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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질시스터즈 Jun 06. 2021

카카오가 찜한 북미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와 래디쉬

콘텐츠 산업 종사자라면 꼭 읽어야 할 IP 비즈니스 이야기


지난 글 <카카오가 웹툰 IP를 확장하는 방법>에서 카카오엔터가 인수한 북미 시장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래디쉬'에 대해 짧게 소개했다. 두 플랫폼은 네이버웹툰이 인수한 '왓패드(북미 웹소설 플랫폼)'에 비해 이용자 수는 적으나, 매출적인 부분에서 특징을 보이고 있는 플랫폼이. 이번 글에서는 두 어플을 소개한 뒤 사용해보고 느낀 소감에 대해 나눠보려 한다.




|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 타파스


타파스는 김창원 대표가 2012년 설립한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이다. 현재는 웹소설 부문도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 타파스는 창작자를 위한 커뮤니티를 운영해 유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자유롭게 업로드할 수 있으며, 현재 5만 8천 명 이상의 창작자가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타파스 오리지널'이라는 명칭으로 IP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타파스 오리지널로 개발한 <끝이 아닌 시작(원제: The Beginning After the End)>은 한 달에 수 억의 페이지뷰를 달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지(한국)와 픽코마(일본)에 역수출될 만큼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인기 작품 <Yes, My Boss!> 등의 작품들을 북미 TV 드라마와 팟캐스트 등을 통해 서비스할 수 있도록 IP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끝이 아닌 시작>의 상세 이미지. 타파스(왼), 카카오페이지(우)


특히, 2020년 하반기부터는 카카오엔터의 인기 웹툰 IP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타파스의 9만 여개 콘텐츠 중 카카오엔터 IP 80여 개가 매출 절반을 견인하며 카카오엔터 IP의 북미 시장 성공 가능성을 검증하게 했다. 아래 좌측 이미지는 타파스에서 많이 팔린 웹툰 목록인데, 모두 카카오엔터의 IP*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 위부터 차례로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아이가 생겼어요>, <나 혼자만 레벨업>, <악역의 엔딩은 죽음뿐>, <아도니스>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타파스가 작가 커뮤니티를 통해 발굴하고 있는 작품들도 좋은 작품들이 많지만, 현재의 북미 웹툰 시장이 한국만큼 고도화된 단계가 아니다 보니 그림체와 분량 등 완성도가 높은 카카오엔터의 웹툰 IP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점차 북미 시장에서 웹툰 창작자와 유저가 많아져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마블과 같은 유수한 대작들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까 짐작된다.


타파스의 <Top selling comics>와 <Community Comics>의 작품 목록



|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래디쉬는 이승윤 대표가 2016년 설립한 북미 웹소설 플랫폼이다. 래디쉬는 미국 할리우드식의 '집단 창작 시스템'과 게임업계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문화', 그리고 '기다리면 무료' 시스템을 도입해, 2020년 매출을 전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시켰다.


① 집단 창작 시스템*

웹툰 산업이 다수가 소액을 내는 구조라면, 웹소설 산업은 소수의 '하드코어' 독자가 고액을 결제하는 구조이다. 웹소설 한 편을 1000회까지 읽는다면 1인당 30~40만 원을 내는 셈인데, 상위 3~4%의 하드코어 독자가 매일 30~50회씩 읽는다. 그렇기에 웹소설은 작품을 '빨리' 공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이승윤 대표는 할리우드식 '집단 창작 시스템'을 웹소설에 적용했다. 메인 작가, 줄거리 PD, 문장만 쓰는 보조 작가 등 분업화된 작가진들이 공장처럼 빠르게 에피소드들을 창작해내는 것이다. 1일 1연재에 특화된 일일드라마 방송 작가들을 영입해, 작품이 생산되는 속도를 월등히 높였고, 작가 개인에게 비싼 고료를 주느라 플랫폼은 돈을 못 버는 약점을 보완했다.


