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난 술을 못한다고 이야기했었다.(https://brunch.co.kr/@webtutor/421) 오늘 업무가 끝나고 동네 식당에서 국수를 먹었다. 내가 국수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음식을 먹으면서 허기를 달래는 그 기분과 뜨거운 김이 훅 들어올 때의 삶의 비애감 같은 것이 싫지 않다. 다른 음식을 먹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국수를 먹을 때 진지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새로 개업한 편의점에 들러 와인을 한 병 샀더니 글라스를 끼어준다. 내친김에 오프너와 스토퍼까지 사서 돌아왔다.
한 잔 따라 마셨다. 못 마시는 술이니 익숙하지 않고 그냥 그렇다. 인터넷을 뒤져 루치오 폰타나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았다. 흐르는 피를 끔찍해하는 사람들이 누아르 영화를 더 즐기듯, 암튼 호퍼의 그림을 찾는 지금 내 기분은 뭐 그렇고 그렇다. 갑자기 충동구매 욕구가 치밀어 올라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을 질렀다. 책을 질렀다는 표현은 어딘가 불량스럽지만 책값이 2만 9천 얼마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양해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양장으로 봐야 제 구실을 한다고 하길래.
사람마다 힘든 점이 있고, 그것을 푸는 방법도 다양하겠다만, 워낙 여러 사람이 어울려 왁자하게 떠드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이라 이렇게라도 심신을 위로한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도 이 기분 그대로일 수도 있겠지만 시간을 견디는 것이야 말로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