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여름에 있었던 일에 대한 최초의 해명사례.
2018년 1월 29일 새벽, 탑툰등을 운영중인 탑코의 유정석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글을 하나 올린다. 전 봄코믹스 대표의 성추행 문제, 부당해고, 여성혐오적 광고, 작가 처우개선에 대한 개략적인 해명을 적은 글이었다. 탑툰은 1월 말 BL관 오픈을 앞두고 있다며 트위터를 열었다. 자세한 설명이 있다기보단, 문제제기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라는 판단이 먼저 들었다. 1월 26일 피드백을 예고하고 주말을 거쳐 월요일 새벽인 29일 새벽에 올라온 글이니, 사흘만에 올라온 피드백이라고 생각하면 꽤 빠른 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 해명이 있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5개월이다. 탑코에서 올린 사건은 모두 2016년 여름의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탑코믹스의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몰라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해명글에 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항별로 살펴보았다.
먼저 봄코믹스의 전 대표인 임모씨의 경우는 2016년 초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임모씨는 1심 결과가 나온 10월 초 사임했다. 당시 임씨는 “표현의 자유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등 명백한 범죄와 연계될 경우 제한될 수 있다. 메갈은 이 모두에 해당되는 행동을 보여왔다. 개인적으로 일베나 메갈 유저와 같이 일할 수 없다. 만약 이들이 용인되는 조직이라면 내가 떠나겠다. 나는 인권과 다름의 인정 때문이라도 이들과 단호하게 싸워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권을 쥔 사람이 개인의 지향을 이유로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가? 본인이 용인할 수 있는지 어떤지를 보여주기도 전에, 임씨는 유죄판결을 받았고 회사를 떠났다. 연대책임을 지라는 말을 하고싶지는 않다. 하지만, 탑툰 내부에서 어떤 식으로 성폭력 방지 예방책을 세우고 있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다는 점은 아쉽다.
두번째 부당해고 문제는 2016년 여름 당시 AA미디어가 제작을 맡은 작품의 작가가 독자를 기만했다며 해고한 일이다. AA미디어는 당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탑툰은 이번 해명문에서 '부당해고'라는 말을 명시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작가의 근황을 1년 5개월이 지난 지금 살펴보았다는 점이다. 당시 탑툰은 공지를 통해 "오직! 독자기쁨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왔기에 이에 따라 독자 기만 행위가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미래를 위해서라도 용납하지 않고자 한다"라고 적었다. 당시 이런 탑툰의 반응은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호응을 받았다. 당시 소위 '살생부'에 오른 작가들에게 쏟아진 비난은 엄청났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했던 독자 기만은, 사적인 처벌을 금지하는 법 체계를 가진 나라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할 다수에 의한 폭력이고, 사적 보복이었다. 거기에 편승한 플랫폼의 '부당해고'는 독자들에게 공격받는 작가를 내버리고, 작가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자칭 독자들에게 손을 들어준 꼴이었다.
독자 기쁨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서 작가를 내버려두는 플랫폼에게, 이를 비판하는 독자는 독자가 아닌 모양이다. 여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연재 재개를 가지고 나온 것 역시 탐탁치 않다. 작가 본인과 얼마나 협의가 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없고, 이 또한 탑툰-제작사 대표간의 일방적인 지시는 아니었는지 걱정된다. 대표들의 결정에 의해 악플을 받아내야 했던 작가가 과연 연재 재개를 원했는지도 궁금하다. 또한, 이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들어봐야 한다. 연재 재개는 부당해고라는 말을 직접 한 상황에서는 (상호 합의가 있다면) 기본이고, 해당 기간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사측의 결정으로 부당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세번째, 여성혐오 광고 문제는 탑툰 초기부터 제기되었던 문제였다. 단순히 선정적 광고 뿐 아니라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광고를 SNS에 게재한 탑툰은 그동안 많은 구설수에 올랐다. 탑툰의 여성혐오는 광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연말파티에 서버를 맡은 여성들의 복장, 그것을 대하는 참가자들의 태도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었을 때도, 탑툰은 아무런 피드백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탑툰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잘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아니, 이 대답은 명백히 틀렸다. 배울 시간은 탑툰의 역사와 함께한다. 시대가 변하면 도덕률도, 사회적 기준도 변한다. 공부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오직! 독자만 생각한다며 그들과 함께 새로운 도덕과 기준을 거부해왔던 탑툰은 이제야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늦은 변화지만, 탑툰의 반성과 변화를 환영한다. 하지만, 늦은 변화에 대한 비판 또한 피하기 어려움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 작가 처우개선 문제에 대해 탑툰에서는 진심으로 작가와 커뮤니케이션 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담당자들의 착취로 작가 처우가 개선된다면, 그건 피해대상의 변경일 뿐이지 처우의 개선이 아니다. 작가는 늘리고 담당자와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진심"만 요구한다면 누군가의 뼈를 깎아 다른 이의 살을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탑툰의 해명글 타래에는 전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트위터리안이 '권고사직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가 착취를 담당자 착취로 옮겨가는 처우개선이라면, 달갑지 않다. 착취는 구조적으로 이루어진다. 구조개편이 필요한 일에 "진심"이라는 말로 책임을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3일만에 나온 피드백이라는 점을 참작하더라도, 탑툰의 사과/해명은 그리 탐탁치 않은 지점이 여기에 있다. 대부분의 사례가 2016년, 혹은 그 이전에 제기되었던 문제이기 때문이다. 탑툰 뿐 아니라 레진코믹스를 비롯한 웹툰 플랫폼들이 작가의 SNS 등에는 발빠르게 '대처'해왔다. 탑툰의 경우는 2016년 여름의 작가 부당해고, 레진코믹스의 경우는 블랙리스트로 드러난 사례들이다. 그러나 이들 플랫폼들이 여성혐오 이슈, 작가에 대한 사이버불링에 대한 대처는 전무했었다. 탑툰의 이번 해명은 여성혐오 문제와 작가에 대한 사이버불링 문제를 인식한 것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 문제 인식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탑코믹스에서는 실질적인 대응을 준비하느라 사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지금 말한 것들이 실질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들을 위에 적었다. 고작 한장짜리 글로 지난 1년 5개월여의 시간이 없어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탑툰의 과오가 '노력', '최선', '진정성'같은 말로 사라지지도 않는다. 독자들은 탑코믹스의 진정성에는 관심이 없다. 인간의 선의에 기대는 시스템은 거의 언제나 착취를 낳는다. 또다시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추가 대응을 기다린다. 오직! 독자만을 생각한다는 탑코믹스가 독자들을 기만한 자신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하고 또 감시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