②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문화*

작품을 그저 공장처럼 찍어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철저히 클릭률과 같은 유저 데이터에 기반해 검증한다. 다양한 컨셉 테스트를 시도하고, 1화도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 A/B(대조 실험)을 한다. 반응이 좋으면 10회를 파일럿으로 제작한다. 이후 대박감이라면 빠르게 100~200회를 생산하고, 초대박감이라면 매일 3~5편씩 연재해 유저들을 놓지 않고 끌어들이는 것이다.


* 조선비즈, "집단창작으로 하루 1억매출... 래디쉬는 '소설계의 HBO'", 2020.07.30.

* 중앙일보, "데이터 깔때기에 집단창작···美서 차린 ‘소설공장’ 매출 25배", 2020.07.21.


③ 기다리면 무료

결제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한 회차를 공개하는 '기다리면 무료'도 도입했다. 이 경우는 한국에서는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 유명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따로 다루지 않겠다. 이전 글, <픽코마, 일본 시장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한 이유>에서도 '기다리면 무료'에 대해 다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래디쉬는 프로 작가들로부터 생산한 1만 개의 작품의 IP(지식 저작권)을 자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방식으로 검증된 작가들에 의한, 검증된 데이터에 의한 작품들을 빠르게 생산해낸 결과, 매출의 90% 이상은 자체 보유한 IP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월 이용자는 100만 명을 넘겼으며,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성장했다.


래디쉬 오리지널의 히트작으로는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톤 비트윈 알파(원제: Torn Between Alphas)><억만장자의 대리모(원제: The Billionaire's Surrogate)> 등이 있다. 아래 좌측 이미지가 <억만장자의 대리모>의 작품 소개 화면이다.


래디쉬 이용 화면. 어디를 보든 외설적인(?) 이미지의 인기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네이버웹툰이 인수한 '왓패드'는 다양한 초보 작가들의 작품이 뒤섞인 정글과 같은 플랫폼 같았다. 회원가입 후, 취향을 선택하게 했을 때 분명 MD 추천으로 골랐는데, 왜 곧바로 추천된 작품은 'EXO 백현 여자친구'라는 단어가 표지에 적힌 작품이었을까? 중고등학교 때 접하던 팬픽 떠오르게 하면서 왜인지 아쉬움이 생겼다.


반면 래디쉬에 접속하면 엄선된, 인기 작품들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볼법한 화려한, 그리고 외설적인(?) 실사 이미지들이 눈길을 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 웹소설처럼 만화풍의 일러스트를 작품 표지로 쓰는 건 북미 감성에 맞지 않기도 하고, 또 일러스트 제작 비용도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해 실사를 사용했다는 인터뷰를 접한 것 같다.


현재 웹툰의 경우 1인이 창작하기 어려운 분량과 퀄리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팀으로 작업하는 경우가 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를 보아 웹소설 제작 환경도 이제는 분업화된 팀 작업과 창작 초기 단계부터 데이터에 근거해 검증된 작품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점점 강화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카카오엔터는 타파스와 래디쉬를 인수하며, 타파스의 김창원 대표와 래디쉬의 이승윤 대표를 각 기업의 경영자로 지속 참여하며 카카오엔터의 GSO(글로벌전략담당)를 맡도록 한다고 한다. 카카오엔터가 확보한 IP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지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고 밝히며, 현지 정서에 맞는 완성도 높은 각색을 위해 번역 인력도 확충했다고 한다.


웹툰 IP의 경우 현지 시장보다 국내 IP가 작화, 캐릭터 디자인 등의 완성도가 높아, 검증이 수월했다고 생각한다. 반면 한국 감성 웹소설 IP가 북미 시장에서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현지 프로 작가들로 제작된 래디쉬의 검증된 IP를 카카오엔터에서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이 카카오엔터 측에 유리한 조건으로 읽힌다.



글.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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