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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Oct 28. 2022

지킬 것

담을 쌓는 사람들

담은 '집의 가장자리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이다.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구조물이기도 하고, 나와 타자를 구분하는 일종의 '선'이기도 하다. 담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갖가지 무늬를 넣어 꾸민 '꽃담', 흙으로 쌓아 올린 '흙담', 돌로 쌓아 올린 '돌담' 등이 있다. 나뭇가지를 사용하여 만든 울타리, 담의 형태로 나무를 키워 만드는 생울타리도 있다.

사무실 안에도 담이 있다. 일명 파티션이라고 부르는 칸막이도 담이다. 담을 영어로 말할 때 wall 혹은 fence라고 하는데 문맥에 따라 적당히 쓴다. 지킬 것이 많은 사람은 담을 높이 쌓고, 지킬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사람은 아예 담이 없다. '선'을 넘지 말라는 말은 종종 신분의 차이를 인정하고 분수를 지키라는 말로 쓰인다. 영화 기생충에도 이 표현이 나온다. 살아 있는 자의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담을 쌓지만 죽은 자를 위해서도 담을 쌓는다. 며칠 전 가 본 종묘는 죽은 왕들의 위패를 모셨고 외부와 닿는 곳에 돌담을 쌓았다.

 

종묘 안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담

한 마디로 담은 지킬 것이 있는 사람들이 쌓는 구조물이다. 높다란 담, 높은 벽, 넘을 수 없는 선은 모두 우리 앞에 놓인 한계를 상징한다. 그래서 '해체와 재구성'이라는 말이 나왔는지도.


당신은, 지킬 것이 꽤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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