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아침 일찍 회의가 있었다. 하여 어젯밤에 케이티엑스 편으로 올라와 서울 집에서 잤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회의 장소로 가는데 출근하는 승객들로 초만원이다. 내 육신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 오늘치 에너지를 다 썼다.
어찌어찌 회의는 끝났고,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오면서 열차표를 예약하려는데... 가장 빠른 게 두 시간 후다. 그것도 한 자리 남았다. 일터에서 회의가 있어 2시 전엔 가야 했다. 서둘러 예약을 하고는 아침 겸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가로 갔다.
먹고 싶은 건 너무 비싸고, 오늘따라 아무거나 먹긴 싫고 뭐 그런 심리 상태로 식당 몇 곳의 메뉴를 보았다. 그나마 익숙한 음식이 보이는 곳은 이태리 음식점. 들어가서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를 시켰다. 혼밥으로 19,500원을 쓰기가 조금 아까웠지만 잘 먹어주면 된다 생각했다. 역사를 바라보며 성실하게 접시를 비우고 일어서려는데 느낌이 싸하다.
들어올 때는 드문드문 앉아 있었던 손님들이 내가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땐 완전 만석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 시간 이곳에 온 손님은 전원 여성들이었다. 남자는 오로지 나 한 명. 수십 명 여성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웬 중년 사내가 혼자서 점심으로 파스타라니... 뭐 이런 생각들을 한 걸까. 그분들이 뭐라든 한 끼 잘 먹고 나왔으면 그것으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