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77 아이큐 77 제1화 04

이윤영 한국언론연구소 소장

by 이윤영

아이큐 77


04


“고칠씨, 커피 한잔 드릴까요?”


그는 내 말에 흔쾌히 “좋아요.”라는 말로 어색하고 당황스러운 이 분위기를 벗어나게 해줬다. 그의 감성지수(EQ)는 150에 가까웠다.


그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커피 한 모금을 들여 마시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빠도 엄마가 귀신 보는 게 약간은 이상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조현병 환자라는 의심도 하셨다. 그럼에도 엄마 집안에 서울대 교수, 육군대령 등 엘리트들이 많아서 거나 집안이 안정되지 않아서 그러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다. 아빠는 싱긋 웃으며, “내가 열심히 돈을 버는 길 밖에는 없다.”고 하시는 거다.


엄마는 내심 안 되겠다 싶었는지 신앙생활에 매달리셨고, 그 후 고칠이가 태어났다. 그런데 활발하고 운동을 잘하는 누나도 가끔 엄마처럼 “누가 옆에서 보는 것 같다.” 라는 말을 종종 했다.


엄마 말로는 자신이 몸이 아프고 집안이 안정되지 않았을 때 누나를 가져서 그런가 보구나 하고, 걱정했지만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잊으려 하셨다.


엄마는 빨래하면서 누나랑 고칠이에게 구구단을 가르쳐 주면, 누나는 구구단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떻게 해서든 잘 하려는 그와 중에도 누나는 "내 옆에 있는 누구 못 봤어요?" 라고 하면서, 구구단 외에 혼자말로 중얼거리기도 했다.


고칠이는 구구단이든 뭐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엄마는 구구단 정도를 한 번 가르쳐 주면, 고칠이가 잘 따라는 하는데 좀 지나면 잊어버려 안타깝다고 하시는 거다.


이렇게 그럭저럭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엄마는 어느 날 또 배가 남산처럼 불러왔다. 뉴턴의 중력법칙도 엄마의 배를 당해내지 못한 듯해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고칠이가 네 살 때 아기를 낳으셨다.


‘고칠이 동생인 거다!’


엄마는 그 당시 만해도 가난한 근로자나 몸이 아픈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건강하셨다. 이때도 엄마는 귀신을 가깝게 보셨다고 귀띔하신다. 근데 엄마는 둘째 고칠이를 갖기 전에는 왜 이리 몸이 아팠을까.


“고칠씨의 엄마를 보면, 성무선악설로 설명하는 게 가능할 듯합니다.”


“갑자기 웬 성무선악설이요?”


“성무선악설은 인간의 본성이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개인의 의지나 선택, 환경 등에 영향을 받는다는 거죠. 고칠씨 엄마가 그래도 어느 정도 유복했기 때문에 가난하고 몸이 아픈 사람을 도와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처럼 성무선악설은 인간의 본성이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어 백지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밖에 성선설은 인간이 선천적으로 선하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착하다는 거다.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이 태어날 때부터 악하기 때문에 교육 등을 통해 선한 행동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


“뭐가 옳은지는 정확하게 판단은 되지 않지만, 다양한 인간관을 설명하는 하나의 잣대일 듯싶네요.”


“그렇다면, 이런 내용은 어디에 적용될 수 있을까요?”


고칠씨의 질문은 내 빈틈을 늘 이렇게 보충시켰다.


“정치에 적용시킬 수 있죠.”


“정치요?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렇다. 고칠씨의 머리는 입체적이지 않다. 마음이 가는 곳, 보이는 것에 흥미를 느낄 뿐이다.


“지금의 정치는 말할 수는 없고……. 유교사상가 공자와 맹자는 인간의 본성을 신뢰했기 때문에 백성의 의견을 따라야 하는 덕치를 주장했어요. 순자는 거꾸로 인간성을 철저히 불신하고 백성의 의견은 옳지 않아 통치자가 그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죠.”

“연구소 소장님, 요 내용은 다음에…….”

"그런데요, 성무선악설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게 태어났지만, 식욕과 성욕은 갖고 태어났데요. 고자의 말씀입니다."

"고자가 왠 성욕?"

"네? 고칠씨는 개그맨 해도 잘 하시겠어요. 하하."

"예?무슨 말씀이신지...아,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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