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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Dec 13. 2021

써야 할 이유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쓰는 당신, 왜 글을 쓰는가, 왜 써야 하는가?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기록'하는 일이 자신이 속한 무리를 지키고 나아가 종의 번식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특정 장소를 잊지 않기 위해 돌이나 나무 등의 위치를 기억하려고 했고 점차 도구를 사용하여 표식이나 상징을 그렸다. 서로 약속한 표식이나 그림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인간은 다른 종들보다 협업하는 능력을 일찍 갖게 됐고 그들의 삶 점차 복잡해지자 표식이나 그림은 늘어났다.

문자가 탄생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인간 종의 진화를 한층 가속화한 것은 도구를 사용하여 기록과 의사소통을 있었기 때문이다. 직립보행과 불의 발견에 더하여 기록하는 행위는 '쓰는 인간(Homo Scribens)'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글쓰기에서 빠지지 않고 주제에 오르는 것은 왜 쓰는지, 무엇에 대하여 쓰는지, 어떻게 쓰는지 등이다. 어려움 없이 글 쓰는 행위가 가능하다면 '나만의 스타일'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 그리고 스타일(Style)에 글쓰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글을 써야 할 이유, 글감, 나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법이나 문체 등은 대부분의 글쓰기 공부에서 다룬다.

무엇이 글감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관해서는 상식적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것'이라고 답을 할 수 있겠지만 이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경험과 상상을 통해 글감을 찾는 것은 맞다. 그러나 글쓰기 소재에 대해서는 글쓰기를 강조하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그리고 이 지점이 다른 글쓰기 전문가들의 말(혹은 책)과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곳이다.

글쓰기 전문가들은 아무거나 글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당신의 인생이 특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치열하게 산 사람의 글이 좋다는 것이다. 나쁘지 않은 지침이지만 글쓰기 재능이 뛰어나지 않은 초심자를 포기하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제 막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는데 좋은 글을 위해 인생부터 똑바로 살아야 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부담이다.

글쓰기 입문 과정에 들어선 초심자의 관심은 '내 삶의 치열함'이 아니라 '나도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욕구이다. 삶과 글쓰기는 밀접하게 연동하는 문제임이 확실하다. 그러나 과 글은 서로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결과적으로 글에 삶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과 글은 인위적인 연계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상호의존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작가교실 매거진의 '글쓰기의 자존감'을 먼저 읽어보면 좋겠다. https://brunch.co.kr/@webtutor/44

  

글감과 기법, 스타일은 이전 글을 참고하기 바라고 https://brunch.co.kr/magazine/writing-class  

오늘은 '글쓰기의 이유', 즉 '왜'에 대한 문제만 말하려고 한다. 쓰는 일이 기록을 후세에 넘겨주고 싶은 인간이 가진 원초적 본능이라 하면 어떨까. 이는 마치도 죽지 않기 위해 음식을 섭취한다는 말과 같다.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갖게 된 당신은 잊지 않기 위한 삶의 기록, 내 생각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은 현실적인 욕구가 있다. 보편적 이유를 넘어선 당신만의 특별하고도 현실적인 이유 말이다.

지금 당신은 글을 통하여 타자와 소통하고, 가능한 글을 잘 써서 조금 더 설득력이 있으면 좋겠고, 나아가 독자들이 당신의 글에서 감동을 느낀다면 더욱 좋을 것이고 생각다. 이것으로 글쓰기의 동기는 충분하다. 이 욕심이 과하면 인정 욕구만 올라와서 '관종'이 되는 것이고 자기 통제에 실패하면 '폭주하는 글쓰기'를 하게 된다. 남의 눈에 잘 띄게 하려고 자극적인 글을 쓰거나 지나친 과시, 타인에 대한 비난과 조롱의 글쓰기는 한번 맛들이면 쉽게 교정할 수 없다.  

며칠 전 브런치 결산을 받아보라고 해서 링크를 눌러보았더니 누적 뷰, 구독자 등 이런저런 분석에다가 라이킷이 상위 1%라는 항목이 있다. 평균 20 여명의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공감의 표시를 해주는데 그것이 상위 1%에 해당한다니 의외다. 생각보다 브런치 생태계가 풍성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브런치를 통해서 이뤄지는 공감의 표시는 무척 중요하고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에너지를 준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브런치에서는 잘 읽히는 글이 있고 그렇지 않은 글이 있다. 우선 확인할 것은 라이킷과 좋은 글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나중에 다루도록 하자.

