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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Dec 19. 2021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기

브런치는 예비작가들이 글을 쓰고 반응을 살피기에 좋은 플랫폼


2021 브런치 결산 리포트

어느 날 브런치에 들어와 왼쪽 메뉴를 보니 '결산 리포트받기'라는 항목이 보인다. 링크를 따라가서 왼쪽과 같은 리포트를 받았다. 다른 항목들이야 그러려니 하는데 '라이킷 상위 1%'라는 것이 눈에 띈다. 내 글에 붙는 2-30명 정도의 라이킷이 상위 1%라는 것에서 브런치 생태계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평균 2-30건의 라이킷 만으로도 상위 1%의 요건이 될 정도로 브런치 작가들이 받는 평균적 반응이 빈곤하거나, 내가 작년부터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많이 올려서 라이킷이 많아진 것이거나.   

독자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는 행위는 내 실존을 확인함과 동시에 사회적 존재로서 타자와 공감하는 일이다. 브런치 글쓰기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다른 SNS 글쓰기와는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페이스북은 친소 관계로 이뤄진 강력한 네트워크가 특징이다. 상호작용 빈도수를 기반으로 하는 페이스북의 독특한 알고리즘은 사용자 친화적 타임라인을 제공한다. 이 결과 광대한 페이스북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사용자의 유사한 관심사를 그룹화하며 그곳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마치도 여론인 양 착각하게 한다.

종종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확신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여론 착시 및 과잉 대표 현상 때문이다. 트위터는 단문과 속보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예전만큼 활발한 소통이 있는 것 같지 않다. 과거에는 언론에서 유명인의 트윗을 즐겨 인용했지만 요즘은 페이스북 글을 인용한다. 플랫폼의 영향력 차이다. 페이스북의 수익 모델 중 하나는 빈번하게 타임라인에 노출되는 '광고'이다. 신기하게도 이 광고에는 사용자의 관심이 반영돼 있다. 사용자의 로그(사용 흔적)를 분석하여 그와 유사한 광고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다는 논란을 부르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SNS 플랫폼은 누구나 쉽게 접근하여 글을 쓸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

이와 달리 브런치에는 초기 진입 장벽이 있다. 이른바 '작가'로 승인을 받아야 공표하는 글을 쓸 수 있다. 페이스북이 일상적 네티즌들의 공간이라면 브런치는 글을 읽고 쓰는 작가 혹은 예비작가들의 공간이다. 확실히 여기서는 완성도 있는 글, 정돈된 글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작가로 승인을 받고 글을 공표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독자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다. 브런치에 처음으로 글을 쓰는 작가들은 다른 SNS에 비하여 반응이 미약하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폭발적인 반응을 기대한다면 브런치는 적절한 글쓰기 플랫폼이 아니다. 예비작가들은 본인의 글을 꾸준히 써서 일정 분량에 이르면 출간 등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기성작가들도 브런치에서 활동을 하는데 이들에게 브런치 플랫폼은 '글 저장소'이다. 독자들의 반응을 탐색하면서 일정 분량으로 글이 축적되면 본인의 힘으로 출간을 하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거나 유튜브에 영상을 만들어 올리거나 독자를 향한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측면에선 모두 창작 활동이다. 온라인 시대의 창작 활동은 한편으로 문호가 넓어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여전히 부익부 빈익빈의 세계다. 누구나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세계는 일단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듯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기회'만 평등하다. 이것이 바로 디지털 네트워크가 '도구'인 이유다. 아무나 접근할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성공의 요인은 단순한 접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소양과 노력이다.   


3년 전에 처음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할 때를 떠올려본다. 몇 가지 경력을 적었더니 바로 승인이 된 것으로 보아 이미 출간 경험이 있는 작가들은 바로 승인이 되는 것 같았다. 출간 경험이 없는 경우 몇 편의 글을 '심사용'으로 올려 브런치 운영팀의 판단을 구해야 하는데 쉽게 되는 분들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가끔 올라오는 '브런치 작가 등단기' 같은 글을 읽어보고 알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동기도 다양했다. 그중에는 좋은 책을 써서 출간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도 있었고, 그저 쓰고 싶은 욕구를 숨길 수 없어 작가 신청을 한 분들도 있었다. 어찌어찌 브런치 작가가 됐다고 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호기롭게 글은 썼는데 아무도 읽어주지 않으니 의욕이 떨어지고 계정을 방치하는 경우도 많다.

