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섭 저,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 대한 서평
지식은 시대와 권력의 산물이다.
- 미셸 푸코
사실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말하고 쓸 때 비로소 지식이 되어, 세상에 그 존재를 드러낸다. 우리가 오늘날 상식이라 부르는 지식들 역시 과거 특정한 사회적 과정을 거쳐 생산된 결과물이다. 그 생산 과정에는 그 사회의 편견과 권력관계가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지식을 생산하는 일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자본과 권력을 가진 집단은 자신의 입장을 변호할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종종 자신의 필요에 따라 왜곡되고 편향된 지식을 적극적으로 생산하기도 한다.
- 우리 몸이 세계라면 p.13.
어떤 지식은 생산되고, 어떤 지식은 생산되지 않는다. 오늘날 지식은 명백히 선별적으로 생산되고 선별적으로 유통된다.
- 우리 몸이 세계라면 p. 62.
그 어떤 명제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더 나은 설명을 찾아가는 과학적 사유
- 우리 몸이 세계라면 p. 8.
과학은 확고한 진리의 묶음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에 질문을 던지는 비판적 사고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합리적인 사유 방식이다.
- 우리 몸이 세계라면 p.242.
지금까지의 문제제기를 발판삼아본다면, 바람직한 사회를 위해서는 어떠한 모습이 필요할까?
푸코는 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동시에 사회학자다. 푸코의 사상은 한마디로 ‘타자’의 사회이론이다. 타자란 남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정상인과 비정상인, 서구인과 비서구인 등 이제까지 철학적으로,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배제돼 온 후자의 그룹을 말한다. 타자의 사회이론이란 이러한 타자를 다뤄온 지식들을 비판적으로 해부하는 학문적 시도를 뜻한다.
타자를 연구하기 위해 푸코가 활용한 방법론은 ‘지식의 고고학’과 ‘권력의 계보학’이다. 고고학이 특정한 시대에서의 담론의 형성과 시대적 변화에 따른 그 담론의 전환을 다루는 방법을 말한다면, 계보학은 이러한 형성 및 전환의 조건 가운데 담론(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탐구하는 방법을 지칭한다. 고고학을 방법론으로 하여 다룬 저작들이 <광기의 역사> <말과 사물>이라면, 계보학을 방법론으로 하여 다룬 저작들이 <감시와 처벌(Surveiller et Punir)>(1975), <성의 역사 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