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로 공부하는 성 감수성
TED(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는 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로 기술, 오락, 디자인 등과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이 강연회는 '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Ideas worth spreading)'를 모토로 내세운다. TED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강연을 개최하고 있으며 TEDx란 형식으로 각 지역에서 약 20분 정도의 독자적인 강연회를 열기도 한다. 1984년에 창립하여 1990년부터는 매년 강연을 열었으며 특히 TED 강연회의 동영상 자료를 웹사이트에 올려 많은 인기를 끌었다. 초대되는 강연자들은 각 분야의 저명인사와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중에는 빌 클린턴, 앨 고어 등 유명 인사와 많은 노벨상 수상자들도 있다.(https://ko.wikipedia.org/wiki/TED) TED 홈페이지(http://www.ted.com)에는 주제별로 분류한 강연회 녹화 영상이 있다.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는 영상을 보려면 ‘TED Korea’ 홈을 찾으면 된다.
이번 달 수업에 활용할 영상은 ‘성 감수성’에 관한 것이다. 성 감수성 교육은 그동안 진행해 온 일반적인 성교육을 넘어 성 의식에 사회문화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성 감수성이 높다는 것은 성차별, 성폭력을 비롯한 문제들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및 인권에 대한 이해가 깊은 상태를 말한다. 성 감수성은 양성평등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시민의식의 주요한 부분이다. 영상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학생들의 활동 및 발표 시간을 할애하여 살아있는 공부로 이끌기를 기대한다. 테드 코리아 홈페이지 화면 왼쪽 위에 있는 강연 찾기(Search talks...)에 ‘gender'를 입력하여 검색하면 지금부터 소개하는 영상들을 만날 수 있다.
‘성난 백인 남성(Angry White Men)’의 저자이며 사회학자인 마이클 키멜은 성을 사회학적으로 조명해 왔으며 30년 이상 성평등을 위한 활동을 해 왔다. 가디언 지는 그를 ‘세계에서 가장 걸출한 남성 페미니스트’로 불렀다. 영상에서 마이클 키멜은 양성평등이 높은 나라들은 행복지수도 최상위쪽이라고 말한다. 양성평등은 기업에도 유익하며 이런 기업일수록 노동자들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직률이 더 낮고 더 낮은 수준의 감원을 하기 때문에 직업 만족도도 높아져 생산율도 높다고 강조한다. 정작 마이클 키멜이 강연을 통하여 말하고 싶은 것은 양성평등이 여성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 좋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남성들은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만듦으로써 삶에 활력을 가져오는 삶을 원하기 때문에 배우자가 가정 밖에서 일하기를 기대하며 그런 이유로 가정일과 양육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남성이 가정의 일을 분담할 때 아이들은 학교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과 결석률이 더 낮고 더 높은 성취율을 보이며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로 진단될 가능성도 더 낮아진다고 강조한다. 결국 아이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원한다면 남성이 가정일과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니야마야로는 더 평등한 세상을 위한 12억 건의 대화를 만들어낸 ‘#HeForShe’ 트위터 캠페인의 창시자이다. 니야마야로는 조국인 짐바브웨에 기근이 덮쳐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았고 배가 고파 고통스러울 때 파란 유니폼을 입은 여자아이가 UN과 함께 아이들을 먹이기 위해 우리 마을에 온 때를 회고한다. 그녀가 나누어 주는 죽을 받은 니야마야로는 파란 유니폼을 입은 여자아이가 했던 말을 기억한다. 그것은 "아프리카인으로서, 우리는 반드시 다른 아프리카인들과 희망을 나눠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그땐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니야마야로는 두 번째 기근이 덮쳤을 때 난생 처음으로 학교에 가서 불평등을 경험했노라고 말한다. 그 후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준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다. UN에서 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모두에게 희망을 나누는 한 가지 간단한 생각을 제안한다. UN 여성 대표 믈람보의 선견지명 있는 리더십으로 니야마야로는 ‘HeForShe’라는 획기적인 계획을 수립한다. 이 계획은 전세계의 남성과 소년들을 초대하여 양성평등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도록 서로간의, 그리고 여성들과의 연대를 형성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영상은 남녀에 대한 불평등을 믿는 남성들과, 아직까지 그 불평등을 인지하지 못한 남성들을 초대하고 있다.
