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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an 14. 2022

글쓰기의 동력

동기가 불순하면 글쓰기는 나쁜 도구가 된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나가 있고, 정말로 궁금해서 미치겠는 나도 모르는 나가 있고, 내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남이 생각하는 나도 있고, 그럴듯하게 꾸민 나, 꾸미지 않은 나... 내 몸은 하나고 내 뇌도 하나요, 심장도 하난데 왜 이리 '나'가 많은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나'는 '지금 여기 이대로의 나'와 일치할수록 좋다. 꾸미는 것도 정도가 있다는 말이다. 내면이 충실하지 않으면 겉모습이 화려해도 생명력이 없다. 글은 경험이 많을수록, 머리에 든 것이 많을수록, 상상력이 풍부할수록 좋아진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여기에 중요한 조건을 하나 더 추가한다면 '혼자 있는 것을 견디는 힘'이 강한 사람에게서 숙성된 글이 나온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문제는 늘 그렇듯이 나 자신이다.  


나이를 먹으면 자신을 들여다볼 능력이 생기는 줄 알았건만 내가 이해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하긴 그것도 없으면 세상의 진화는 멈추고 말 테니, 내가 가진 호기심이 죽지 않도록 자꾸 새로운 세계를 탐해야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주름을 없애고 몸을 가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이 사라지만 그에 따라 생각 세포가 감소할 것이고, 노화를 촉진하는 세포는 증가한다. 생각해보니 호기심은 어린이의 특성 중 하나다. 어찌하여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을 시답지 않아 하고, 그 좋은 호기심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는 것일까. 애석한 일이다. 


나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 동력(power)은 어떤 일을 일으켜 밀고 나가는 힘이다. 그냥 힘이라 하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동기(motivation)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력 내지는 동기는 강할수록 좋을까? 약해서 시들시들한 것보다야 낫겠지만 무작정 강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방향이 잘못됐을 때 동력은 강할수록 해롭다. 글쓰기는 참 인생을 사색하며 살기에 좋은 수단이지만, 그 동기가 불순하면 글쓰기는 나쁜 도구가 된다. 


글을 쓰지 못한 일주일 동안 순전한 독자가 되어 브런치 글을 읽었다. 새로운 사유와 이해, 그리고 영감을 얻었지만 글 쓰는 사람들은 왜 이리도 하나같이 외로운 존재여야 할까 하는 것에 생각이 이른다. 글쓰기의 동력은 외로움이란 말이 맞는가 보다. 글을 읽다 보면 나까지 덩달아 허전해진다. 겨울이다.



https://brunch.co.kr/@webtutor/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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