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형에서 S형 되기 프로젝트
대문자 S인 인간이 말했다. "눈을 뜨고, 자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그냥 이렇게 있다가..................."
이 말을 남기곤 그는 곧 사라졌다. 아니 그의 의식이 투명해졌다 해야 옳겠다. 몸은 여전히 내 곁에 남아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그는 내 곁에 서 있는 채로 이곳을 떠났다.
대문자 N인 인간이 말했다. "입 밖에 내지 않을 뿐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얘길 하는 거예요. 수다스러운 거죠. 깨어있는 게 아니에요" 이 말을 남기곤 그는 그가 만들어 낸 가상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침묵으로 포장된 그의 세계는 현실과 동떨어져 누구도 찾을 수도 없고, 존재를 증명할 수도 없었다.
극은 통한다 했던가. 극 S와 극 N인 우리는 생각보다 잘 맞는다. 나는 그의 멍함을 부러워하고 그는 나의 깨어있음을 신기해한다. 그가 비어있는 동안 나는 눈앞의 사물을 관찰하다가 어떤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과 나눈 대화를 되새김질한다. 대화 속 언어는 지중해의 어느 바를 연상시키고 가본 적도 없는 그곳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지이이이잉-"
영수증 프린터에 주문용지가 올라오면 우리는 현실의 자신으로 돌아온다. 원두를 갈아내고 템핑을 한 뒤, 포터를 헤드에 장착한다. 우리는 말수가 적은 편이다. 적막이 불편하지 않다. 손 맞춰 일하고, 다시 침묵으로 돌아간다. 그래서인지 만나고 헤어지는 인사에 껄끄러움이 없다. 괜한 오해나 착각으로 인해 마음 상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온전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관계는 너무나 귀하다.
복작거리는 머릿속이 유달리 버겁던 어느 날, 나는 극 S인 이 친구에게서 내면을 비우는 능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는 그저 멍 때리는 버릇일 뿐이라며 쑥스러워했지만, 나는 그것은 대단한 능력이라고 말해주었다. 더불어 속을 비우는 기술을 익히고 싶다고 얘기했다.
아무 생각 안 하면 돼요. 숨만 쉬고 있는 거예요.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 그냥 하는 거죠.
그렇다. 그냥 되는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멍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설명하지 못했다. 그건 '저절로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절로 비워지는 번뇌... 상당히 멋지다.
일단 떠다니는 생각을 붙들어 놓기로 했다. 커다란 날개를 가진 새의 발에 밧줄을 매는 것처럼 말이다. 퍼덕일지라도 날아가지 않도록 단단히 조이는 연습을 시작했다. 눈을 감고 뇌에 힘을 주면 가슴에서 뛰던 쿵쾅거림이 머리로 이동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 상태를 최대한 유지한다.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조여있는 느낌을 지속하는 것이다.
잠금상태. 나는 억지로 뇌를 조이는 이 구간을 이렇게 부른다. 잠금상태를 유지하는 동안은 감각 기능도 같이 저하된다. 뇌를 쓰지 않으면서 사물을 인지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색깔과 소리는 보이고, 들리지만 그대로 투과되어 사그라든다.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해석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계속 잠구어진 상태로 있을 수 있다.
지난 3주간 매일, 멍 때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방심한 틈을 타 불쑥 잡생각이 끼어들지만, 고요한 순간도 책갈피처럼 군데군데 꽂혀있다. 이게 또 몹시 편한 구석이 있는 데다가 계속하는 것은 힘이 되기 때문에 앞으로 갈피수를 꾸준히 늘려 볼 요량이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