에만 모하메드는 가자 지구에 있는 몇 명 안 되는 여성 사진작가 중의 한 명이다. 많은 남성 동료들이 놀라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남성에게 금지된 영역에 접근한다. 짧은 강연에서 그녀는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냄으로서 그녀가 속한 공동체의 성 규범을 비판한다. 에만 모하메드는 강연을 통해 가자에서 여성의 삶에 대한 인식은 수동적이며 최근까지 많은 여성들이 일을 하거나 교육을 받는 것이 허락되지 않았음을 밝힌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약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충돌을 포함한 이중적 전쟁의 시간 속에서, 여성들의 어둡고 밝은 이야기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들에게 여성들의 이야기는 하찮게 여겨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에만 모하메드는 자신의 일이 전쟁의 상처를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자 사람들의 보여지지 않은 이야기를 모두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라 말한다. 팔레스타인 여성 사진가로서 투쟁의 여정, 생존 그리고 매일의 삶이 지역사회의 금기를 극복하고 전쟁과 그 여파의 다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도록 영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짧은 영상은 여성 작가의 말을 통해 가자에서 벌어지는 불평등을 전하고 있다.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남자들은 왜 애쓰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는 이 영상에서 남자들의 졸업률이 낮아지고, 친밀감과 관계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는데 대한 통계를 공유하고,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최근 여학생들이 공부에서 높은 성취를 보이고 있다. 사법시험이나 공무원, 교사 임용고사에서도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현상을 필립 짐바르도는 ‘남자들의 종말’로 명명하면서 남자들은 학업에서 뒤떨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교성과 성적 매력에서 여자들에게 완패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보다 30% 더 자퇴확률이 높은데, 캐나다에선 여학생 3명당 남학생 5명이 자퇴한다는 것이다. 또한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단계에서 여학생들은 남학생을 뛰어넘는다는 것이 필립의 주장이다. 학위를 받고 대학원을 마치는 동안 남학생들은 여학생들보다 10% 뒤떨어지고 특별 보충수업을 받는 학생의 2/3가 남학생이라고 한다. 남자 아이들이 여자 아이들보다 5배 더 주의력 결핍 장애로 진단을 받는다. 필립은 그 원인으로 남자아이들이 게임이나 포르노 영상을 보면서 뇌가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것은 변화, 새로움, 흥분, 지속적인 자극이다. 디지털 방식은 아날로그적이고, 정적이고, 수동적인 전통적 계층과 조화를 이루는데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다. 이걸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은 남녀 학생들의 부모들, 교육자들, 게이머들, 영화 제작자들, 그리고 진짜 남성을 원하는 여성들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대사가 압권이다.
“함께 대화하고, 춤출 수 있고, 천천히 사랑을 만들어가며 진화 압력에 기여하여 인류가 달팽이보다 상위에 있게끔 하는 남성 말이죠. 달팽이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습니다.”
미디어 회사들과 광고 회사들은 청중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여전히 구태의연한 인구통계를 사용하지만, 온라인을 추적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미디어 연구가 조안나 블레이클리는 말한다. 조안나는 강연을 통하여 소셜 미디어가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더욱 성장하고, 여성 사용자들의 수가 남성 사용자들의 수보다 앞서감에 따라 미디어의 미래에 어떤 변화가 예기되는지 설명한다. 조안나의 말에 따르면 온라인상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방식을 보면 연령, 성별, 수입에 따라 모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따라 모인다. 그것은 공유된 관심과 가치가 인구통계학적 범주들보다 훨씬 더 강력한 사람들을 모으는 요소라는 것이다. 조안나가 소셜 미디어에서 놀라운 사실은 여성들이 소셜 미디어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각의 연령대별로 나뉜 전 세계적인 통계를 살펴보면, 소셜 네트워킹 기술의 사용에서 실제적으로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많다. 또한 여성들이 이러한 사이트에 쏟는 시간의 양을 살펴보면, 여성들은 정말로 구(舊) 미디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소셜 미디어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문화에 어떤 종류의 영향을 끼칠 것이며, 그것이 여성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하는 것이다. 영상을 통하여 이 문제에 접근해 보도록 하자.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이후 뉴욕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버자이너 레이디’로 인식되고 있는 극작가이자 연기자인 이브 엔슬러의 강연이다. 이 열정적인 강연에서 이브 엔슬러는 우리 모두 안에 '소녀 세포'— 우리 모두 억눌러야만 한다고 배웠던 세포—가 존재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녀는 소녀다움의 놀라운 힘을 밝히기 위하여, 충격적인 역경과 폭력을 극복해 온 전 세계 소녀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브 엔슬러는 이 모든 세상이 한마디로 소녀스럽지 않도록 길러진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가 남자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을 보자. 우리들에게 사내답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소년이 된다는 것은 소녀가 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남자답다는 것은 소녀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성인 여성이 된다는 것 역시 소녀를 벗어나는 일이다. 강하다는 것은 소녀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리더가 되려면 소녀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브 엔슬러는 소녀다움은 너무나 강력한 힘을 갖기 때문에 모두에게 그렇게 되지 말라고 누누이 가르쳤어야만 했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소녀답기를 거부하는 것, 소녀다움을 억압하는 것, 감정을 억제하는 것, 감정을 배척하는 것이 우리를 이 지경까지 몰고 왔다고 비판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폭력과 가장 극심한 빈곤과 대학살, 대규모의 강간, 지구 환경 파괴 등이 전적으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모든 상황을 소녀 세포를 억압하고 소녀다움을 눌러 온 결과라고 말하는 이브 엔슬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2015년 도서관 저널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