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연재시작한 웹툰 10
진부한 말이지만, 올해만큼 이 말이 어울리는 해는 드물었던 것 같다. 다사다난한 2017년이 저문다. 연말 특집을 해볼까 고민하다가 몇가지 키워드를 잡고 12월에 걸쳐 풀어볼까 싶다. 그 시작으로, '2017년에 연재를 시작한 웹툰'을 소개해볼까 한다. 2017년 내에 연재를 시작한 웹툰 중에 주목할만한 웹툰을 주관적으로 선정했다. 개인의 주관이 들어갔으니만큼 공신력보다는 취향이 반영되었음을 미리 알려둔다. 또한, 순서는 순위와 관계없이 가나다순으로 선정했다.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웹툰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① 극한견주 (마일로 / 케이툰) - 2017. 3. 29 연재시작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가 1천만이 넘는다는 통계자료를 본 적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단순히 동물 한마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고, 뿐만 아니라 내가 챙겨주지 않으면 그의 삶이 고통스러워 질수도 있다는 의미다.
'생활툰 포화상태'라는 웹툰시장에서 펀딩을 통해 책을 내는 생활툰이 나왔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미 소재가 바닥났다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본인이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을 공유하는 형식의 생활툰이 반갑다.
② 계룡선녀전 (돌배 / 네이버웹툰) - 2017. 3. 1 연재시작
우리에겐 익숙한 존재인 선녀지만, 사실 그들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건 굉장히 적다. 일단 실재했던 존재들이 아니고, 지금은 21세기이기 때문이다. 돌배작가는 21세기에 실재하는 선녀를 상상한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준다. 아주 유쾌한 만화지만, 액자식 구성으로 선녀와 그의 남편, 그리고 천상계에서 벌어졌던 서스펜스가 극의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해준다. 돌배 작가 특유의 에너지와 활력이 느껴지는 연출과 따뜻한 시선이 잘 담긴 웹툰이다.
③ 네가 없는 시간 (조주희, 도도 / 저스툰) - 2017. 10. 28 연재시작
어느날 갑자기 동생이 실종된다. 그리고 반년 후, 기적이 일어난다. 반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네가 없는 시간>은 <퍼스트 스위트>로 브랜드웹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던 조주희, 도도 작가가 저스툰에서 연재하는 신작이다. 연필과 수채로 그린듯한 화풍은 아직 웹툰의 스크롤 연출에 적응이 필요해 보이지만,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기엔 충분하다.
아이가 실종된 이후에, 집안에 일어나는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해 그려낸 점이 눈에 띈다. 가족의 실종-복수로 이어지는 복수물이 아니라,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토대로 풀어낸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다.
④ 사람냄새 (김숭늉 / 저스툰) - 2017. 9. 24 연재시작
김숭늉 작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을 주로 그리는 작가다. 한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작가들 중에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고실험을 하는 작가들이 있다. 김숭늉 작가가 그 중 하나다. 시스템이 붕괴되었을 때, 인간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데뷔작인 <온퍼레이드>에는 세계가, 그 다음작품인 <유쾌한 왕따>에서는 도시가, 이번에는 고시원이 무대가 된다. 점점 좁아지는 무대에서, 작가는 인간의 내밀한 지점을 조금 더 깊게 파고든다.
⑤ 썅년의 미학 (민서영 / 저스툰) - 2017. 9. 4 연재시작
"썅년"이라는 말은 억압자의 언어였다. 그리고, 이 작품은 "썅년"이라는 말을 전복한다. 사실 민서영 작가가 보여주는 "썅년"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민서영 작가는 여성으로 살아가며 받는, 어쩌면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겨졌거나, 어쩔 수 없다고 여겨지던 일들에 대해 '왜 그런지'를 묻는다. 나의 삶을 내 방식대로 살겠다는 것이 어째서 욕을 먹어야 하느냐는 물음에, 그들은 답하지 못한다.
⑥ 어떻게든 중간만 간다면 (유성연 / 다음웹툰) - 2017. 7. 1 연재시작
이제 소위 88만원세대 담론, 취준생에 대한 이야기조차 낡은 것이 되어버렸다. 새로운 것이었던 이야기가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유성연 작가는 <어떻게든 중간만 간다면>을 통해 평범하게 사랑하며 살고 있는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 삶을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블랙코미디로 과장되게 그린 주인공들의 삶은 우리의 삶이고, 또 나의 삶이기도 하다.
⑦ 유사과학 탐구영역 (계란계란 / 다음웹툰) - 2017. 11. 2 연재시작
<오늘은 자체휴강>으로 캠퍼스 생활을 판타지(?) 스타일로 그린 계란계란 작가는 이번에도 한티대학교의 등장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유사과학을 유쾌하게 비웃는다. 2016년과 2017년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가짜뉴스'의 연장선상에 있는 유사과학은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믿고 있는지를 상식과 아주 기초적인 과학지식을 통해 쉽게 깨부순다.
누군가에겐 상식의 파괴로, 누군가에겐 속시원한 사이다로 느껴질 이 작품은 보는 내내 유사과학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것이다.
⑧ 킹스 메이커 (하가, 강지영 / 레진코믹스) - 2017. 4. 26 연재시작
<시타를 위하여>,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의 하가 작가와 <OH, MY GOD!>의 강지영 작가가 서로의 팬이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이 둘이 함께 작품을 낸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두 작가의 협업작품인 <킹스 메이커>는 웹툰계에서 아직은 주류로 볼 수 없는 BL장르의 만화다. 잠재적인 구매독자층이 얼마나 되는지, 다들 많을거라 짐작은 하지만 섣불리 내딛을 수 없는 한걸음이었다.
강지영, 하가 작가는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열었고, 결과는 말 그대로 '초대박'이었다. 펀딩 금액이 모이는 속도를 보면, 두 작가가 얼마나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를 수치로 확인하는 느낌이다.
⑨ 트롤트랩 (유비 / 네이버웹툰) - 2017. 10. 11 연재시작
네이버 웹툰의 해외진출은 2014년부터 이야기가 들려왔던 이야기다. 사실 네이버 뿐 아니라 많은 업체들이 해외진출을 선언했고, 그 이후로 성과는 잠잠한 편이다. 몇년이 흐르고, 네이버가 본격적으로 해외진출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던 작품이 바로 유비 작가의 <트롤트랩>이다.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 해외에도 먹힐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화나 액션 연출, 그리고 화풍까지 시원시원함이 돋보인다.
⑩ 프레너미 (돌석 / 다음웹툰) - 2017. 4. 27 연재시작
"천재다". 2016 다음 웹툰공모전에서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웹툰 스크롤을 활용해 테니스의 움직임을 다루는 연출을 보고 이런 작가가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주간연출에 맞춘 적당한 감정과잉은 몰입도를 높이고, 시선처리를 확실하게 가져가 가독성을 높인 연출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보았던 2017년 연재를 시작한 작품 중에 10작품을 뽑았다. 다들 재미 하나는 확실히 보장하는 작품들이고, 한컷으로 파악하기는 힘들겠지만 여러분의 취향에 맞는 작품이 한작품쯤은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 글을 보고 마음에 드는 웹툰이 생겼다면, 지금이 정주행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