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교육부장관 후보자 내정에 대해
대통령은 새 정부 교육부장관 후보자로 이진숙 전 충남대 총장을 내정하였다. 교육계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새 교육수장이 마주할 과제와 그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을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한다. 얼마 전 ‘이런 교육부장관을 기다린다’라는 칼럼을 통해 교육 현장의 목소리와 복잡한 정책 지형을 아우르는 장관의 필요성을 말한 바 있다.
나는 칼럼에서 새 교육부장관은 단지 ‘교사 출신’이라는 상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새 교육수장은 현장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며, 국회, 대통령실, 정당, 언론 등 복잡한 정치적 지형을 꿰뚫고 교육 정책을 관철해 낼 ‘유능하고 독한 정치가’를 주문했었다. '좋은 의도'만으로는 정책이 왜곡되고 후퇴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숱한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진숙 후보자가 대학 총장 출신이라는 점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다. 경력으로 보아 고등교육 전문가로서의 역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겠으나, 유초중등 교육에 대한 전문성은 전무하다. 나는 이미 내정된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논하기보다 차제에 교육부의 역할 재조정과 시도교육청으로의 권한 이양을 통한 교육자치의 실현이 가속화하기를 바란다. 현재 교육계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후보자에 거는 기대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유초중등교육 권한의 시도교육청 이관을 교육 자치 강화의 측면에서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이미 법적으로 상당 부분 이양이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의 이양은 여전히 더디다. 후보자가 유초중등 교육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교육청이 지역의 특성과 현장의 필요에 맞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실질적 권한을 과감하게 넘겨야 한다. 이는 시대정신이기도 한 교육자치를 명실상부하게 실현하는 길이자, 후보자의 약점을 보완하고 교육부도 역할 재정립을 통해 정체성을 확보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둘째, 국가교육위원회와의 실질적인 업무 조정을 통해 교육부의 역할을 재조정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중장기적 교육 비전과 방향을 제시한다면, 교육부는 이를 안정적으로 실행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국교위 설립 취지와 지원부처로서 교육부의 역할에 맞다. 후보자는 대학 총장으로 기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조정한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살려 국가교육위원회와의 불필요한 갈등과 업무 중복을 해소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셋째, 산적한 교육 현안 해결을 위한 '문제해결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AI 디지털교과서(AIDT), 유보통합, 늘봄학교 등 현재 교육 현장은 커다란 정책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돈을 겪고 있다.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등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는 현안 문제에 대한 보고를 각 부서에서 받을 것이다. 단순히 청문회 답변용 모범답안을 구할 것이 아니라, 이 과정에서 교육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책을 안정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교육 주체들과의 소통은 물론 국회와 타 부처를 설득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해결사’의 면모를 보여주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진숙 후보자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단순히 고등 교육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아니다. 우리는 그가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복잡한 현실의 구조를 꿰뚫고 담대한 개혁을 이끌어갈 ‘설계자’이자 ‘조정자’가 되기를 바란다.
유초중등 교육 권한의 과감한 이양으로 교육 자치의 새 시대를 열고, 국가교육위원회와의 협력을 통해 교육 거버넌스를 안정시키며,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 이것이 이진숙 후보자가 성공적인 교육부 장관으로 평가받는 길이 될 것이다.
현장에 대한 존중을 기본으로, 관료 시스템의 문법을 이해하고, 교육 정책의 구조적 메커니즘을 꿰뚫는 리더십을 통해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하고, 교원들이 다시금 교육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열정을 불어넣는 ‘진심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