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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Sep 12. 2021

글쓰기의 시간

누구에게나 공평한 '한글'

현대인의 생활이 급속하게 디지털화 하고 있다. 읽고 쓰는 행위마저도 웬만하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새삼 느끼는 것인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것으로 쇼핑이나 게임, 웹툰 보기나 영화 관람 등 많은 일이 그 작은 기기 안에서 이뤄진다. 각기 다른 네트워크 안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자원을 취하거나 공유한다. 지난날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1인 1세계의 느낌이다.  

지하철에서 아주 드물게 종이 책을 읽는 사람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 자체로 반갑고 존경스럽다. 그 책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그렇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지하철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종이 책을 읽었다. 외출 때에는 어떤 책이든 챙겨야 했고, 조용한 지하철 객실 안에선 책장 넘기는 소리가 넘쳤다. 묵은 추억을 소환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말이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 시대를 두루 거쳐온 중년들에게는 그럴듯하게 들릴 것이고,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벗 삼아 성장해온 세대들에게는 별로 공감 가는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아무튼 네트워크는 연령과 세대를 불문하고 1인 1세계의 경험을 제공한다. 디지털 소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에 반발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디지털 세상은 이미 우리 내부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다. 적응하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어 보인다.  




네트워크의 일상화에 따라 글쓰기를 하고 공표하는 분들이 늘었다. PC나 스마트폰에서 쓴 글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네트워크에 공유할 수 있다. 온라인에 공유하는 글에는 독자의 '즉자적' 반응이 뒤 따라온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또 이곳 브런치에 올라간 글들은 바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거나, 외면의 대상이 된다. 많은 '저자'들은 주목받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저자들은 독자들이 어떤 글을 좋아하는지, '좋아요'를 많이 받기 위해 어떤 기법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궁금해한다. 내가 아는 한 누구도 여기서 예외는 아니다.

당신은 왜 글을 쓰는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쓰는가. 글쓰기의 일반적 목적은 '기록'이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기억에서 잊혀진다. 인간이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도 많다. 내 생각을 알리고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는 경우다. 이 경우 논리적 근거를 통해 글의 정당성을 밝히는 방식으로 쓴다. '홍보' 목적의 글도 있다. 이런 글의 목적은 글을 통해 누군가를 알린다거나, 물건을 많이 팔리게 하는 것이다. 그외에 글쓰기에 어떤 목적이 있을까.   

독자를 위해 글을 쓴다는 사람이 있다. 거짓말이다. 모든 저자는 자기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 온라인에 넘치는 자기 위안의 표현들을 보라. 그것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하여 위선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다. 글은 내가 쓰고 나를 위해 쓴다.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것이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든, 무언가를 주장하는 글이든 다 같다. 누군가를 이롭게 한다고 애써 생각하지 말라. 그것조차 당신에게는 자기만족이다. 그렇게 정직하게 내 욕구를 직면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당신의 글이 정직해진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문장을 잘 꾸미는 것인가, 현란한 수식어를 적재적소에 넣는 것인가. 글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근거를 끌어오는 일인가. 내 욕구에 정직하게 직면하지 않고 독자들의 관심 끌기만 생각하면 불필요한 수식어가 늘고 꼭 쓰지 않아도 될 부사를 남발하며 문장은 길어진다. 글쓰기의 논리는 단순하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독자에게 글로 전하는 일이다. 그것에 충실하라. 그럼 글이 쉽게 쓰이고 의미가 명료해지고 문장이 짧아진다.

'글감'은 글쓰기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잘 쓰인 좋은 글임에도 읽기가 불편한 글의 특징은 무엇일까. 남의 이야기로 일관하는 글이다. 당신의 말을 하라. 글쓰기의 가장 큰 목적은 내 생각과 감정을 글에 실어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글은 말과 달라 기록성이 강하다. 말은 휘발한다. 물론 그렇다고 말의 책임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말이든 글이든 화자(저자)가 책임을 진다.

글쓴이가 지우지 않는 한 영원히 남는 온라인 위의 글은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공표해야 한다. 명심하라. 온라인에 쓴 글은 내가 지우지 않는 한 영원히 남는다. 책임 또한 무제한이다. 내가 쓴 글이 타인에게 모욕감을 주는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비록 타인에 관한 사실을 말하고 있더라도 그 사람이 느끼기에 모욕적이거나 명예를 손상당했다고 느끼면 글쓴이는 책임을 져야 한다. 모욕의 정도가 강하지 않아도 반복하여 이루어진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SNS의 일상화는 평범한 누구도 작가로 만들 수 있고, 사실 그런 기회는 널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히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이 있다.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가. 막연하게 많이 읽히는 것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누구'에게 읽히고 싶은지 생각해야 한다. 여러분들이 목도한 바, 네트워크에는 온갖 종류의 인간 군상들이 넘친다. 단순히 조회수를 올리기로 작정하고 주의를 끈다면 그건 그냥 '관종'이다. 내 글을 누가 읽었으면 하는, 마음속의 대상을 정하고 그들을 향해 쓰라. 그렇게 쓰는 순간 대화는 시작되고 문장이 정제된다.


잘 읽는 사람이 잘 쓴다. 남의 이야기에 진중하게 귀 기울이는 정성 없이 좋은 글을 쓰겠다는 것은 오만이다. 쉽게 읽히고, 공감을 불러오는 글들의 특징을 살피라. 대체로 그런 글들은 담백하고 정직하다. 작가가 되고 싶은가. 그럼 시간과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버려라. 내가 누구를 향하여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정하지도 못하고 글로 유명해지려고 하지 말라. 오로지 관심을 끌기 위해서 쓰는 글은 필연적으로 품위와 격조를 상실한다.


글쓰기 교재에 의하면 '글이 좋으려면 치열하게 산 경험'이 있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삶을 치열하게 산 사람일수록 글감과 서사가 풍부하다. 치열한 삶이 반드시 선택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살아가는 자의 선택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삶은 내가 의도하지 않은 여러 사태가 일어나고 그것이 연속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식당에서 음식을 고르듯이 내가 원하는 삶만을 선택하여 살 순 없다. 그러므로 내 삶과 글의 연계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 그러면 삶도 글도 부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말과 글, 그리고 행동은 보는 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자연스러움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역설적이지만 많은 '인위적' 훈련이 필요한 과정이다.

불필요한 수식어만 줄여도, 문장을 너무 길게 쓰는 습관만 버려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수식하지 말고 '묘사'를 하라. 긴 문장은 잘라서 두 문장 이상으로 재구성하라. 연결이 부자연스럽다면 과감하게 버려라. 버리는 것도 글쓰기의 중요한 기법이다. 맥락과 닿아 있지 않고 겉도는 문장 역시 버려라. 그렇게 하다보면 알맹이만 남을 것이다. 그 알맹이들로 문장을 구성하라. 분량은 중요하지 않다. 특히 온라인 글쓰기에서는 핵심을 담은 짧은 글이 더 잘 읽힐 때가 많다.    

비속어, 과하게 줄인 말, 유행어를 남발하지 말라. 글을 읽고 쓰는 행위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이다. 격조있게 대화를 나눌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저자이다. 평소 좋은 글쓰기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 단 한 가지를 들라고 하면 '한글'을 들겠다. 한글은 당신에게 글쓰기 도구이자 무기다. 한글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이것으로 무엇을 쓸지, 어떤 이야기를 펼쳐 놓을지는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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