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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밖 Feb 26. 2023

자발적 절필의 시간을 앞두고

기록은 고통을 견디는 힘

한낱 범부의 삶도 읽고, 이해하며, 행위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경험이나 소양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무엇인가를 보고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표현하는 삶은 다 비슷비슷하다. 20년 동안 공저 두 권, 해제 한 권을 포함하여 열세 권의 책을 썼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끄러워 묻어 버리고 싶은 책도 있고, 이대로 묻기엔 아까워 더 알리고 싶은 책도 있다.


더 알리고 싶은 책은 <교사, 책을 들다>이다. 언젠가 한 번 얘기했지만 이 책을 쓰는데 10년이 걸렸다. 출판사 말로는 책 내용이 좋아 이에 맞는 A급 표지 디자이너를 썼다고 했다. 거기다 양장본까지.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물론 초판도 소화를 못한 정도는 아니었다. 읽지 않은 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렵게 느껴진다'는 답이 많았다. 사실 1장은 매우 쉽고 2장은 재미있다. 1,2장을 읽고 나면 3장 이후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이란 내 생각은 무리였다. 아무튼 더 알리고 싶은 책이 바로 그 책이다.


2020년에서 2022년까지 자의 반 타의 반 글을 쓰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공표하는 글을 쓸 수 없었다. 써서 혼자 간직하는 글은, 글 쓰는 자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멀다. 무릇 글쓰기는 준비에서 공표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하여 완성된다. 사실 최근 몇 년 간은 삶의 여백이라 할만한 한가로움이 아예 없었다.


그러나 글을 쓸 시간이 없어 글을 못 쓴다는 것은 완전한 핑계다. 내 경험으로 보면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공표의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전업작가가 아닌 한 집중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른바 작가로 호명되는 사람이 글 쓸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간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소재였고, 공표의 조건이었다.


그러다가 작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글을 쓰는 자로서 6개월이나마 한시적 '해방의 시간'을 가졌다. 그 결실이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인 셈이다. <교사, 책을 들다>를 써 놓고 근무처를 옮기게 되면서 독자와 만날 여건이 되지 않았다. 홍보할 시간도 조건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새책 역시 내어 놓고 근무처를 옮긴다. 그래서 28일 북 토크의 시간을 마련했다. 한시적 절필을 앞둔 자의 절박함이 그렇게 결정하도록 했다.


조지 오웰이 말한 바, 인간이 글을 쓰는 동기에는 정치적 이유, 인정의 욕구, 기록의 욕구, 미학적 욕구 등이 있다. 물론 이런 다양한 욕구는 중첩하여 나타나는 게 보통이다. 특별한 경험이라고 느끼는 어떤 시간은 기록의 욕구를 부추긴다. 그 시간이 고통스러울 때 그것을 견디는 힘이 바로 기록이다. 아마도 기록은 계속할 것 같다.


언젠가는 독자의 손에 선택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앞으로 1년 반은 그런 시간이다. 앞서 공표까지를 글쓰기의 범주로 생각하자고 했다. 그러므로 한시적 절필이란 말에 모순은 없다. 이런 이야기를 오는 28일 오후 3시 창비서교빌딩에서 했으면 좋겠다. 한시적 절필을 앞둔, 별 볼일 없는 글재주를 가진 사람의 부탁이다. 아직 꽤 자리가 남은 것으로 안다. 


아무나 환영, 북 토크 신청링크~^^

https://forms.gle/6yrSMnBfe2ZAnqbk9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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