브런치에서 잘 읽히는 글은 논리적으로 주장을 하거나 남을 가르치려 드는 글이 아니다. 쉽게 읽히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글들의 열독률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온라인 네트워크라는 글쓰기 플랫폼과 무관하지 않다. 그저 종이책을 옮겨 놓은 방식으로 글을 쓰면 아무도 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내 글 중에도 그런 글이 많을 것이다) 여기서 던지는 질문 하나. 쉽게 읽히고, 독자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으면 좋은 글일까? 이 질문은 당신이 작가로서 활동하는 동안 지겹도록 반복될 것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에 앞서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독자들의 어떤 반응을 기대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지난 글 <써야 할 이유>를 참고하기 바란다. https://brunch.co.kr/@webtutor/465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기록'에 대한 욕구가 있다. 나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서도 기록하고, 내가 가진 어떤 생각을 타인에게 전하기 위해서도 기록한다. 조지 오웰은 순전한 이기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 등이 글쓰기의 동기라 했다. 글쓰기에 입문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내 경험에 대한 인정 욕구'이다. 이는 한 인간이 갖는 절박한 '삶'의 욕구이기도 하다. 오웰이 인정 욕구를 순전한 이기심이라 썼지만, 이것은 인간이 갖는 근원적 욕구다. 문제는 이 욕구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놓을까 하는 것이다.

브런치는 예비작가들이 글을 쓰고 검증받기에 좋은 플랫폼이다. 작가는 어떤 글이 많이 읽히고 호응을 받으며 독자들은 어떤 글에 댓글을 쓰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좋은 글과 반응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내 경우 가장 많이 읽힌 글은 지극히 사적인 일상에 유머를 섞어 쓴 글인데 조회수가 1만 회를 넘었다. 공유가 많은 글은 763회를 기록한 다소 무거운 주제의 글이었다. 댓글은 10건을 넘은 것이 몇 건 정도에 불과했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글들은 다소 길었다. 소수의 독자들은 긴 글도 읽고 흔적을 남긴다. 그러나 꼼꼼하게 읽지만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독자들도 있다.

글쓰기는 '사유'를 동반하는 작업이다. 누군가 나보고 당신은 왜 글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이성적인 이유와 감정적인 이유로 나누어 답하겠다. 글을 쓸 땐 먼저 타인의 글을 읽어야 하고 생각을 해야 하며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때론 아주 오래, 그리고 깊게 고뇌해야 한다. 읽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삶은 인간의 그의 실존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가진 생각을 타인에게 전하는 방법은 두 가지 뿐이다. 말하기와 글쓰기다. 말로 다 할 수 있으면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 말은 휘발하고 글은 남는다. 이게 내가 글을 쓰는 이성적 이유이다.

아울러 나는 삶에서 쌓인 여러 감정적 문제들을 해소할 방법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다. 음주, 흡연과는 거리가 멀고 사교적 성격이 아닌지라 실세계에서 타인과 사적 관계를 활발하게 맺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글을 쓴다. 내가 지금까지 열몇 권의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이런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독자들도 나의 이런 생각에 공감한다면 꾸준히 글쓰기를 하기 바란다.

다음 초기화면에서 브런치 글을 소개하면 조회수가 올라간다

브런치가 좋아하는 글이 있다. 가끔 이상하게 조회수가 올라갈 때가 있는데 브런치 편집팀에서 브런치 홈이나 다음 초기화면에서 링크를 연결해 줄 때다. 보통 이런 글들은 '소소한 감동'을 부른다. 편집팀은 주제가 무겁지 않고 삶에 닿아 있으며 진솔한 글들을 연결한다. 특히 온라인에서 잘 읽혀야 한다. 그러니 논문 같은 글을 써 놓고 많이 읽히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기 바란다.

물론 많이 읽히는 글이 글쓰기 측면에서 꼭 '좋은 글'은 아니다. 당신이 그저 솟구치는 인정 욕구 조절용으로 글을 쓸 것이 아니라면 내 답은 한결같다. '쓰고 싶은 글'을 쓰라는 것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상당한 분량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쓰다 보면 기회가 닿을 것이다. 꼭 책을 출간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글쓰기 능력과 실존적 성장은 오로지 당신의 것이다. 아래 매거진의 몇몇 글들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작가교실 https://brunch.co.kr/magazine/writing-class

책이야기 https://brunch.co.kr/magazine/book-talk  


* 커버이미지 https://collegeinfogeek.com/how-to-become-a-freelance-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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