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ㅜㄹㄸㅜㄱㅊㅓㅇㅅㅗ
왜 멍이 필요한가. 몸이 아파서 그렇다. 오은영 박사님의 말에 따르면 이건 신체화 장애라고 했다. 불안정한 뇌파가 신체에 불편을 주는 것이다. 실제 장기에 기능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경련이 일거나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쁜 증세가 시시각각 찾아온다. 특히 사람이 밀집되어 있거나 조명이 낮은 공간은 그 증세가 매우 심각하다.
이에 멍 때림이 특효약이다. 멍은 환기의 기능을 하고 몸을 두고 훌쩍 떠나버리는 것을 가능케 한다. 누군가 그랬다. 몸의 반응/ 생각/ 불안을 없애기 위해 하는 행동 세가지 중 하나만 없어도 불안이 사라지게 된다고. 고로, 뇌가 신체에 영향을 주기 전에 두 기관을 분리시키면 된다.
첫째, 잔상을 남기지 않는다.
소위, 꽂힌다 하는 강렬한 비트의 노래를 들으면 잔음이 머리 속에서 구간반복 되어 재생되는데 이를 지양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잔여로 인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들은 최대한 멀리한다.
둘째, 비어있음을 유지한다.
생각 = 어떤 공간을 떠올린 후, 최소한의 사물만 배치하고, 최대치의 빈 공간을 확보한다. 마치 미니멀리스트의 방처럼 말이다. 불필요한 생각은 그 때 그 때 정리하여 서랍에 보관한다. 즉각 해결하여 잊는 것도 좋다.
이 비어있는 감각을 알아채는 게 중요한데, 어떤 날은 됐다가 다른 날은 안 되고 아직 적응단계이다.
셋째, 몸을 청결하게 관리한다.
꾀죄죄한 기분, 콤콤한 냄새, 간지러운 피부는 무기력의 늪에 빠지기 딱 좋은 요소이다. 오염된 장소에 벌레가 꼬이듯이, 몸에 기력이 없을 때 잡념이 더 활발했었다. 이럴 때, 몸을 일으켜 구석구석 씻어내기만 해도 뇌로 가는 에너지의 양을 줄일 수 있다.
넷째, 왼손쓰기 연습을 한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말초 근육의 사용은 새로운 자극이 된다. 불안과 긴장으로 응축된 자아의 관점을 다른 쪽으로 바꾸어 과밀화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쏠려있는 집중을 이동시켜 전체적인 균형을 꾀하는 것이 왼손쓰기의 목적이다. 이는 우뇌를 자극해 공간을 인식하고, 감정을 조절케 한다. 활성화된 부교감 신경은 전신의 이완을 촉진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물론 쉽지 않다. 시시각각 경직되고, 어둠이 덮쳐온다.아무 일도 없는데 매순간이 위급상황이다. 업무도 사람도 사물도 눈에 익어 친근한 것들임에도 내 심장은 도무지 적응을 할 줄 모른다. 곁에 선 S의 멍한 얼굴을 보면 평안이 멀리 있는 것 같지 않은데, 어찌하여 나의 시간은 이리도 초조할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