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에게 보이고 싶은 나가 있고, 정말로 궁금해서 미치겠는 나도 모르는 나가 있고, 내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남이 생각하는 나도 있고, 그럴듯하게 꾸민 나, 꾸미지 않은 나... 내 몸은 하나고 내 뇌도 하나요, 심장도 하난데 왜 이리 '나'가 많은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나'는 '지금 여기 이대로의 나'와 일치할수록 좋다. 꾸미는 것도 정도가 있다는 말이다. 내면이 충실하지 않으면 겉모습이 화려해도 생명력이 없다. 글은 경험이 많을수록, 머리에 든 것이 많을수록,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좋아진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여기에 중요한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혼자 있는 것을 견디는 힘'이 강한 사람에게서 숙성된 글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나 자신이다.
나이를 먹으면 자신을 들여다볼 능력이 생기는 줄 알았건만 내가 이해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하긴 그것도 없으면 세상의 진화는 멈추고 말 테니, 내가 가진 호기심이 죽지 않도록 자꾸 새로운 세계를 탐해야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주름을 없애고 몸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이 사라지만 그에 따라 생각 세포가 감소할 것이고, 노화를 촉진하는 세포는 증가한다. 생각해보니 호기심은 어린이의 특성 중 하나다. 어찌하여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시답지 않아 하고, 그 좋은 호기심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것일까. 애석한 일이다.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동력(power)은 어떤 일을 일으켜 밀고 나가는 힘이다. 그냥 힘이라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동기(motivation)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력 내지는 동기는 강할수록 좋을까? 약해서 시들시들한 것보다야 낫겠지만 무작정 강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방향이 잘못됐을 때 동력은 강할수록 해롭다. 글쓰기는 참 인생을 사색하며 살기에 좋은 수단이지만, 그 동기가 불순하면 글쓰기는 나쁜 도구가 된다.
글을 쓰지 못한 일주일 동안 순전한 독자가 되어 브런치 글을 읽었다. 새로운 사유와 이해, 그리고 영감을 얻었지만 글 쓰는 사람들은 왜 이리도 하나같이 외로운 존재여야 할까 하는 것에 생각이 이른다. 글쓰기의 동력은 외로움이란 말이 맞는가 보다. 글을 읽다 보면 나까지 덩달아 허전해진다.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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