아울러 브런치라는 온라인 네트워크와 종이 책 안에 담기는 글은 다르다. 글이 같다면 읽히는 방식이 다르다.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써서 종이 책을 출판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둘 중의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종이 책 출판을 목적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면 브런치 반응은 신통치 않을 것이다. 반대로 브런치에서 잘 읽힌 글은 온라인이라는 특성에 힘입은 것이므로 종이 책으로 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온라인의 생명은 간결함과 속도감이고 종이 책은 무엇보다 그 내용이 중요하다.  

글을 쓰려고 준비할 때, 글을 마치고 고쳐 쓸  때 생각할 점이 있다. 내가 이 글을 왜 쓰려고 하지? 혹은 이 글을 왜 썼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다면 이 글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남이 공감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나도 왜 썼는지 모르는 이런 글을 수십 편 모아 책을 낸다고 하자. 독자들은 '도대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글감과 스타일을 생각하기 전에 꼭 써야만 하는 스스로의 이유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과거 또는 현재의 어떤 사실이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만의 글이라면 그것은 '일기'다. 일기는 비공개를 전제로 쓰는 글이니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숨김없이 쓰면 된다. 이 글의 저자와 독자는 오로지 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정직하게 써야 한다. 따라서 초등학생의 글쓰기가 아닌 이상 일기를 어떻게 쓰라고 조언하는 일은 우습다. 다만, 어떤 일기는 타인에게 공개될 것을 '의식'하고 쓴다. 일기 혹은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공표하는 글이다. 이런 글은 저자의 경험을 기본으로 하되, 흥미와 감동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각색을 거친다. 독자도 이런 점을 생각하고 글을 읽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공개 여부와는 무관하게 치유를 목적으로 글을 쓰기도 한다. 무엇인가 쓰지 않고는 마음속에 맺혀 있는 응어리를 풀 수 없을 때 글을 쓴다면, 그리고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면 이는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효과이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활과 생각을 다시 돌아본다. 일상이 다시 정리가 되면 다음에 어떤 일을 계획할 때도 좀 더 유익한 쪽을 선택할 수 있다. 현대인들이 받는 많은 스트레스가 있다. 직장, 가족, 일상 등 한마디로 모든 것에서 압박감을 느낀다. 이러한 압박감을 해소하기 위해 매일 음주를 한다고 하자. 아마 남는 것은 몸과 마음의 손상일 것이다. 이럴 때 글쓰기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타인의 공감을 얻거나 설득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경우가 있다. 많은 작가들은, 기성작가든 지망생이든 모두 내 글이 독자의 머리에 박히고 가슴에 꽂히기를 갈망한다. 사실 가장 힘든 글쓰기 영역 중 하나이다. 그리고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타인을 설득하기 위해서 동원하는 여러 논리는 가능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논리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 무책임한 글쓰기가 된다. 이런 글을 쓰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글을 쓰는 시간보다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는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   


흔히 직장에서 '페이퍼 완성도'라는 말을 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일의 세계에서 쓰는 문서는 요점만 기록한 '개조식' 글이다. 개조식이란 글을 쓸 때 앞에 번호나 약물을 붙여 가며 요점만 짧게 쓰는 글을 말한다. 가령 번호와 네모, 동그라미, 바(-)와 당구장 표시(※)를 용도에 맞게 배치하고 내용을 담는 식이다. 번호로 처리해야 할 대항목을 동그라미 아래 쓴다든지 바와 당구장 표시를 혼동하는 경우 '페이퍼 역량'이 떨어진다고 상사에게 질책을 듣는다.

이 페이퍼 역량이 뛰어나다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 보았다. 그런데 문장으로 써보라고 했더니 A4 한 장을 넘기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글의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즉 '써야 할 이유'가 달랐기 때문이다. 바쁜 상사를 위해 요점만 써서 보고하는 자료와 두고두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은 그 목적이 다르다.

기록과 치유, 공감과 보고를 위한 글쓰기는 보편적으로 거론되는 글쓰기의 이유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당신의 이유다. 만약 브런치에 글을 써서 라이킷을 많이 받고, 그렇게 인정을 받아 책으로 출간을 하고 싶은 것이 목적이라면? 방식으로 써야 한다. 경우 글감을 선택하고 일관성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하나의 주제로 적어도 가지 이상의 스토리를 만들어 있는지?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상당한 분량으로 확보가 되는 글인지? 단행본으로 편집했을 최소 200쪽 정도가 되는지? 생각할 것은 많다. 이때도 나만의 이유가 필요하다. 오늘도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쓰는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 왜 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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