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교육자료가 나왔다. 2018년말 고등학교, 특성화고등학교용이 나온데 이어 이번에 중학교용 자료가 나왔다. 초등학교는 추후 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에는 학생인권교육센터가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개방형으로 고용한 노동인권전문관은 노동인권증진 기본 계획의 수립에서부터 상담 및 권리구제, 노동인권교육자문위원회 운영, 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 많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담당 사무관, 또 장학사와 함께 이번에 자료 발간을 기획하였다. 자료를 받은 것은 꽤 되는데 이런저런 일로 미루다가 이제야 소개를 드린다.
교육의 목적을 말할 때 각기 처한 사정과 대상에 따라 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것은 '전인적 발달'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시민'을 기른다는 점이다. 수호믈린스키는 전인적 발달의 영역으로 모두 다섯 가지를 꼽았다. 지식교육, 노동교육, 신체교육, 도덕교육, 예술교육이다. 이 중에서도 노동교육을 다른 모든 영역과 조화롭게 연계하도록 하였다. 노동인권교육은 노동자의 인권만을 주제로 삼지 않는다. 그 안에는 인간이 노동을 하는 이유, 노동자의 권리, 편견과 차별에 대한 이해, 여성 노동, 최저임금, 감정노동, 직장 내 괴롭힘 문제, 아르바이트, 노동의 가치, 미래의 노동 등의 주제가 담겨 있다.
이 모든 영역들은 삶의 주인으로서, 시민사회의 주체로 살아가는 노동자이자 시민의 권리, 의무를 노동이라는 주제 속에서 풀어내기 위한 포괄적 제안들이다. 나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민주시민교육, 노동교육, 성교육 등과 교육과정의 질적 연계를 주장해 왔다. 이런 영역의 교육을 특별하게 다루는 것과(예를 들면 독립된 교과로) 교육과정 속에 녹아들게 하여 가르치는 것은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규 교육과정에서 제대로 다루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현행 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불만이 자꾸 특별한 장치를 만들게 한다. 사실상 그래서 학교 교육과정은 이미 특별한 주제들로 차고 넘치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
이 자료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자료 제작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몇 가지 유형이 있는데 그것은 교과 연계형, 창의적 체험활동(자유학년제형) 등이다. 아울러 주제별로 자료를 재구성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교수학습지도안이나 학생 활동지 작성 등의 방식이 그것이다. 브레인 라이팅이나 미디어 리터러시, 인터뷰 및 기사 쓰기, 현장체험학습 등 교수학습전략도 다양하게 예시하고 있다.
교과 교육과정과 연계할 때는 중학교의 경우 국어, 수학, 영어, 도덕, 사회, 역사, 기술/가정의 교육과정 핵심역량과 교수학습전략을 잘 맞추어서 주제에 따라 선택할 수도록 자료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노동인권교육은 그 자체로 노동교육이고 노동교육은 시민교육의 가장 중요한 범주이다. 내용과 절차에서 시민성을 키우도록 과정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우리의 교육문제가 이른바 교육의 목적에 대한 시민적 합의 수준에서 비롯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 있게 참여하며, 내 삶을 유지 발전시킬 능력을 키우는 것 등등이 모두 중요함에도 그저 먹고사는 일,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을 덜 하고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구하는 일로 교육의 의미를 축소하여 결과적으로 노동의 의미를 격하시켰다.
지난번 이오덕과 수호믈린스키의 노동관을 비교하면서 언급한 바 있지만 일하는 삶의 유의미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회의 축소판으로서 학교는 학습과 일, 놀이와 쉼이 공존하는 곳이어야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발달단계에 맞는 놀이와 일을 즐겨하고, 이것이 학습으로 연결되며 한 인간의 지성과 교양을 키우는 쪽으로 조력해야 한다.
이 책을 지도자료로, 학습지로 쓸 때 매우 편리하게 짜였다. 지금 당장 교과를 노동인권교육과 연계하지 않더라도 교사들의 읽기 자료로도 매우 훌륭하다. <교육과정 연계 노동인권 지도자료>가 두루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