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엉덩이에 관심 꺼주시겠어요?

헬스장 클럽에서 만나요 #13

by 지친 잉어

3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wearycarp115/18



헬스장에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헬스장을 찾는 이유로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체중 감량을 위한 목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헬스장을 다니는 이유 중 하나다. 아이를 낳고서 찐 살을 빼고 싶은 여성들부터 스트레스성 폭식으로 인해 찐 살을 빼고 싶어 하는 젊은 대학생과 유난히 복부에 지방이 많이 껴있다는 중년층까지. 살을 빼고 싶은 마음은 모두들 같은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헬스장을 방문하는 목적 1순위다.

다음으로는 체력이다. 앉아만 있거나 서있기만 하는 현대인의 삶에서 체력은 가뭄에 물이 말라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고갈된다. 이를 이유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체로 마른 편이거나, 피로에 찌들다 못해 이미 지쳐서 어두워진 낯빛을 하고 있다. 헬스장이 아니라 우선 피로를 풀러 마사지샵부터 가는 편이 옳아 보이는 그들은 큰돈 주고 등록하고 나면 막상 제대로 못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지막으로는 몸매 관리형이다. 외면을 꽤나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한 근육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자기만족을 위해 몸을 가꾸기 시작한 사람들이 SNS상에서 많이 보인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도 좋지만 굳이 특정 신체 부위를 강요해서 보여주는 것이 정말 자애(自愛)가 맞나 싶지만, 그 덕에 SNS의 파급력을 타고 헬스장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인들이 유행에 민감해서일까. 그래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내게, 여자는 힙업이 돼야 보기 좋게 예쁘다며 엉덩이를 움켜잡아 올리듯한 동작을 양손으로 만들어 보이셨다. 마치 갖추어야 할 사이즈를 측정해서 재보인 듯한 그의 손짓에 저절로 미간이 지푸려지다 못해 심장아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그가 요상스러운 손동작만 취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고 동의한다. 일하는 헬스장에서 홍보용으로 내걸은 얼굴 없는 한 여성의 뒷모습을 찍은 비포 애프터 사진만 보더라도 그 차이는 확연 하다. 객관적인 시선에서도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쪽은 업 된 엉덩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원하지도 않는 그 매력을 굳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언제 운동하는 연락 줘요, 내가 운동 봐줄 테니까."



운동을 봐주는 게 아니라 제 엉덩이를 보실려고 그러시는 거겠죠.

내 엉덩이가 처졌느니 마느니 평가받을 정도로 그 회원님과 친밀한 관계도 아닐뿐더러, 애플힙이 헬스장에서 일할 수 있는 필수 조건도 아니다. 나는 PT트레이너도 아니고 필라테스 요가 강사도 아니다. 그저 상담을 돕고 전산업무를 처리하는 직원이다. 내 남자친구도 관여하지 않는 내 엉덩이에 당신이 대체 뭔데 왜 이리 관심을 두는가.


기분이 상당히 불쾌했다. 혈액순환이 잘 될 수 있게 펑퍼짐한 운동복 바지를 입고 일을 하였는데, 그 위로 드러난 내 엉덩이 모양새가 어떠한지 지금껏 지켜보았단 이야기로 들렸다. 게다가 본인은 해당 헬스장에서 정식으로 일하는 트레이너도 아니지 않은가. 설령 왕년에 헬스장에서 일 좀 해본 경력직 트레이너이라 할지라도, 남의 엉덩이에 참견해 달라고 말한 적도 없는 사람한테 대뜸 자신이 도와줄 테니 엉덩이를 키우라고 말하는 것도 큰 실례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제야 입술을 굳힌 채 낮은 톤으로 대꾸했다.


"저, 엉덩이 필요 없고요. 허리디스크 있어서 제 PT쌤이 알아서 잘 지도해 주고 계세요."


실제로 내가 헬스를 다니기 시작한 계기는 허리디스크다. 나는 척추 측만증은 물론 허리 디스크 판정도 받았으며 틈만 나면 삐끗하는지라 개인 PT를 받으면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통증을 줄여보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컸다. 실제로 개인지도를 받으며 운동을 하다 보니 매달 근력이 은행이자만큼이나마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상승하는 그래프와 함께 체력도 같이 늘어나는 걸 체감할 수 있었을뿐더러, 몸에 탄력이 생기는 것도 육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운동으로부터 변화하고 성장하는 즐거움이 생겨났다.


그렇게 배웠던 운동들을 반복 복습하며, 간신히 되돌려놓은 허리건강을 유지하던 차였다. 이 정도 운동으로 비록 내 엉덩이가 빵실하게 부풀어 오르지 않으나, 처음부터 허리를 보호할 만큼의 근력을 피우는 것이 나의 운동목적 이었기에, 나는 내 건강과 몸매에 만족스럽게 사는 중이었다.


그는 나의 차가운 반응에 기가 찬다는 듯 허, 허를 연발하다가 어깨를 으쓱이고서는 헬스장 밖으로 나갔다.

그 뒤, 그는 입장 버튼만 누르고 날 지나칠 뿐 내게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으셨다.


오늘도 나는 뭉친 목 뒤만 애써 주무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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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 작가 [지친 잉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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