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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버금 Nov 12. 2024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1)

벼랑 끝에서 손을 놓다.

13살 때부터 나를 괴롭혀왔던 신체화 증상은, 죽음을 상상하는 10대에서 그 상상을 밀어내려는 20대, 이따금씩 삶을 내던지는 30대로 변화하게 만들었다.


이 생을 유지하기 위해 하는 노동.

늘 잔잔하게 깔려 있는 이유 모를 복통.

때문에 경직되는 전신.

더불어 찾아오는 호흡곤란.

날카로워지는 신경과 끝도 없이 추락하는 자존.


반복이었다.


배가 차면 복통이 심해졌기에 하루종일 굶었다. 물도 잘 마시지 않았다.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 노동에 갈아 넣고, 집으로 돌아온 뒤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음식들을 입에 걸어 넣었다.


기본값이었다.


"너는 애가 왜 이렇게 힘이 없니?"

라는 물음에

'못 먹고 살아서요.'

라고 생각하고.

"그냥, 원래 힘이 없어요"

라고 대답했다.


거짓말이었다.



그날, 이 삶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새벽길을 걸어오며, 더는 배고프지 말자고 다짐했다.

꽤 많은 양의 눈물이 터져 나왔고,

비로소 머릿속이 명료해졌다.


'독성이 포함된 어떤 것을 삼킬 것이다.

미리 예약 메시지를 남겨두자.

그들이 나를 찾아낼 때쯤,

지긋지긋한 육신만 덩그러니 남아있겠지.'


잠에 들 때, 나는 가장 평화롭기에

더는 두려움에 떠느라 힘들이지 말고,

긴 잠을 자기로 했다.

그렇게 하고 싶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날,

몇 해 묵은 블로그와 옷장, 빚으로 남은 수술비를 모두 정리했다.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없애버렸다.


모든것은 에너지이지만, 동력을 일으킬 연료를 넣을 수 없다.


최소한의 삶만 살아내 보자고, 회유했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어르고 달래며 십몇년을 살았지만,

그마저도 지킬 수 없었다.

같은 문제에 부딪혔음에도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했다.

자책하고, 울부짖고, 다잡아보아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몸의 무게가 줄어들었고,

(지금, 나는 40kg 밖에 나가지 않는다.)

노동 환경이 열악해졌으며,

발 없는 말 사이에 짓눌려 있다.


결국, 나는 나의 오랜 착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아질 수 없다.

이해받을 수 없다.

공존할 수 없다.

더는, 버틸 수 없다.


나도...!

편히 쉬고 싶다.


모든 것이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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