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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Dec 02. 2022

독자의 일, 호기심

호기심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만들어 온 동력

인간은 글쓰기를 통하여 인정, 주장, 기록, 표현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 내가 나로서 인정받고 있지 못한 상황일 때, 내가 주장하는 것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때 사람은 더없이 고독한 존재자로 남는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즉 나로서 살기 위해) 내가 본 것, 느낀 것, 생각하는 것을 기록으로 남기려 하고, 좋은 문장으로 표현하려 한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는 지속적인 훈련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속적 훈련은 부단한 읽기와 쓰기를 포함한다. 물론 읽기와 쓰기를 통해 축적하는 연속적 경험이 중요하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을 다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없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경험이란 더 좋은 읽기와 쓰기를 돕는 종류의 것이다. 이런 부지런한 훈련을 통해 작가는 글을 쓰는 일 외에 독자와 해석자의 역할을 빈번하게 왕래한다.

글을 읽는 사람인 '독자'는 어떨까. 작가는 독자를 겸하지만 독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두 가지의 역할을 겸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작가와 독자는 차이가 있다. 책임성이 다르고 내적 압박이 다르다. 선택하는 텍스트도 다르다. 책을 읽기로 한 당신은 그저 나의 지적 소양을 충족할 소재를 고르면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타자인 독자를 상대한다. 작가와 독자는 상호성, 자유의지, 책무감 등이 사뭇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괴로운 독서는 흔치 않지만(안 읽으면 그만), 글을 쓰는 작업은 때로 고통을 수반한다.


여러 독서 스타일이 있다. 글쓴이에게 완전하게 감정이입하는 형태도 있고, 냉정하게 제삼자 입장에서 분석적으로 읽는 사람도 있다. 아울러 독서 감상문을 기록으로 남기는 분도 있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서평을 남기는 분들도 있다. 독서 감상문이나 서평은 독서의 후속 작업으로써 기본적으로 독서의 영역이지만 부분적으로는 글쓰기 영역을 포함한다. 어떤 피드백이냐에 따라 작가들의 글쓰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독자와 작가의 접합 부분이기도 하다.


한편, 고독한 존재자인 독자가 하는 '읽는 행위'만 놓고 생각을 해보자. 기본적으로는 인간에게는 인식 욕구를 채우는 수단으로 '읽는 행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특정 지식이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텍스트를 읽고, 문학 작품을 통해 얻는 감동과 대리 만족 등이 독서의 편익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위에선 인식 욕구라 하였는데 이러한 욕구는 어디에서 비롯할까. 바로 호기심이다.


오늘날 인류의 문화유산을 있게 한 동력은 바로 인간의 호기심이었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밝혀보려 하는 노력은 인간이 가진 특유의 호기심에서 비롯했다.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그러하고 미시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마찬가지이다. 또 인간의 마음이 작동하는 개인적 사회적 원리에 대한 호기심도 그러하다. 이러한 호기심의 작동이 텍스트를 읽고자 하는 욕구로 발전한다. 모든 지적 생명체는 크든 작든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


호기심의 발현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접근일수록,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내용에 대한 궁금함에서 비롯한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호기심을 충족할 수는 없으니 우리의 지적 욕망은 텍스트를 향한다. 좋은 글을 찾아 읽고 새기며, 나아가 그것에 대한 의문을 품고 다시 질문하기를 일상화하는 것은 지적 교양을 풍부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질문을 일상화한다는 것은 독자 스스로에게나 텍스트 저작자에게나 긴장을 주는 행위이고, 독자와 작가가 상호의존성을 갖는다는 명확한 증거이기도 하다.


독자는 텍스트의 해석자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저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읽겠지만, 그 단계를 지나면 독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게 된다. 그러므로 하나의 저자의 손을 떠난 텍스트는 각양각색의 독자의 관점으로 재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의 선경험이 작용한다. 그동안 어떤 지적 교양을 갖추어왔는지, 주로 어떤 텍스트를 읽고 소화했는지에 따라 새로운 지식으로 생성, 발전되느냐가 결정된다.

독자의 일은 텍스트를 통해 작가와 교감을 나누는 상호작용임과 동시에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지적 욕구를 채우는 과정 전반을 아우른다. 아울러 해석자의 입장에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며, 이의 변주를 통해 제3의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주체로 서는 것이다. 독자는 텍스를 읽고 음미하며 기존의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연결하고 해석한다. 독자가 부지런하면 작가들도 긴장한다. 요즘 자주 비판의 대상이 되는 성인 문해력을 강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커버 이미지 A Study Finds Curiosity Is A Complex Feeling, Affected By Time : 13.7: Cosmos And Culture : N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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