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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봄 Apr 06. 2018

카광의 ‘실험’, 그리고.

<90년생 김지훈> 펀딩과 한가지 더.

<90년생 김지훈>은 많이들 알지만, <1990년, 백말띠의 해>펀딩은 오늘 처음 들었다. 그리고 이 두 펀딩은 모두 100%를 넘겼고, 중단됐다. 카광이라는 크리에이터가 일종의 실험을 했다고 글을 올렸다.

카광은 글을 통해 전자의 경우는 펀딩 시작에만 14일이 걸렸지만, 후자는 매끄럽게 진행되었다고 했다. 남성을 비하하는 단어가 있음에도 수정조치는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게 돈이 되는 컨텐츠라는걸 알았으며, 성별갈등이 왜 이슈가 되는지를 알았다고 했다.

후자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본인이 둘다 카광이라고 밝혔다.

사실, 페미니즘 이슈가 돈이 되고 말고는 관심이 없다. 사실 몇몇 콘텐츠를 빼고는 돈이 안된다. 여타 콘텐츠와 비슷하다고 본다. 다만, 그게 지금 주로 펀딩의 형태로 쏠리는 이유는 주류 미디어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 가장 크다고 본다. 주류 미디어에 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퀄리티 검증이 안된 펀딩에 쏠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것 자체가 이슈에 동감하는 사람들의 소규모 자본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태니까. 반면 남성의 힘듦을 이야기하는 콘텐츠는 주류다. 고작 펀딩에 돈이 된다고 하는건 글쎄, 그게 자본으로서 유의미한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카광의 ‘실험’에는 중요한게 빠져있다. 혐오, 폭력에 대한 고민이다. 김승섭 교수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고용이나 임금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높았고, 학교폭력에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한 남성의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말하지 못하는/못했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게 된 상황에서, 그들의 입을 다시 다물게 하려는건 누구일까.

이 이유를 카광은 알까?

웹툰 <뷰티풀 군바리>가 비판받는 이유는 여성이 군대에 가는 사회를 그렸기 때문이 아니다. 그 안에서 여성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가 문제적이기 때문이다. 카광의 문제인식은 <뷰.군>의 소비자가 외치는 것과 비슷하다. “여자도 군대 보내야 해!” 정도의 레토릭이다. 정작 비판 받는 지점은 그게 아닌데도, 마치 그게 핵심인 것 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카광은 실험을 밝히는 글에서 <90년생 김지훈>이 남성인권 콘텐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성 인권에 문제적 지점을 짚기보다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을 주로 모아놓았다. 군대, 생수통, 육체노동등을 포함해 페미니즘에서도 다루는 맨박스와 관련된 이야기. 남성인권을 주장하면서, 그 주체를 여성으로 규정지음으로써 생기는 문제들은 외면하고 있다.

반면, <1990년, 백말띠의 해> 펀딩에서는 달랐다. 층위가 다른 두가지를 하나로 묶어서 비교하는건 온당치 않다. 남성인권이라고 하면서도 차별적인 내용을 담은 콘텐츠와 차별을 고발하는 콘텐츠가 같을 수는 없다.

카광은 실험을 하면서 남초 커뮤니티의 신상털기를 당했다.

카광의 ‘실험’에 유의미한 결과가 있다면, 카광의 신상을 털고 카광에게 피해를 준/주려고 한 이들이 남초 커뮤니티였다는 점이다. 혐오는 그렇게 발휘된다. 폭력은 혐오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카광의 ‘실험’에는 이 부분이 빠져있다. 특정 의도를 가졌는지까지 판단할 수 없다. 다만, 이 실험은 틀렸다. 그 결과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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