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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un 22. 2022

클릭질, 납작한 삶


하늘과 땅이 적절한 비율로 나뉘고 그 경계를 드문드문 나무가 채웠다. 계절이 바뀌면 나무도 옷을 갈아입는다. 그래서 어제 그 나무는 오늘 그 나무가 아니다. 람이 오고 또 간다. 목적지를 정하기도 전에 흘러가는 세상은 인간보다 빠르다. 르게 흘러가는 세상은 많은 선택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정신 사납게 흐르는 상황에 몸을 맞춰 따라가든지, 철저하게 소외되어 아웃사이더로 남아 고통스럽게 연명하든지.


걷기가 주는 독특한 고독감이 있다. 디지털 세계가 주는 과잉 자극에서 잠시 떨어지면 나만의 느린 시간이 있다. 느림을 참기 힘들거나 즉시적 자극을 구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모인다. 온라인 사회관계망 속 현대인들은 찰나적 클릭질을 주고받으며 고독으로부터 탈출하려 애쓴다.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소외를 견디지 못할 만큼 이미 신체 안에 링크와 노드가 각인돼 있는 형국이다. 그곳에서 해방이 의미하는 바를 느끼지 못한 채 클릭을 자양분 삼아 관종력을 키운다.


현대인들의 슬픈(본인은 왜 슬픈지 모르는)  자화상은 시장의 상품처럼 전시된다. 내 일상을 치장하여 드러내고는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이 머물기를 기다린다. 그것이 사생활의 영역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나에게로 향하는 관심만이 중요하다.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클릭 품앗이의 지속 시간은 매우 짧다. 그러니 종일 머물면서 의미 없는 관리로 시간을 소비한다. 생산자라고 자기를 기만하는 소비형태다.


내가 매일 걷는 간단한 이유다. 걸어야 진정한  고독을, 사유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온라인 생태계를 연장하는 대화에 익숙한 새로운 인간 무리의 출현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거대한 자본으로 키우는데 일조한다. 거대 네트워크는 현대인들을 연결망 안에서 더욱 고독하게 만들고 급기야는 중독되게 하여 단순 소비자로 전락시킨다. 연결은 그저 상상 속의 유대일 뿐이다. 사유의 시대는 갔다고 클릭질에 몰입하는 당신은 그냥 중독일 뿐이다.


온라인에서 정체성을 확보하려 애쓰는 사이 증발되는 자유의지가 보이는가. 지그문트 바우만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유동하는 근대 사회에서 인간 처한 곤경'이다. 납작해진 삶을 보면서도 오늘도 클릭 품앗이에 빠져 무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께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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