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두 아이 모두 ADHD #3

[ADHD 아이와 부모의 생활을 다룬 ADHD 초밀착 다큐 에세이]

by 위아영 WeAreYoung

-초등교사 엄마의 금쪽이 둘 양육 에세이-


[3. 금동이의 조퇴]


- 11:04, From.남편-

[금동이 아프대. 조퇴한대. 심장이 쿡쿡 쑤신대나?]


- 11:25, From.나-

[아니, 조퇴 하지 말라고 해.]


- 11:25, From.남편-

[이미 했어.]


남편한테 더 이상 할말이 없다. 카톡을 늦게 읽은 내 탓이다. 수업 시간이 되면 수업한다고, 아이들 발표시키고 활동 과제 봐준다고 휴대폰을 가까이 할 여유가 없다. 내가 필요해서 학부모에게 거는 전화나 문자 말고 나한테 오는 전화와 문자, 카톡은 쉬는 시간이 될 때까지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편은 같은 직종이 아니기에 아이들 학기 초 기초 조사서에 응급 전화는 남편한테 오도록 적어서 제출했다. 그래서 두 아이들의 담임선생님과 보건선생님 전화가 다 남편한테 간다.

남편은 아이가 아프다며 조퇴를 원하는 경우 무조건 예스맨이다. 금동이도 그걸 잘 안다. 그래서 오늘의 조퇴는 4학년의 첫 달인 3월에만 벌써 세 번째이고, 이번 주로만 치면 두 번째이다. 이틀 전인 화요일, 예스맨 남편이 금동이가 아프다고 하여 조퇴시켰다고 연락을 줬다. 금동이 걱정에 우리 반 아이들을 하교시키자마자 퇴근하여 집에 일찍 가보니 멀쩡히 TV를 보며 키득거리고 있던 아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뭐? 심장이 아파? 이건 오늘 처음 지어낸 신박한 거짓말인가 보다. 금동이의 심장은 이상 없이 건강할 것이 분명할 터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학교 부적응 문제가 심각한가 보다.

더 이상 거짓 조퇴는 안된다. 마침 오늘 오후에 상담선생님과 금동이의 상담치료가 있으니 금동이 상담치료가 끝난 후 선생님과 나와의 상담 시간에 이 부분을 한 번 얘기 나눠야겠다 싶다. 어디가 얼마나 아픈 건지 알고 싶고 많이 아픈 게 아니면 상담은 꼭 가라고 말해주고 싶어 금동이 폰으로 수차례 전화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집에서 TV에 푹 빠져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다 상담도 빠지는 건 아닐까 우려된다. 지각은 할지언정 조퇴는 거짓으로 하지 않는 금동이의 누나 금쪽이의 하교 후 집에 금동이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라고 했더니 집에 없다고 한다. 상담은 제대로 갔나보다.

내 근무 시간에 금동이의 상담이 이루어지는 터라 금동이 상담 이후 상담선생님과 나와의 상담은 전화로 이루어진다. 내가 먼저 말씀드리지 않아도 상담선생님께서는 금동이의 조퇴에 대해 알고 계신다. 금동이가 오늘 조퇴했다고 먼저 말해주었다고 하신다. 금동이 말로는 학교에서 어떤 애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금동이랑 놀지 말라고 했고 그 말에 속이 상했다고 한다. 심장이 쿡쿡 쑤신다는 건 안 믿기는데 이 말은 신뢰가 간다. 금동이의 사회성이 부족한 건 나도 잘 알고 있는데 아마 그런 부족함이 계기가 되어 무슨 일이 일어났나 보다. 친구와의 친밀한 관계가 늘 간절한 금동이가 그런 말을 들어서 속상해했을 게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 말을 한 아이도 금동이에게 마음이 상해서 그랬던 것일 거라 이해가 된다. 상담선생님께서는 과거에 여러 번 학원 수업을 거르다가 아예 그만둬버린 전력이 몇 차례 있는 금동이가 학교에서도 같은 패턴의 행동을 반복할까봐 걱정하신다. 금동이가 불편한 상황에서 조퇴를 이용하는 게 반복되지 않도록 남편과 함께 조퇴 기준을 세우고 금동이에게 말해주길 권하신다.

오늘 저녁엔 남편의 회식이 있기에 남편과 이 부분을 다룰 시간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일 또 무조건 들어주는 예스맨이 될까봐 상담선생님과의 전화가 끝나자마자 당장 남편에게 전화를 건다. 37.5℃ 이상의 열, 골절 의심, 급체나 배탈, 병원 처치가 필요한 출혈이 아니면 조퇴를 못하게 하는 걸로 남편과 결론을 낸다. 결론대로 남편이 앞으로는 금동이 조퇴에 있어 조건부 예스맨이길 바란다.

퇴근 후 금동이는 역시나 티비에 홀딱 빠져 있다. 웃고 있는 저 표정이 너무 해맑다. 몸이나 마음이 아픈 아이의 표정일 수가 없다. 금동이에게 조퇴의 이유를 물어본다.

"아니, 애들이 나랑 놀지 말라고 하잖아. 진짜 너무 속상해."

"그래, 속상했겠다. 왜 너랑 놀지 말라 다른 애들한테 말하고 그래, 그치? 그런데 그 애들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몰라, 나는."

얘는 어린이집에 다니며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몰라가 입에 붙어 있다. 기억이 안난다나. 한숨을 숨기고 금동이에게 말을 건넨다. 금동이가 학교 생활 중 힘든 여러 가지 문제들을 조퇴로 회피하지 말고 부닥치며 성장하면 좋겠다고. 그리고 남편과 합의한 조퇴의 조건들도 얘기해준다.

저녁 시간, 친정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신다. 이틀 전에도 오셨고 오늘도 오셔서 반찬을 해주고 가신 터라 금동이의 잦은 조퇴를 알고 걱정하신다.

“금동이가 화요일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일찍 집에 와서는 내내 TV만 보던데 조퇴가 아주 습관이 되어버리면 어떡하나 싶다. 그래도 네가 선생이니까 잘 할 거 아니냐. 애한테 좀 잘 말해서 안 그러게 좀 해봐라.”

친정어머니의 마음이 곧 내 마음이다. 나도 어떤 방법이라도 써서 금동이의 조퇴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 친정어머니는 교사인 나의 역량을 아주 높이 사시나 보다. 그런데 22년차 교사의 생활지도 노하우도 금쪽이와 금동이 앞에선 무용지물이 되버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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