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다.  

 인간은 상황에 굴복하든지 맞서 싸우든지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이다. 시련을 가져다주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그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이 자유는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인간의 최고이자 최후의 정신적 자유이다.  

  우리는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이지? 하고 회의한다. 그러나 우리가 질문할 게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너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삶에 대해 책임을 짐으로써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올 여름, 나의 삶의 의지는 가능한 전기를 덜 쓰고 더위를 견뎌내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다. 그렇게 이 뜨겁고 괴로운 여름을 살아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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