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대한 서평
자크 라캉,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이 책의 주제를 간단히 요약하면, 근대인은 개인에게 안전을 보장해주는 동시에 개인을 속박하던 전(前)개인주의 사회의 굴레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개인적 자아의 실현, 즉 개인의 지적・감정적・감각적 잠재력의 표현이라는 적극적 의미에서의 자유는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16.
근대 사회와 대비하여 중세를 특징짓는 것은 개체적 자유의 결여다(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이 없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 자유로부터의 도피, p.56.
개체화 과정은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반면, 자아의 성장은 수많은 개인적・사회적 이유로 방해를 받는다. 이 두 경향의 차이는 참을 수 없는 고립감과 무력감을 낳고, 이것은 나중에 ‘도피의 메커니즘’으로 논할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이어진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46.
중세 사회의 전통적 유대‘로부터’ 해방된 것은 독립이라는 새로운 느낌을 개인에게 주었지만, 그와 동시에 고독과 고립을 느끼게 했고, 회의와 불안으로 그를 가득 채웠으며, 결국 그를 새로운 복종과 강박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113.
고독감과 무력감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때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권위에 복종하거나 이미 용인된 행동 양식에 강박적으로 동조함으로써 우리의 개체적 자아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144.
이 유별난 메커니즘은 근대 사회에서 정상인 대다수가 발견하는 해결책(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한)이다. 간단히 말하면, 개인은 자기 자신이기를 그만둔다. 그리고 문화적 유형이 그에게 제시한 성격을 그대로 수용한다. 따라서 그는 모든 타인과 똑같아지고, 타인들이 그에게 기대하는 모습과 똑같아진다. ‘나’와 외부 세계의 차이는 사라지고, 그와 더불어 외로움과 무력함을 두려워하는 의식도 사라진다. 이 메커니즘은 일부 동물에게서 볼 수 있는 보호색에 견줄 수 있다. 이런 동물들은 주위 환경과 너무 비슷해 보여서 거의 구별할 수가 없다. 자신의 개별적 자아를 포기하고 자동인형이 되는 사람은 주위에 있는 수백만 명의 다른 자동인형과 똑같기 때문에, 더 이상 고독과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가 치르는 대가는 비싸다. 그것은 자아의 상실이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194.
근대인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지만, 사실 그는 ‘의당’ 원할 것을 원할 뿐이다.
우리는 자기의지를 가진 개인이라는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자동인형이 되어버렸다.
자아의 상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깊은 회의를 낳기 때문에, 순응의 필요성을 증가시켜왔다. 만약 내가 남들이 나에게 기대한다고 생각되는 모습에 불과하다면, ‘나’는 과연 누구일까?
타인의 기대에 어긋나면 우리는 남들의 비난을 받고 더욱 고립된 위험을 무릅써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인격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위험까지 무릅쓰게 된다.
타인들의 기대에 순응하고 남들과 다르지 않으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이 회의는 잠잠해지고,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치르는 대가는 비싸다. 자발성과 개성을 포기한 것은 삶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 자유로부터의 도피, p.260~262.
수요나 선호도에 따라 수직화된 가치의 계층에서, 모두가 최상단의 가치를 희망함으로써 욕망이 충돌하게 되고(모두가 다른 것을 희망하면 욕망이 충돌할 일이 없다), 사람들은 투쟁을 통해 이를 쟁취함으로써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함
인정과 투쟁의 관계는 인정의 유보나 불인정의 상태를 염두에 둘 때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즉 자유로운 정서적 욕구의 분출과 충족을 가로막는 신체에 대한 폭행, 법적 권리의 유보나 불인정, 사회적 연대에서의 배제는 해당 당사자에게 '무시'나 '모욕'으로 이해되며, 이는 '분노'라는 심리적 반작용을 일으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투쟁을 추진하는 심리적 동기가 된다는 것이다.
- 악셀 호네트, <인정투쟁>, 사월의 책, p.16.
인정투쟁 개념은 인정받고자 하는 근본 기대가 훼손될 때 야기되는 도덕적 경험의 틀 속에서 사회적 저항과 봉기의 동기가 형성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이와 같은 규범적 기대 태도가 사회적으로 깨질 때 일어나는 것은 무시당한 느낌 속에서 표현되는 도덕적 경험이다. 이런 식의 훼손감이 집단적 저항에 동기를 부여하는 토대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이 훼손감이 바로 전체 집단에게 전형적인 것임을 증명할 수 있는 상호주관적 해석 틀 속에서 주체가 이 훼손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 악셀 호네트, <인정투쟁>, 사월의 책, p.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