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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인 Nov 02. 2023

이제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에두아르도 가르시아, 청어람미디어출판)》

  샤워를 하려다 때밀이 수건을 보니 올도 좀 풀리고 후줄그레하다. 버려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걸 버리면 탄소발자국이 늘어나잖아 라는 외침이 머릿속에서 들려온다. 저건 한지타월이라 괜찮아 라고 생각하다가 혹시 싶어 라벨을 찾아보니 한지섬유는 25%이고 나일론이 75%이다. 친환경을 내세우는 물건도 완전하지 않다. 이걸 버리면 미세 플라스틱 쓰레기가 될 거고 바다로 흘러가서 바다 생물들도 해치고 결국에는 내 몸으로도 돌아올 거다. 안 되겠다. 더 쓰다가 더 이상 못쓰겠다 싶을 때 버려야겠다. 이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환경 문제가 인류의 생존에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게 어제오늘이 아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동의하느냐는 별개이다. 일부는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처럼 전 세계를 돌며 각성을 촉구하는 사람도 있고 일부는 미국의 전 대통령인 트럼프처럼 진짜 기후위기인 게 맞느냐면서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마도 대다수는 동의하면서도 당장 급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불편한 게 싫고 귀찮아서 신경 안 쓰는 게 아닐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기 위해 태양계의 행성들에 대해 알려주고 지구가 어떻게 병들어가고 있는지도 알려준다. 이어서 그렇게 소중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당장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 나온다. 전기부터 식생활, 교통, 쓰레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있다. 저자인 에두아르도 가르시아는 미국의 《뉴욕타임스》에 환경 칼럼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다. 요즘 환경문제를 다루는 책이 많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 책이 반가운 것은 일러스트레이터인 사라 보카치니 메도스의 그림 덕분이다. 표지의 예쁜 그림처럼 멋지고 사랑스러운 그림들이 가득해서 좀 더 가볍고 즐겁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환경문제에 공감하면서도 심각한 게 싫어서, 좀 불편해서, 재미없어서, 기타 등등의 사유로 책조차 접근하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책은 수시로 읽으면 좋겠다. 이슈가 생기면 반짝 관심을 가졌다가 곧 사그라지고 언론 등에서 보도하면 또 번쩍 정신이 들어 신경을 쓰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흐지부지된다. 작년에 《착한 소비는 없다》를 읽고서 나름대로 똑똑하게 소비하고 환경에 신경 썼지만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굴복해가고 있었는데 다시 각성이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많다. 전력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엘리베이터 걸어 올라가기. 이것은 건강에도 도움 된다. 플라스틱 줄이고 가급적 쓰지 않기. 쓰레기 줄이기. 일회용 쓰지 않기. 고기 덜 먹고 온실 가스 늘리는 소고기보다는 닭고기, 돼지고기 먹기. 무엇보다 덜 사야 한다. “재활용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물건을 소비하면 모든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지구 온난화에서 산림 파괴까지”(p.187) 하지만 소비를 안 하면 산업도 없다. 그러니 똑똑한 소비를 해야 한다.
  독일은 오늘(2023년 4월 15일)을 끝으로 원전을 모두 정지시킨다고 한다. 원전 철폐 정책을 세웠다가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취소해 버렸지만, 과거 1986년의 체르노빌 사고에 이어 2011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자 다시 철폐하기로 했고 오늘 끝낸다고 한다. 과학자들도 노력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먹어서 해체하는 미생물과 벌레들을 발견하고 그 배양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 연구자들이 모두 함께 힘을 모으고 우리 개인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귀찮고 불편하지만 매사 의식하면서 똑똑하게 소비하고 지구를 살리는 생활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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