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에 얼마나 진심이세요?
- <영원한 허기는 없듯이> 中 -
주머니에 구겨 넣었던 초코파이가 뭉개진 것 같다. 느낌이 좋지 않다. 조심스레 봉지를 뜯어 겨우 입에 넣을라치면, 교수님의 한소리가 돌아온다. 꿋꿋하게 손바닥 정도의 초콜릿 응고물을 몇 입에 해치우고, 손등으로 입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어낸다. 그래도 여전히 허기가 진다.
나의 스물은 공복의 시간이라 그 어느 때보다 얄팍하고 허줄한 계절이다. '청춘'하고 부르면 잇새부터 돋아나는 싱그러운 풋내와는 다르다. 지금 내 상황은 고등학교 때 품은 기대와 어긋나 있는 거다. 원하는 일을 하기엔 하루는 너무 짧고도 고달프다. 나는 아침잠에 쫓기며 끼니에 굶주리고 수업을 들으러 헐레벌떡 뛰어가며, 그 일과를 마칠 즈음엔 제법 녹초가 되어 기숙사 침대에 쓰러진다. 이건 여전히 예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라 느끼며, 그럭저럭 한 하루를 맨밥 삼키듯 씹어 넘긴다.
잠에 쫓기고, 시간에 쫓기고, 미룬 과제에 쫓기고, 진로 문제에 쫓기고, 이렇게 쫓겨만 다니는 나는 그래서 허기가 지나 보다.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나는 깊은 굶주림을 느끼고 있다. 틈날 때면 멋진 사람들의 칼럼을 훑으며, 그 열정과 노력들에 목말라한다. 특히 지금의 내 모습과 이뤄내고 싶은 그 모습의 뼈 아픈 간격을 느끼면서 말이다.
나를 채색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물감들. 중고등학교 때 그 시절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줬고, 여전히 부진한 짝사랑 중인 것들. 바쁘다는 변명 하나로 미뤄왔던 꿈들이지만 앞으로 차근차근 다시 시작해봐야겠다. 요새 느끼는 바에 의하면, 살면서 가장 생생한 진심을 갖게 된다는 것을 실감하는 스물이다. 이 스물, 이렇게 끌려만 다니기엔 너무 아깝다. 스물의 나는 여전히 삐딱하고, 게으르지만 앞으로 차츰 나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