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서재 기기괴괴 공모전 <타인의 방>
안녕하세요, Sue입니다. 밀리 에디터 클럽의 세 번째 미션으로 돌아왔어요.
세 번째 미션은 '기기괴괴 공모전 Top1 고르고 에피소드 구상하기'입니다.
13편의 작품 중 제목만 봤을 때 가장 끌렸던 것은 <남친을 화분에 담는 방법>이었는데요. 직관적이고 호기심을 주는 제목을 좋아하는 편이라 <알고리즘>, <가지치기>와 같은 다소 내용을 유추하기 어려운 작품보다 끌렸었어요. 하지만 다소 올드하다는 리뷰가 보여, 더 읽지 않고 개중 평이 가장 좋아보였던 <타인의 방>을 골랐습니다.
작품 소개 내용처럼 <타인의 방>은 특수청소부라는 직업으로 망자의 방을 청소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읽으면서 영화 <아가씨>의 정반합의 구조로 되어있던 3장 구성이 떠올랐는데요. 이 작품도 반전을 가진 작품이라 비슷한 구성인 것 같습니다.
1장 - 주인공은 특수청소부로서 죽은 망자(젊은 여자)가 남긴 기록을 보게 되고, 요양원에 있는 치매 걸린 엄마를 돌보고 있음
2장 - 사실 주인공이 수많은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만의 동굴에 은닉해온 살인범이었고, 가정폭력범이던 아버지, 사업적으로 크게 사기치고 배신한 친구, 시비 걸던 양아치 등을 살인한 경위가 드러남
3장 - 망자의 사촌 언니인 의뢰인과 의뢰인의 남편이 망자를 가스라이팅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인물임을 깨닫고, 그들을 다음 살인 타겟으로 삼음
그래서 1장을 보면서는 유품정리사 내용을 다룬 <무브 투 헤븐>이나 장례지도사 분의 에세이 <이 별에서의 이별> 등이 떠올랐었는데요. 2장부터는 주인공이 연쇄 살인범이라는 사실이 나오며 분위기가 확 반전되고, 스릴러 소설다운 오싹함을 줍니다. 그리고 3장에서는 주인공이 지켜본 망자에 대한 추리 사실이 전개되고, 망자를 죽음에 몰고 간 의뢰인과 의뢰인의 남편을 다음 살인 타겟으로 삼는 것으로 이야기는 종결되죠.
1장
망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슨 이유로 낡은 책상 하나만을 세상에 남긴 채 사라졌을까?
현장에서 과고로 쓰러진 후 일주일 동안 알 수 없는 고열에 시달리며 앓아누웠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자 믿을 수 없게도 이 일이 천직처럼 느껴졌다. 빚을 갚고, 자리만 잡으면 다시는 이 지긋지긋한 냄새를 맡고 싶지 않을 것이라 믿었었는데
날이 새고 몇 시간 뒤면 의뢰인인 언니에게 건네주어야 한다. 지금이 아니라면 다시는 볼 기회가 없을 것이다.
1장에서 주인공은 망자의 삶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면모가 강조되어 그려지고 있어요.
2장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하는 내가 100리터 정도의 염산을 사용하거나 무언가를 소각했다고 해서 의심을 살리도 없었다.
내 첫 살인의 추억이 잠들어있었다. 비좁고 어두운 지하실에서 아버지는 여러 해 동안 꼼짝 않고 누워 있었지만 더 이상 엄마에게 주먹을 휘두르며 가쁜 숨을 몰아쉬지 않아도 됐기에 편안했으리라.
사실상 특수청소업체는 주인공의 살인을 숨기는 장치로 이용되고 있었고, 아버지 등의 주변 인물들을 살해하고서도 특별한 죄의식은 없고 오히려 그들이 '편안'해졌다고까지 말하고 있죠.
3장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인지도 모르고 하필이면 내게 연락이 온 건 처절한 복수를 원하는 망자의 한 때문일 것이다.
망자의 개인정보를 알게 되면 죽은 이가 살아있을 때 겪는 일을 아는 것도 가능하다.
어차피 교묘한 악마들을 법으로 처벌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둘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놓았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
2부에서 보여준 모습대로 주인공은 사법기관이 아님에도 망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되는 의뢰인을 스스로 단죄하고자 하고 있어요.
1) 의뢰 건별로 다양한 에피소드 추가 가능
현재는 여름철 3개월간 방치된 젊은 여자의 의뢰만을 다뤘는데요. 주인공의 직업이 특수청소부인만큼 장편이 된다면 다양한 청소 의뢰 사례를 추가해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연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의뢰 사례 외에도 청소 업체 인물간의 싸움이라든가, 주인공의 어머님이 계신 요양원 이야기를 B스토리로 함께 가져가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주인공의 살인에 대한 설득력 강화
주인공이 살해한 인물이 악하다고 할지언정 주인공의 살인을 합리화할 수 없지만... 비교적 정당한 살인인 것처럼 보여지기 위해서는 좀 더 장치적으로 유연하게 풀어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단편 소설인 터라 1장에서 풀어낸 인물이 보여준 직업 윤리에 비해, 3장의 내용은 압축적으로 전개되어 의뢰인 부부를 단순히 주인공의 착각만으로 오해한 것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물론 주인공이 자신은 정의로운 사람이다라는 착각에 빠진 채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는 게 기획하신 의도이실 수 있지만요. 다만 1장에서 보여준 주인공의 모습대로 간다면, 주인공의 살인에 대한 설득력을 좀 더 부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유부녀 킬러> 같은 사이다 가득한 범죄자 단죄물을 좋아하기에 주인공이 살인을 계속 해야 하는 운명이라면 사사로운 살인보다는 악의 무리들을 잘 처단해줬으면 싶네요.
https://brunch.co.kr/@webtoon1031/1
+ 옥에티
내용 중간에 '가스라이팅'을 '가스 글쓰기'로 작성된 부분을 봤습니다. ㅠ_ㅠ
'라이팅'을 '글쓰기'로 일괄 변환하다 발생한 참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모쪼록 수정된 원고로 추후에 편집되면 좋겠네요.
아돌프 히틀러를 루돌프 히틀러로 오타를 냈다는 내용이 생각나 첨부해봅니다 ㅎㅎ
그럼 다음 미션으로 돌아올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