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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봄 Mar 29. 2018

"그냥 나"로 좀 살게요.

<요조신사 마초숙녀>, 곽시탈, 베스트도전/웹툰리그, 연재중

    <미래에서 온 소년>을 연재한 곽시탈 작가가 신작을 준비했다. 도전만화에서 시작한 웹툰 <요조신사 마초숙녀>가 바로 곽시탈 작가의 복귀작이다. 캠퍼스 로맨스를 다루는 작품은 많지만, 이 작품이 눈에 띄는 이유는 주인공들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자신을 향한 사회의 시선을 견디다 못해 성격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남자 주인공인 송세하는 '여성스러운' 성격 때문에 왕따를 당했다. 뜨개질과 자수가 취미인 세하는 울보다. 대학에 들어오며 그런 성격을 '고치기'로 마음먹었고, 흔히 말하는 '차가운 남자'로 이미지 변신을 꾀한다. 여자 주인공 피바다의 경우는 '남자같은' 성격 때문에 고생한 경우다.

전통적 성관념은 개인의 삶을 억압한다.

    전통적 성관념에서 남성은 울지 말아야 하고, 강해야 하며 싸움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흔히 '마초적'이라고 말하는 남성상이다. 반면 여성은 '조신함'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성격을 강요받는다. 큰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선 안된다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전통적 성관념은 개인을 억압한다.


    집단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특성은 무시당하고, 개인의 특성을 받아들여달라고 말하는 것은 집단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 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처럼,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끊임없이 행동과 말투, 심지어 생각까지 교정하기를 요구받는다.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리뷰한 <내 ID는 강남미인!>에서처럼 '자연스러움'이라는 말은 부자연스럽다.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개인의 자유는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이런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묵살되고, 같은 말을 반복하다보면 거칠어지게 마련이다. 그때 사람들은 말한다. "그렇게 화를 내는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 웹툰의 주인공들은 이 좌절의 경험을 모두 겪었을 것이다. 화를 내 보고, 부딪혀 봤지만 '다수', '집단' 또는 '우리'라는 이름 아래 단결한 사람들에 의해 좌절되었던 경험이다.


    수없이 반복된 요구를 묵살해 왔으면서, 분노로 거칠게 튀어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것은 비겁하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건,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튀어나온 분노를 억누르려는 사람들이다. 진짜로 도움이 되려면 분노에 질렸다며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분노한 사람들이 분노하는 방향, 그리고 일관성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인상비평은 쉽고, 구루처럼 보이는 옳은 말을 하기는 쉽다. 억압은 사람을 납작하게 바라보고, 단면적으로 만들어 소비하도록 유도한다. 개인의 특성이 또다시 무시되는 순간이다.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것이 잘못일 이유는 없다.

    타인에 의해 침해받지 않을 자유. 그것이 또다른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기본적으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은 모두에게 이롭다. 그러나, 그저 '기분'이나 '부자연스럽다'는 이유로 상대를 억압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다. 내가 나이고자 하는 사람들의 말은 '불편한'것이 되고, 사회에 불편함을 준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이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말을 듣고 존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어려운 철학이론을 들이댈 것도 없이, 그저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 갖은 이유를 붙여 그들이 입을 다물도록 만든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그런 사람들이 굴복하는 모습을 보아야 속이 시원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나'로서 살아가겠다는 말이 도대체 왜 문제인지, 나로써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런 전통적 성관념을 뒤집은 <요조신사 마초숙녀>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주인공들의 성격은 그저 '마초남'과 '요조숙녀'의 스테레오타입에 맞는 성별을 뒤집어 놓은 것 뿐이기 때문에, 주인공 캐릭터의 입체성이 부족하다. 로맨스 서사에서도 세심한 감정묘사가 아쉽다. 로맨스 서사가 아니라 서로 연대하는 소수자들의 이야기로서도 감정묘사가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선입견에 몸부림치는 개인의 투쟁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서 기대가 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곽시탈 작가의 선전과 <요조신사 마초숙녀>의 정식연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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