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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Jun 29. 2022

검색 vs 사색

연결망에서 잠시 이탈하여 사색에 빠질 수 있나요?


항구도시의 해안을 가로지르는 긴 다리가 보이는 숙소에 있다. 잡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생각은 인간이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 머문다. 내 평생의 공부 주제이기도 하다. 식은 무엇이고, 누가 어떤 의도로 지식을 생성하는지, 어떻게 습득하고 활용하는지, 그 과정에 어떤 정치사회적인 논리들이 작용하는지 자꾸 질문하는 일을 내 임무로 여긴다.


사람들은 지식을 축적 구성하여 용도에 맞게 적용하기 위해 학습을 한다. 사람이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식을 통하여 삶유익을 구하고자 함이다. 공부는 좋은 일자리를 향할 수도 있고, 인격함양에 중심을 둘 수도 있지만 그것의 종착점은 '내 삶의 유익함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거나 새롭게 받아들인 지식을 통합하고 연결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 지식'으로 전환다. 학습 당사자가 삶과의 굳건한 연계를 지식의 습득과 전이과정에서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 이것이 듀이가 말하는 실용주의(pragmatism)의 요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모름지기 지식이란 당장의 쓸모와 닿아 있어야 한다면서 이를 실용주의라 말한다. 머리와 몸에 새기고 숙성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도 무엇인가에 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유용한 지식일까. 오늘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검색창은 모든 정보를 구할 수 있는 통로로 기능한다. 


지식과 정보룰 구하기 위해 많은 현대인들이 자주 검색이라는 행위를 한다. 대개는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기까지 검색을 반복한다. 검색 과정은 필연적으로 경로 이탈을 부른다. 이탈한 경로에서 더 몰입하는 경우도 있. 종종 처음의 의도와 다른 무엇인가를 찾는다. 인지 과부하가 따라온다. 그래서 현대인은 쓸데없이 더 바쁘다. 무용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더 자극적인 것을 탐할 수밖에 없다. 검색 서비스의 알고리즘이 그러하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본내용 전반과 중간에 광고를 끼워넣는다. 사용자는 의미없는 영상을 반복하여 시청한다. 요즘은 10분도 길다고 30초짜리 짧은 영상이 유행이다. 그렇게 오래도록 연결망 안에 머물면서 광고를 보고, 때로 쇼핑을 하는 것이 소비자인 당신의 임무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이 플랫폼에 오래도록 머물도록 유도한다.  


사색하는 인간은 전통 사회의 유물처럼 여겨진다. 낯선 사물을 보았을 때 검색을 통하여 즉시적 답을 얻을 수 있다.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고 감탄하는 사이 상상력과 사고력은 저점을 향한다. 초연결사회는 모든 인간을 네트워크에 단단하게 붙잡아 둔다. 그의 일상과 발화, 다녀간 장소, 먹는 음식이 지발적으로 네트워크에 전시된다. 일견 개인들은 그 안에서 관심사를 공유하고 때로 연대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그 안의 개인들은 점점 더 파편화하고 소외되며 결국 단순 소비자로 전락한다.  


공적 영역과 사생활이 뒤섞인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네트워크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GPS를 장착한 스마트 단말기 덕분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고 전시하는 것은 행복으로 가는 관문일까, 아니면 디스토피아의 입구일까. 그 답은 오로지 당사자에게 있다.


당신은 사색하는 인간인가, 검색하는 인간인가. 아니면 이 두 세계를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가. 어려운 문제다. 당신의 선택 이전에 이미 네트워크의 줄기는 당신의 정신과 몸을 견고하게 휘감고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해방은 무슨.


나의 일상을 세일하고 타인의 일상과 교환하는 사생활 프리의 시대가 도래했다. 개인의 고유성과 존엄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내남없이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을 관찰한다. 시공간을 넘어선 초연결이 현대인들 모두를 이미 네트워크 안에 종속시켰다. 무엇이 탈출구일까. 잠시라도 네트워크에서 이탈하여 사색에 빠지는 것이 유일한 답이다. 문제는 이한 행위가 극기훈련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이다.





* 커버 이미지 https://searchengineland.com/search-market-share-in-october-2015-looks-a-lot-like-it-did-in-october-2008-236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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